자기애성이 강한 사람, 흔히 ‘천상천하 유아독존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창하고 과장된 자아감의 소유자다. 이들은 자신이 엄청나게 전능한 권한이 있으며 무언가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신에게 총애를 받고 연인에게 무엇이든 요구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만족을 모르는 자기에게 적절히 반응해줄 완벽한 자기대상(self object)10을 끊임없이 찾아다닌다.

 

주변에 자기애성이 있으면 금방 알아챌 수 있다. 자기애성은 자기 이야기만 하고 타인에 대한 동정심과 공감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자부심이 보통 사람들보다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그들은 자부심이 매우 낮으며 손상받기도 쉽다.

자기애성의 또 다른 특징은 공감 능력(타인의 감정을 예민하게 알아차리는 능력) 부족이다. 자기애성은 대상관계가 좋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과 소통하기란 무척 곤혹스런 일이다. 게다가 모든 것을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한다. 사람들이 무슨 말은 하든, 자기애성은 모든 관심을 그들 자신에게 집중한다.

상대방: 난 알래스카에 갈 거야.
자기애성: 그래? 난 좀 전에 알래스카에서 돌아왔는데.

상대방: 두통이 있어.
자기애성: 아, 난 두통을 달고 사는데.

상대방: 가슴이 무척 설레. 곧 결혼하거든.
자기애성: 음, 난 얼마 전에 이혼했어!

자기애성은 자기에게 지나치게 몰두하는 사람이어서, 적절한 찬사나 인정을 받지 못하거나 관심을 충분히 받지 못하면 뒤로 한발 물러나 자신을 고립시킨다. 그리고 자존심에 타격을 받으면 자기애적 분노(narcissistic rage)11로 대응한다. 예를 들어 양육권 분쟁에서 자기애성은 방문권과 집과 돈과 가구들까지 모조리 자신이 갖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이들은 본인의 명예와 육체적 아름다움, 부유함, 물질적 소유물, 권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보통 자기애성은 동생이 태어나 유아용 탁자라는 권좌를 빼앗기 전까지 어머니의 특별한 아이였다. 권좌를 빼앗긴 이 사건은 자기애성에게 정신적 충격을 안겨준 원초적 상처다.

어머니의 귀한 자식으로 살았던 생애 초기의 잊지 못할 경험을 재현하려고 노력하며 자기애성은 여생을 엄마와 아기가 지극한 행복과 조화로움 속에서 온전히 하나였던 때로 돌아가기를 열망하는 ‘자기애적 향수(narcissistic nostalgia)’를 느끼며 보낸다.

자기애성은 자신의 의존 욕구를 용인할 수 없어서 자신도 모르게 이 용인할 수 없는 욕구를 상대방에게 투사한다(그 상대는 대개 경계성 배우자다). “필요로 하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야! 나는 엄마가 항상 원하던 대로 완벽한 사람이란 말이야. 당신 따윈 필요 없어. 그리고 이따위 관계, 이따위 치료도 필요 없어!”

자기애성은 자신이 ‘특별한’ 또는 완벽한 존재임을 입증하려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반면에 그들의 경계성 배우자는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애쓰면서도 자신이 특별한 사람임을 증명하는 일에는 조금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출처 : <왜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상처받는가>

저자 : 조앤 래커 (Joan Lachkar)

정신분석학 박사로서 정신분석학을 비롯한 다양한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부부나 연인 관계,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을 연구해 학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실제로 심리치료사로도 활동하면서 많은 부부, 연인들과 상담하며 왜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지, 왜 상처받는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탐구했다. 그 결과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가 현재의 관계를 망가뜨린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람들이 자신의 원초적 상처를 깨닫고 그것과 화해함으로써 감정을 치유하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현재 남부 캘리포니아 정신분석연구소 회원이자 마운트세인트메리 대학 외래교수이며, 『정서적 학대(Journal of Emotional Abuse)』 지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자기애성과 경계성 커플』 『학대의 여러 얼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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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사: 맥스, 이 일들 말고 다른 일들도 있지 않아요? 한쪽으로 밀쳐두면서 애써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는 일들 말이에요.

맥스: 그래요. 있어요.

심리치료사: 당신은 자신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어요. 당신은 지금 의사면허증을 잃을지도 모르는 상황, 무언가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상황에 있어요.

맥스: 선생님, 그런데도 저는 그게 그렇게 중요한 일로 느껴지지 않아요.

심리치료사: 그 말을 들으니, 당신의 어린 시절이 보이네요. 당신의 부모님들은 당신이 했던 모든 일들을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나 보군요.

맥스: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 깜짝 놀랐어요. 맞아요. 돈을 모아서 처음으로 포드 머스탱이라는 차를 산 적이 있어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차가 브레이크 고장을 일으켰어요. 그때 아버지가 미국산 차를 샀다고 저를 얼마나 나무라셨는지. 아버지는 제가 의사면허증을 받을 때도 그 자리에 오지 않으셨어요. 제 결혼식에도 늦게 오셨고요.

심리치료사: 그래요. 당신이 장난감이나 게임기를 새로 갖고 싶어할 때마다 부모님들은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고 당신을 놀렸죠. 그럴 때마다 당신은 자신이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았고요.

맥스: 그거예요! 바로 그거! 착한 일을 했을 때나 학교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을 때도 부모님은 제게 칭찬을 해주지 않았어요. 늘 안 좋은 다른 말씀을 하셨어요. “네 동생 숙제나 도와줘라!”라는 말들이요.

심리치료사: 착한 일을 하고도 칭찬이나 인정과 같이 적절한 반응을 얻지 못했을 때 어린아이들에게 일어나는 일이 바로 당신에게 일어나고 있어요. 시간이 흐른 뒤 아이들은 자신들이 했던 일에서 멀찍이 물러나고, 그러면 그들의 성과물은 의미 없는, 가치 없는 것이 돼버리죠.

맥스: 정말 그래요!

심리치료사: 이제 왜 당신이 의사 면허증, 세금고지서, 청구서 같은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지 알겠어요. 그것들은 당신에게 별 의미가 없어요. 그것들은 모두 교환 가능한 종이에 불과한 것들이죠. 별 가치가 없어요.

맥스: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새 차를 살 때도 엄청 문제가 많았는데, 이것도 그것 때문일까요? 아무 여자나 사귀는 일도? 차는 차일 뿐이고 여자 친구도 그냥 여자 친구일 뿐이라고 생각해서요?

심리치료사: 그래요. 차는 차일 뿐이고 여자 친구도 그냥 여자 친구일 뿐이기 때문이에요. 종잇조각이 단지 종잇조각에 불과할 뿐인 것처럼 말이에요. 이것들은 아무 의미도, 가치도 없는 대상들이죠. 맥스, 세상에는 자신에게 일어났던 모든 나쁜 일을 생각할 때마다 심하게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당신은 그런 사람은 아닌 것 같네요. 대신에 당신 자신과 당신이 이룬 것들을 깎아내리는 것으로 고통과 멀찍이 떨어져 있으려 하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을 위태로울 정도로 냉담하게 만들고 있어요.

정신질환자는 ‘자신이 실제 경험이 되었을 때’만 인식에 의미를 둔다. 예를 들어, 정신질환자는 차갑다는 느낌을 받으면 긴장증에 가까운 상태가 되면서 차가움 그 자체가 될지도 모른다. 이런 면에서 이들은 마비되는 것을 느끼면 마비 그 자체가 되는 경계성 성격장애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들이 의미를 찾는 또 다른 방법은 자해다.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은 자신을 해칠 때 외적 대상과 자신이 연결되어 있음(존재감)을 느낀다. 고통을 유발하는 행위를 통해 자극을 받고 의미 있음을 느낀다. 일종의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이와 달리 정신질환자는 더는 고통을 느끼지 않을 만큼 애착 대상에게서 멀찍이 떨어질 것이다.

출처 : <왜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상처받는가>

저자 : 조앤 래커 (Joan Lachkar)

정신분석학 박사로서 정신분석학을 비롯한 다양한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부부나 연인 관계,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을 연구해 학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실제로 심리치료사로도 활동하면서 많은 부부, 연인들과 상담하며 왜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지, 왜 상처받는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탐구했다. 그 결과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가 현재의 관계를 망가뜨린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람들이 자신의 원초적 상처를 깨닫고 그것과 화해함으로써 감정을 치유하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현재 남부 캘리포니아 정신분석연구소 회원이자 마운트세인트메리 대학 외래교수이며, 『정서적 학대(Journal of Emotional Abuse)』 지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자기애성과 경계성 커플』 『학대의 여러 얼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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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실을 찾는 커플들은 대개 정신질환자는 아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병적 요소를 일부 가지고 있거나 일시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정신질환자들은 심리 상태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 상태가 ‘되어버림’으로써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태가 되기 일쑤다.

이것은 대개 원초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어떤 상태로 존재하는 것’과 ‘어떤 상태를 느끼는 것’을 혼동하는 이유와 관계가 있다.

토마스 오그던(Thomas Ogden)에 따르면, 조현병(정신분열병) 환자는 두 가지 심리적 태도를 취한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의미가 있을 수 있는 심리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경험을 통해 새 의미를 찾고 배우려는 노력을 방해함으로써 의미를 파괴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프로이트는 조현병 환자가 외부 세계와의 연결을 모조리 단념하고 내면으로 돌아서버린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하면서 외적 대상들과 맺은 유대를 잘라버리고 현실과도 괴리된다는 것이다.

정신질환자는 망상적인 내면세계에 빠져 사고 기능과 현실 검증 능력을 잃어버린다.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생각하는 현실 세계에서 의미를 회복하거나 찾으려고 하다 보니 오직 현실의 파편만 남는다.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쁜 내적 대상’을 과도하게 동일시하기 때문에 동일시하는 그 나쁜 대상이 ‘실제로 된다’. 다음은 그 예들이다.

● 그 때문에 나는 우울해진다(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가치 없고 자격 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 나는 우울해진다. 그래서 나는 우울증이 된다(자기혐오가 내부로 향한다).
●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공허감).
● 나는 두려워한다. 그래서 나는 두려움이 된다(마비).
● 나는 외로워진다. 그래서 나는 외로움이 된다(고립).
● 나는 텅 비어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무엇이든 사는 소비자가 된다(음식, 알코올, 마약, 도박).

과거의 고통스런 경험에서 의미를 추려내려면 그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연인 관계가 끝났을 때처럼 예상하기 힘든 일을 생각해볼 수 있는 사고력이 필요하다.

정신병 환자와 조현병 환자들은 서서히 내면을 향해 등을 돌리면서 지식과 언어에 관련된 모든 것을 지워버리며 의미를 공격한다. 때때로 이런 퇴행이 너무 심해지면 식물인간처럼 무기력해지거나 만사를 묵인하는 상태가 되거나 모든 의미를 똑같은 것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이를테면 이들에게 밤은 낮과 똑같은 것이 된다. 이들에게 이 둘은 다른 점이 없다. 조현병 환자들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애착을 느끼는 대상에게 아무런 감정도 애정도 느끼지 않으며, 모든 것을 똑같은 것으로 느낀다.
 
■ 사례 5 _ 어린 시절 받은 상처 때문에 지나치게 냉담해진 맥스

지금까지 브이스폿이 자극받아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지나치게 고조되면 어떤 일들이 발생하는지를 이야기했다. 이들은 대단히 예민하고 민감한 사람들로 충격적인 과거와 어린 시절의 상처에 깊이 연루되어 있다.

그러나 과거의 감정적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고자 그러한 원초적 상처를 자극하는 일들을 회피하려 하거나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를 무시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다음은 원초적 상처 때문에 자신의 건전한 욕구와 욕망까지도 무시해버린 사람의 사례다.

맥스: 안녕하세요, 선생님.
심리치료사: 생일날 즐겁게 보내셨어요?
맥스: 네, 아주 좋았어요. 우리는 할리우드의 대로를 돌아다니면서 <인터프리터>라는 영화도 봤어요.
심리치료사: (조용히 듣고만 있다.)
맥스: 의사면허증을 갱신하려면 특별 과정을 이수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서 걱정이에요.
심리치료사: 의사면허증이 취소될 위기에 처한 것 같은데 당신은 그다지 걱정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데요.
맥스: 저도 위기 상황인 걸 알아요. 그런데 왜 저는 그 상황을 해결하려고 하지 않을까요? 그 일만 있는 게 아니에요. 소득세 신고도 하지 않았어요. 무슨 이유인지, 그 일들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들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다음 회에 계속)

출처 : <왜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상처받는가>

저자 : 조앤 래커 (Joan Lachkar)

정신분석학 박사로서 정신분석학을 비롯한 다양한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부부나 연인 관계,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을 연구해 학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실제로 심리치료사로도 활동하면서 많은 부부, 연인들과 상담하며 왜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지, 왜 상처받는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탐구했다. 그 결과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가 현재의 관계를 망가뜨린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람들이 자신의 원초적 상처를 깨닫고 그것과 화해함으로써 감정을 치유하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현재 남부 캘리포니아 정신분석연구소 회원이자 마운트세인트메리 대학 외래교수이며, 『정서적 학대(Journal of Emotional Abuse)』 지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자기애성과 경계성 커플』 『학대의 여러 얼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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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실시된 여러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감정적 학대를 가하는 사람은 대부분 남성이고 심리적 지배에 무릎을 꿇는 사람들은 여성이다. 컨버그는 여성은 가학적인 면보다 피학적인 면이 더 많고 이에 반해 남성은 더 가학적이라고 말한다.

체적 폭행을 당하거나 강간을 당하지 않는 이상, 일부 남성은 물론 거의 모든 여성이 자신들이 학대당하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거나 깨닫지도 못한다. 특히 자신이 학대를 ‘받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더욱 그렇다.

 

이 책에서는 주로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여성과 마찬가지로 남성도 언어폭력이나 육체적 폭력의 피해자나 ‘조장자’가 될 수 있다. 남성도 고의로 질질 끄는 양육권 분쟁이나 지나친 이혼수당 요구, 정신질환, 간통, 마약중독/알코올중독/쇼핑중독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조장자’라는 용어를 ‘희생자(victim)’라는 말 대신 사용해왔다. 조장자란 그 사람에게 도움을 얻을 수단이 있었거나 어떤 일을 할 기회가 있었음을 암시하지만, 그가 받은 학대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음을 암시하지는 않는다.

‘희생자’란 원리주의를 신봉하는 독재국가나 전체국가나 이슬람 무장단체가 집권하는 국가에 사는 사람들/여성들처럼 죽거나 불구가 되는 것 외에 별다른 선택권이 없었고 호소할 곳이 전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화를 겪는 연인이나 부부들이 테러리스트나 폭력을 일삼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어떤 수준이든 공격성과 격렬한 분노가 관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

감정적 학대는, 진정한 사랑이란 자기를 희생하여 남성을 기쁘게 하고 그를 보살피는 것이라고 여성들에게 가르치는 문화에도 어느 정도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런 문화는 서구 사회보다 아시아나 중동 지역에서 더 강하다. 감정적 학대를 조장하는 더 강력한 요인은 연애 관계(학대하는 관계든 아니든 상관없이)를 맺는 것이 독신녀로 홀로 살아가는 것보다 낫다는 믿음이다.

 

그리하여 여성들은 잔혹한 결혼 생활을 사회적 신분과 안정을 제공해주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많은 여성들은 두려움 때문에 학대를 받으면서도 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음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거론하는 두려움들이다.

● 내가 떠나면, 더 큰 화를 불러일으켜 나와 자녀들이 신체적으로 가해를 당할 것이다.
● 가해자를 떠나는 일이 더 나쁜 일을 불러올 수 있다.
● 나와 자녀들에게 보내던 생계비가 끊길 것이다.
● 모든 인간관계가 끊어지고 사회적으로 고립될 것이다.
● 나 혼자서는 가족을 부양할 수 없을 것이다.
● 자녀들이 부모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 양육권 싸움에서 질 수도 있고 법적 분쟁이 오랫동안 계속되면 힘들어질 것이다.
● 직업을 구해야 하는 것(혹은 구하지 못하는 것)과 혼자 거처를 마련하고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두렵다.
● 지인이나 가족과 지역사회의 비난을 받을까 봐 두렵다.
● 가혹한 감정적 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알리면, 경찰 조서에 기록이 남을 것이고 그로 인해 가족이 수치심을 느낄 수 있으며 직장을 구하는 데도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이러한 두려움은 배우자와 헤어지면 혼자 살아갈 생계 수단이 없는 여성들이 더 자주 느낀다. 하지만 생계 수단이 있는데도 똑같이 두려워하고 학대당하며 사는 여성들이 있다. 나는 이러한 여성들을 두 유형으로 나누어 ‘높은 수준의’ 고기능 여성과 ‘낮은 수준의’ 고기능 여성이라고 부른다.

출처 : <왜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상처받는가>

저자 : 조앤 래커 (Joan Lachkar)

정신분석학 박사로서 정신분석학을 비롯한 다양한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부부나 연인 관계,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을 연구해 학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실제로 심리치료사로도 활동하면서 많은 부부, 연인들과 상담하며 왜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지, 왜 상처받는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탐구했다. 그 결과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가 현재의 관계를 망가뜨린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람들이 자신의 원초적 상처를 깨닫고 그것과 화해함으로써 감정을 치유하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현재 남부 캘리포니아 정신분석연구소 회원이자 마운트세인트메리 대학 외래교수이며, 『정서적 학대(Journal of Emotional Abuse)』 지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자기애성과 경계성 커플』 『학대의 여러 얼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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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사랑받고 싶어하는 순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 곁에 머무는 사람은……
그들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다.
그 조력자는 남자들로 하여금
자기를 공격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하라고,
아무 대가 없이 자신의 노동력을 착취하라고,
동의 없이 자신을 성적으로 이용하라고……
자신을 모욕하라고……
자신을 고문해서 죽이라고 부추기는 사람이다.
-프로이트, 『문명과 그 불만(civilization and its discontents)』

감정적 학대는 한 사람이 의식적·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의 의지나 욕구, 욕망, 통찰력을 파괴하고자 지속적으로 시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육체적 학대와 다르다.

육체적 학대와 감정적 학대는 모두 공격성과 억눌린 분노의 전형을 완벽히 보여주지만, 그것들이 구현하는 기본 원리는 다르다.

감정적 학대는 아무도 모르게 교묘하고 지속적으로 행해진다. 육체적 학대와 똑같이 유해할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그것보다 더 큰 해를 끼치기도 한다.

감정적 학대의 가장 큰 특징은 학대를 당하는 사람도 모르게 행해진다는 점이다. 그것은 힘, 지배, 통제와 관련된 것이어서 더욱 식별하기 어렵다. 시간이 흐르면서 감정적 학대는 정상적인 여성을 세뇌시키고 조장자로 만들어놓는다.

그녀는 (또는 그는) 학대받는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믿고 그 결과에 순응하고 적응하기 일쑤다. 연인이나 배우자와 헤어지는 대신에 학대를 완화해보려는 마음으로 자신의 행동을 바꿔보려고 애쓴다.

마티 로링(Marti Loring)에 따르면 심리적 학대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공공연한 학대고 다른 하나는 은밀한 학대다.

공공연한 학대는 공개적으로 모욕하면서 체면을 깎아내리는 방식으로 진행되고(예컨대 말로 비하하기, 지속적인 비판), 은밀한 학대는 좀 더 미묘하게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똑같이 파괴적으로 행해진다.

심리적 학대를 자행할 때는 조롱, 비난, 비판, 협박, 수치심 유발, 정서적 욕구 묵살과 같은 전술을 바탕으로 상대의 자아감을 손상시키는 말과 행동을 일삼는다.

이것은 육체적 학대에 비해 알아차리기가 그리 쉽지 않은데 골절이나 흉터, 상처, 멍과 같은 외상을 남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감정적 학대가 남기는 상흔이 덜 치명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보통 육체적 학대는 주기적으로 혹은 간헐적으로 일어나는 반면, 감정적 학대는 예측할 수 있는 지속적인 패턴에 따라 일어난다.

설사 감정적 학대를 자행한 뒤 가해자가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구한다 할지라도, 긴장 상태가 고조되면 가해자가 했던 맹세들은 물거품이 되고 그 자리에 한층 더 심해진 폭언과 위협이 들어선다.

출처 : <왜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상처받는가>

저자 : 조앤 래커 (Joan Lachkar)

정신분석학 박사로서 정신분석학을 비롯한 다양한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부부나 연인 관계,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을 연구해 학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실제로 심리치료사로도 활동하면서 많은 부부, 연인들과 상담하며 왜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지, 왜 상처받는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탐구했다. 그 결과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가 현재의 관계를 망가뜨린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람들이 자신의 원초적 상처를 깨닫고 그것과 화해함으로써 감정을 치유하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현재 남부 캘리포니아 정신분석연구소 회원이자 마운트세인트메리 대학 외래교수이며, 『정서적 학대(Journal of Emotional Abuse)』 지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자기애성과 경계성 커플』 『학대의 여러 얼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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