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치료사: 맥스, 이 일들 말고 다른 일들도 있지 않아요? 한쪽으로 밀쳐두면서 애써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는 일들 말이에요.

맥스: 그래요. 있어요.

심리치료사: 당신은 자신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어요. 당신은 지금 의사면허증을 잃을지도 모르는 상황, 무언가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상황에 있어요.

맥스: 선생님, 그런데도 저는 그게 그렇게 중요한 일로 느껴지지 않아요.

심리치료사: 그 말을 들으니, 당신의 어린 시절이 보이네요. 당신의 부모님들은 당신이 했던 모든 일들을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나 보군요.

맥스: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 깜짝 놀랐어요. 맞아요. 돈을 모아서 처음으로 포드 머스탱이라는 차를 산 적이 있어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차가 브레이크 고장을 일으켰어요. 그때 아버지가 미국산 차를 샀다고 저를 얼마나 나무라셨는지. 아버지는 제가 의사면허증을 받을 때도 그 자리에 오지 않으셨어요. 제 결혼식에도 늦게 오셨고요.

심리치료사: 그래요. 당신이 장난감이나 게임기를 새로 갖고 싶어할 때마다 부모님들은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고 당신을 놀렸죠. 그럴 때마다 당신은 자신이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았고요.

맥스: 그거예요! 바로 그거! 착한 일을 했을 때나 학교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을 때도 부모님은 제게 칭찬을 해주지 않았어요. 늘 안 좋은 다른 말씀을 하셨어요. “네 동생 숙제나 도와줘라!”라는 말들이요.

심리치료사: 착한 일을 하고도 칭찬이나 인정과 같이 적절한 반응을 얻지 못했을 때 어린아이들에게 일어나는 일이 바로 당신에게 일어나고 있어요. 시간이 흐른 뒤 아이들은 자신들이 했던 일에서 멀찍이 물러나고, 그러면 그들의 성과물은 의미 없는, 가치 없는 것이 돼버리죠.

맥스: 정말 그래요!

심리치료사: 이제 왜 당신이 의사 면허증, 세금고지서, 청구서 같은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지 알겠어요. 그것들은 당신에게 별 의미가 없어요. 그것들은 모두 교환 가능한 종이에 불과한 것들이죠. 별 가치가 없어요.

맥스: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새 차를 살 때도 엄청 문제가 많았는데, 이것도 그것 때문일까요? 아무 여자나 사귀는 일도? 차는 차일 뿐이고 여자 친구도 그냥 여자 친구일 뿐이라고 생각해서요?

심리치료사: 그래요. 차는 차일 뿐이고 여자 친구도 그냥 여자 친구일 뿐이기 때문이에요. 종잇조각이 단지 종잇조각에 불과할 뿐인 것처럼 말이에요. 이것들은 아무 의미도, 가치도 없는 대상들이죠. 맥스, 세상에는 자신에게 일어났던 모든 나쁜 일을 생각할 때마다 심하게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당신은 그런 사람은 아닌 것 같네요. 대신에 당신 자신과 당신이 이룬 것들을 깎아내리는 것으로 고통과 멀찍이 떨어져 있으려 하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을 위태로울 정도로 냉담하게 만들고 있어요.

정신질환자는 ‘자신이 실제 경험이 되었을 때’만 인식에 의미를 둔다. 예를 들어, 정신질환자는 차갑다는 느낌을 받으면 긴장증에 가까운 상태가 되면서 차가움 그 자체가 될지도 모른다. 이런 면에서 이들은 마비되는 것을 느끼면 마비 그 자체가 되는 경계성 성격장애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들이 의미를 찾는 또 다른 방법은 자해다.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은 자신을 해칠 때 외적 대상과 자신이 연결되어 있음(존재감)을 느낀다. 고통을 유발하는 행위를 통해 자극을 받고 의미 있음을 느낀다. 일종의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이와 달리 정신질환자는 더는 고통을 느끼지 않을 만큼 애착 대상에게서 멀찍이 떨어질 것이다.

출처 : <왜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상처받는가>

저자 : 조앤 래커 (Joan Lachkar)

정신분석학 박사로서 정신분석학을 비롯한 다양한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부부나 연인 관계,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을 연구해 학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실제로 심리치료사로도 활동하면서 많은 부부, 연인들과 상담하며 왜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지, 왜 상처받는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탐구했다. 그 결과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가 현재의 관계를 망가뜨린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람들이 자신의 원초적 상처를 깨닫고 그것과 화해함으로써 감정을 치유하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현재 남부 캘리포니아 정신분석연구소 회원이자 마운트세인트메리 대학 외래교수이며, 『정서적 학대(Journal of Emotional Abuse)』 지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자기애성과 경계성 커플』 『학대의 여러 얼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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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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