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미네랄, 그 밖의 항산화물질을 보충제로 섭취하려면 ‘어느 정도의 양을 복용해야 효과가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런 경우 항노화 의학에서는 ‘필요량’이 아니라 ‘최적량’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예를 들어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영양권장량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량에 해당한다. 노화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섭취하는 경우라면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이 필요하다.
더욱이 요즘 농작물은 재배 방법이나 품종 개량 등의 영향으로 20년 전에 비해 영양소 함량이 30~70%나 줄었다고 한다. ‘필요량’만 섭취하려고 해도 옛날보다 훨씬 더 많이 먹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최적량’을 섭취하려면 얼마나 많이 먹어야 한다는 말인가?
양만 보면 아마 먹을 엄두도 나지 않을 것이다. 채소나 과일도 너무 많이 먹으면 섭취 열량이 증가해 저열량식의 효과가 반감되므로 오히려 안 한 것만 못한 게 된다. 이런 점에서 항산화물질은 일반적인 식사로 섭취하고 ‘최적량’에서 부족한 분량은 보충제로 채우는 것이 현명하다.
특히 비타민C는 항산화 네트워크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인간의 몸은 비타민C를 합성할 수 없기 때문에 식품이나 보충제를 통해 외부에서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한편 비타민A, 비타민E, 플라보노이드, 카로티노이드에도 최적량은 있겠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기가 매우 어렵다.
2007년에 <미국 의사협회지(JAMA)>에 실린 조사 결과를 보면 그 이유를 알 것이다. 베타카로틴, 비타민A, 비타민E를 단독 또는 다른 항산화물질과 조합해 섭취하면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 결과는 비타민 보충제를 꼬박꼬박 챙겨 먹던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그 전에도 특정 영양 성분을 단독 또는 다량으로 복용할 경우에 일어나는 위험이나 부작용에 관해 여러 가지 연구 결과가 보고된 적이 있었다. 예를 들어 단일 성분을 다량 복용해도 암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가 없다거나, 흡연자의 경우에는 오히려 발암 위험이 높아졌다는 결과도 있다.
결과들만 봐서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항산화 네트워크’라는 용어의 뜻을 되새겨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무리 효과가 뛰어난 영양소라도 그것 한 가지만 기능할 때보다는 다른 영양소와 상호작용할 때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 영양소의 균형을 강조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러니 항산화물질을 고루 섭취해야 항산화 네트워크도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베타카로틴이나 비타민A, 비타민E, 그 밖의 항산화물질의 효과는 이미 다양한 실험과 조사로 증명된 바 있다. 따라서 위의 조사 결과는 이 물질들의 효과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영양소만 다량으로 섭취하면 다른 영양소가 결핍되어 예상치 못한 악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것이다.
출처 : <당신안의 장수유전자를 단련하라>
저자 : 쓰보타 가즈오
게이오기주쿠대학 의학부 안과 교수로 일본항노화의학회 부이사장, 잡지 「안티에이징」 의학 편집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1955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1980년에 게이오기주쿠대학 의학부를 졸업하고 일본과 미국에서 의사면허를 취득했다. 1985년부터 미국 하버드대학에 유학하여 2년 뒤 각막전임의(clinical fellow) 과정을 수료했다. 2001년에는 몇몇 뜻 있는 의사와 함께 일본항노화의학회를 설립했다. 또한 세계 최초로 iPS 세포를 만들어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교수와의 공동 연구 등을 통해 안과 분야에 생명공학의 첨단 기술을 응용하고자 애쓰고 있다. 저서로 『불가능을 극복하는 시력 재생의 과학』, 『늙지 않는 생활법』, 『기분 좋게 생활하면 10년 오래 산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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