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애성이 강한 사람, 흔히 ‘천상천하 유아독존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창하고 과장된 자아감의 소유자다. 이들은 자신이 엄청나게 전능한 권한이 있으며 무언가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신에게 총애를 받고 연인에게 무엇이든 요구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만족을 모르는 자기에게 적절히 반응해줄 완벽한 자기대상(self object)10을 끊임없이 찾아다닌다.
주변에 자기애성이 있으면 금방 알아챌 수 있다. 자기애성은 자기 이야기만 하고 타인에 대한 동정심과 공감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자부심이 보통 사람들보다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그들은 자부심이 매우 낮으며 손상받기도 쉽다.
자기애성의 또 다른 특징은 공감 능력(타인의 감정을 예민하게 알아차리는 능력) 부족이다. 자기애성은 대상관계가 좋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과 소통하기란 무척 곤혹스런 일이다. 게다가 모든 것을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한다. 사람들이 무슨 말은 하든, 자기애성은 모든 관심을 그들 자신에게 집중한다.
상대방: 난 알래스카에 갈 거야.
자기애성: 그래? 난 좀 전에 알래스카에서 돌아왔는데.
상대방: 두통이 있어.
자기애성: 아, 난 두통을 달고 사는데.
상대방: 가슴이 무척 설레. 곧 결혼하거든.
자기애성: 음, 난 얼마 전에 이혼했어!
자기애성은 자기에게 지나치게 몰두하는 사람이어서, 적절한 찬사나 인정을 받지 못하거나 관심을 충분히 받지 못하면 뒤로 한발 물러나 자신을 고립시킨다. 그리고 자존심에 타격을 받으면 자기애적 분노(narcissistic rage)11로 대응한다. 예를 들어 양육권 분쟁에서 자기애성은 방문권과 집과 돈과 가구들까지 모조리 자신이 갖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이들은 본인의 명예와 육체적 아름다움, 부유함, 물질적 소유물, 권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보통 자기애성은 동생이 태어나 유아용 탁자라는 권좌를 빼앗기 전까지 어머니의 특별한 아이였다. 권좌를 빼앗긴 이 사건은 자기애성에게 정신적 충격을 안겨준 원초적 상처다.
어머니의 귀한 자식으로 살았던 생애 초기의 잊지 못할 경험을 재현하려고 노력하며 자기애성은 여생을 엄마와 아기가 지극한 행복과 조화로움 속에서 온전히 하나였던 때로 돌아가기를 열망하는 ‘자기애적 향수(narcissistic nostalgia)’를 느끼며 보낸다.
자기애성은 자신의 의존 욕구를 용인할 수 없어서 자신도 모르게 이 용인할 수 없는 욕구를 상대방에게 투사한다(그 상대는 대개 경계성 배우자다). “필요로 하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야! 나는 엄마가 항상 원하던 대로 완벽한 사람이란 말이야. 당신 따윈 필요 없어. 그리고 이따위 관계, 이따위 치료도 필요 없어!”
자기애성은 자신이 ‘특별한’ 또는 완벽한 존재임을 입증하려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반면에 그들의 경계성 배우자는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애쓰면서도 자신이 특별한 사람임을 증명하는 일에는 조금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출처 : <왜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상처받는가>
저자 : 조앤 래커 (Joan Lachkar)
정신분석학 박사로서 정신분석학을 비롯한 다양한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부부나 연인 관계,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을 연구해 학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실제로 심리치료사로도 활동하면서 많은 부부, 연인들과 상담하며 왜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지, 왜 상처받는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탐구했다. 그 결과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가 현재의 관계를 망가뜨린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람들이 자신의 원초적 상처를 깨닫고 그것과 화해함으로써 감정을 치유하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현재 남부 캘리포니아 정신분석연구소 회원이자 마운트세인트메리 대학 외래교수이며, 『정서적 학대(Journal of Emotional Abuse)』 지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자기애성과 경계성 커플』 『학대의 여러 얼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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