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실시된 여러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감정적 학대를 가하는 사람은 대부분 남성이고 심리적 지배에 무릎을 꿇는 사람들은 여성이다. 컨버그는 여성은 가학적인 면보다 피학적인 면이 더 많고 이에 반해 남성은 더 가학적이라고 말한다.

체적 폭행을 당하거나 강간을 당하지 않는 이상, 일부 남성은 물론 거의 모든 여성이 자신들이 학대당하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거나 깨닫지도 못한다. 특히 자신이 학대를 ‘받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더욱 그렇다.

 

이 책에서는 주로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여성과 마찬가지로 남성도 언어폭력이나 육체적 폭력의 피해자나 ‘조장자’가 될 수 있다. 남성도 고의로 질질 끄는 양육권 분쟁이나 지나친 이혼수당 요구, 정신질환, 간통, 마약중독/알코올중독/쇼핑중독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조장자’라는 용어를 ‘희생자(victim)’라는 말 대신 사용해왔다. 조장자란 그 사람에게 도움을 얻을 수단이 있었거나 어떤 일을 할 기회가 있었음을 암시하지만, 그가 받은 학대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음을 암시하지는 않는다.

‘희생자’란 원리주의를 신봉하는 독재국가나 전체국가나 이슬람 무장단체가 집권하는 국가에 사는 사람들/여성들처럼 죽거나 불구가 되는 것 외에 별다른 선택권이 없었고 호소할 곳이 전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화를 겪는 연인이나 부부들이 테러리스트나 폭력을 일삼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어떤 수준이든 공격성과 격렬한 분노가 관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

감정적 학대는, 진정한 사랑이란 자기를 희생하여 남성을 기쁘게 하고 그를 보살피는 것이라고 여성들에게 가르치는 문화에도 어느 정도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런 문화는 서구 사회보다 아시아나 중동 지역에서 더 강하다. 감정적 학대를 조장하는 더 강력한 요인은 연애 관계(학대하는 관계든 아니든 상관없이)를 맺는 것이 독신녀로 홀로 살아가는 것보다 낫다는 믿음이다.

 

그리하여 여성들은 잔혹한 결혼 생활을 사회적 신분과 안정을 제공해주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많은 여성들은 두려움 때문에 학대를 받으면서도 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음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거론하는 두려움들이다.

● 내가 떠나면, 더 큰 화를 불러일으켜 나와 자녀들이 신체적으로 가해를 당할 것이다.
● 가해자를 떠나는 일이 더 나쁜 일을 불러올 수 있다.
● 나와 자녀들에게 보내던 생계비가 끊길 것이다.
● 모든 인간관계가 끊어지고 사회적으로 고립될 것이다.
● 나 혼자서는 가족을 부양할 수 없을 것이다.
● 자녀들이 부모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 양육권 싸움에서 질 수도 있고 법적 분쟁이 오랫동안 계속되면 힘들어질 것이다.
● 직업을 구해야 하는 것(혹은 구하지 못하는 것)과 혼자 거처를 마련하고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두렵다.
● 지인이나 가족과 지역사회의 비난을 받을까 봐 두렵다.
● 가혹한 감정적 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알리면, 경찰 조서에 기록이 남을 것이고 그로 인해 가족이 수치심을 느낄 수 있으며 직장을 구하는 데도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이러한 두려움은 배우자와 헤어지면 혼자 살아갈 생계 수단이 없는 여성들이 더 자주 느낀다. 하지만 생계 수단이 있는데도 똑같이 두려워하고 학대당하며 사는 여성들이 있다. 나는 이러한 여성들을 두 유형으로 나누어 ‘높은 수준의’ 고기능 여성과 ‘낮은 수준의’ 고기능 여성이라고 부른다.

출처 : <왜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상처받는가>

저자 : 조앤 래커 (Joan Lachkar)

정신분석학 박사로서 정신분석학을 비롯한 다양한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부부나 연인 관계,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을 연구해 학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실제로 심리치료사로도 활동하면서 많은 부부, 연인들과 상담하며 왜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지, 왜 상처받는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탐구했다. 그 결과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가 현재의 관계를 망가뜨린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람들이 자신의 원초적 상처를 깨닫고 그것과 화해함으로써 감정을 치유하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현재 남부 캘리포니아 정신분석연구소 회원이자 마운트세인트메리 대학 외래교수이며, 『정서적 학대(Journal of Emotional Abuse)』 지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자기애성과 경계성 커플』 『학대의 여러 얼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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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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