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디다는 진균(眞菌)이라고 하는 곰팡이의 한 종류다. 이는 우리의 피부와 점막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세균이며, 건강한 사람의 장내에도 서식한다. 유익균, 유해균이라는 단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장내세균에는 유익균과 유해균 외에 눈치꾼균이라는, 어중간한 태도를 취하는 균이 있다.

유익균, 유해균, 눈치꾼균의 균형은 2:1:7이 이상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칸디다는 눈치꾼균에 속하는데, 기본적으로는 얌전하게 장내에서 살아간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한 장 누수가 일어나 장내 환경이 황폐해지면 유익균, 유해균, 눈치꾼균의 수적 균형이 무너진다(이런 비정상을 장내세균의 불균형이라고 한다).

그러면 평소에 얌전하게 지내던 칸디다가 둥근 알갱이 모양의 효모 형태에서 서서히 팡이실(균사)을 펴기 시작한다. 그리고 장내에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게 된다. 더욱이 칸디다는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자 바이오 필름(bio-film, 생물막)이라는 막을 두른다. 미끈미끈한 형태의 바이오 필름은 한번 붙어버리면 떼어내기가 무척 어렵다. 목욕탕의 욕조나 타일에 곰팡이가 피면 좀처럼 제거되지 않는데, 그와 같은 현상이 장내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곰팡이실을 펴서 장내에 찰싹 붙은 칸디다는 아세트알데히드나 암모니아 등의 독소를 방출하거나, 몸 밖으로 배출돼야 할 중금속을 끌어안기도 한다. 그리고 장 누수를 촉진하여 장내 환경을 더욱 황폐화하는 악순환에 빠뜨린다. 오래된 아파트나 물에 잠겼던 주택의 지붕 밑에는 곰팡이가 번식하는데, 거기에서 발생하는 곰팡이 독도 장 누수의 주요 원인이다.

출처: <질병은 우리 몸에서 어떻게 시작될까> (전나무숲 출판사)

● 지은이 _ 데라다 다케시(寺田武史)

의료법인 아쿠아 메디컬 클리닉 원장.

1968년 일본 도쿄 출생. 도호(東邦)대학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 외과학 제3강좌 입국 후 소화기 외과 (간담췌 외과)에서 소화기 암을 전문으로 진료했다. 10년간의 대학병원 근무 중 ‘최신·최선’ 의료를 위해 노력했지만 보람도 없이 허무하게 사망하는 환자들을 보면서 현대 의료에 한계를 느꼈다. 그 뒤로 ‘왜 사람은 병에 걸리는가?’ 하는 의문을 품고 ‘암을 고치는 의사이자 암을 만들지 않는 의사’를 목표로 아쿠아 메디컬 클리닉을 개업했다.

현재는 전문 분야인 소화기 질환 외에 분자영양학을 바탕으로 한 영양요법에도 주력하고 있다. 한편 일본이 올림픽에서 금메달 수를 늘리는 것과 운동선수의 선수로서의 수명을 1년이라도 연장하고자 심신의 건강관리와 영양 관리를 포함한 지도를 계속하고 있다. 취미는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이며, 세계를 다니며 10년 이상 트라이애슬론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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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곰팡이가 핀 떡은 독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확실히 곰팡이가 조금 핀 떡을 먹어도 맛이 약간 이상할 뿐 복통이나 설사 증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곰팡이 자체는 별다른 해가 없어도 곰팡이가 만들어내는 생성물(마이코톡신)이 해를 끼치는 경우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50년 전인 1960년에, 런던의 칠면조 사육업자들 사이에서 큰 파문을 일으킨 사건이 발생했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수십만 마리나 되는 칠면조 떼가 돌연 의문사했기 때문이다. 칠면조가 의문사한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죽은 칠면조를 해부했지만, 병원균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조사를 하는 동안 묘한 공통점이 드러났는데, 바로 죽은 칠면조들이 어떤 특정 사료회사의 사료를 먹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그 사료를 자세히 조사했더니, 사료에 섞여 있던 브라질산 땅콩 가루가 몇 종류의 곰팡이에 오염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곰팡이가 생성하는 화합물이 수십만 마리나 되는 칠면조의 생명을 앗아갈 만큼 강력한 독성을 발휘하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곰팡이를 계속 배양하면서 자세하게 분석한 결과, 아스페르길루스 플라부스(Aspergillus flavus)라는 곰팡이가 만든 아플라톡신(aflatoxin)이라는 화합물이 대량 의문사의 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출처: <독은 우리 몸에 어떤 작용을 하는가> (전나무숲 출판사)

● 지은이 _ 다나카 마치(田中真知) 

과학 전문 작가이자 번역가로 활동하며 전문 분야의 글쓰기에 재능을 발휘하고, 특히 과학 분야의 특정 주제를 알기 쉽게 풀어써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1990년부터 1997년까지 이집트에 머물면서 아프리카·중동 각지를 다양한 관점에서 취재, 여행하며 여행의 기록을 책으로 펴내 큰 인기를 얻었다. 저서로는 『도서관 탐험 – 자연이 만든 형태』 『아프리카 여
행기』 『어느 날 밤, 피라미드에서』 『지구에서 산다(전4권)』 등이 있고, 역서로는 그레이엄 행콕의 『신의 지문』 『혹성의 암호』 등이 있다. 

 감수 _정해관 

국립독성연구원에서 신경독성과 유전독성분야의 연구를 담당했으며,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청 보건연구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1972년 건국대학교 축산대학을 졸업하고 1982년 동 대학원 생물학과 미생물학을 전공해 이학석사가 되었다. 1982년 일본 정부 초청으로 일본동경대학대학원 농예화학 전문과정에서 구조 분자생물학을 전공해 농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8년부터 국립보건안전연구원(현 국립독성연구원) 보건 연구관으로 재직했고, 1991년에는 미국 국립환경보건과학연구소(NIEHS)의 객원연구원을 거쳐 1994년에는 일본국립암센터연구소 초빙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암 억제 유전자의 기능 해석에 관한 연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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