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실시된 여러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감정적 학대를 가하는 사람은 대부분 남성이고 심리적 지배에 무릎을 꿇는 사람들은 여성이다. 컨버그는 여성은 가학적인 면보다 피학적인 면이 더 많고 이에 반해 남성은 더 가학적이라고 말한다.

체적 폭행을 당하거나 강간을 당하지 않는 이상, 일부 남성은 물론 거의 모든 여성이 자신들이 학대당하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거나 깨닫지도 못한다. 특히 자신이 학대를 ‘받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더욱 그렇다.

 

이 책에서는 주로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여성과 마찬가지로 남성도 언어폭력이나 육체적 폭력의 피해자나 ‘조장자’가 될 수 있다. 남성도 고의로 질질 끄는 양육권 분쟁이나 지나친 이혼수당 요구, 정신질환, 간통, 마약중독/알코올중독/쇼핑중독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조장자’라는 용어를 ‘희생자(victim)’라는 말 대신 사용해왔다. 조장자란 그 사람에게 도움을 얻을 수단이 있었거나 어떤 일을 할 기회가 있었음을 암시하지만, 그가 받은 학대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음을 암시하지는 않는다.

‘희생자’란 원리주의를 신봉하는 독재국가나 전체국가나 이슬람 무장단체가 집권하는 국가에 사는 사람들/여성들처럼 죽거나 불구가 되는 것 외에 별다른 선택권이 없었고 호소할 곳이 전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화를 겪는 연인이나 부부들이 테러리스트나 폭력을 일삼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어떤 수준이든 공격성과 격렬한 분노가 관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

감정적 학대는, 진정한 사랑이란 자기를 희생하여 남성을 기쁘게 하고 그를 보살피는 것이라고 여성들에게 가르치는 문화에도 어느 정도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런 문화는 서구 사회보다 아시아나 중동 지역에서 더 강하다. 감정적 학대를 조장하는 더 강력한 요인은 연애 관계(학대하는 관계든 아니든 상관없이)를 맺는 것이 독신녀로 홀로 살아가는 것보다 낫다는 믿음이다.

 

그리하여 여성들은 잔혹한 결혼 생활을 사회적 신분과 안정을 제공해주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많은 여성들은 두려움 때문에 학대를 받으면서도 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음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거론하는 두려움들이다.

● 내가 떠나면, 더 큰 화를 불러일으켜 나와 자녀들이 신체적으로 가해를 당할 것이다.
● 가해자를 떠나는 일이 더 나쁜 일을 불러올 수 있다.
● 나와 자녀들에게 보내던 생계비가 끊길 것이다.
● 모든 인간관계가 끊어지고 사회적으로 고립될 것이다.
● 나 혼자서는 가족을 부양할 수 없을 것이다.
● 자녀들이 부모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 양육권 싸움에서 질 수도 있고 법적 분쟁이 오랫동안 계속되면 힘들어질 것이다.
● 직업을 구해야 하는 것(혹은 구하지 못하는 것)과 혼자 거처를 마련하고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두렵다.
● 지인이나 가족과 지역사회의 비난을 받을까 봐 두렵다.
● 가혹한 감정적 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알리면, 경찰 조서에 기록이 남을 것이고 그로 인해 가족이 수치심을 느낄 수 있으며 직장을 구하는 데도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이러한 두려움은 배우자와 헤어지면 혼자 살아갈 생계 수단이 없는 여성들이 더 자주 느낀다. 하지만 생계 수단이 있는데도 똑같이 두려워하고 학대당하며 사는 여성들이 있다. 나는 이러한 여성들을 두 유형으로 나누어 ‘높은 수준의’ 고기능 여성과 ‘낮은 수준의’ 고기능 여성이라고 부른다.

출처 : <왜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상처받는가>

저자 : 조앤 래커 (Joan Lachkar)

정신분석학 박사로서 정신분석학을 비롯한 다양한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부부나 연인 관계,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을 연구해 학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실제로 심리치료사로도 활동하면서 많은 부부, 연인들과 상담하며 왜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지, 왜 상처받는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탐구했다. 그 결과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가 현재의 관계를 망가뜨린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람들이 자신의 원초적 상처를 깨닫고 그것과 화해함으로써 감정을 치유하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현재 남부 캘리포니아 정신분석연구소 회원이자 마운트세인트메리 대학 외래교수이며, 『정서적 학대(Journal of Emotional Abuse)』 지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자기애성과 경계성 커플』 『학대의 여러 얼굴들』이 있다.

 

※ 인터넷 서점 및 전국 서점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전나무숲
,

남자들은 사랑받고 싶어하는 순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 곁에 머무는 사람은……
그들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다.
그 조력자는 남자들로 하여금
자기를 공격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하라고,
아무 대가 없이 자신의 노동력을 착취하라고,
동의 없이 자신을 성적으로 이용하라고……
자신을 모욕하라고……
자신을 고문해서 죽이라고 부추기는 사람이다.
-프로이트, 『문명과 그 불만(civilization and its discontents)』

감정적 학대는 한 사람이 의식적·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의 의지나 욕구, 욕망, 통찰력을 파괴하고자 지속적으로 시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육체적 학대와 다르다.

육체적 학대와 감정적 학대는 모두 공격성과 억눌린 분노의 전형을 완벽히 보여주지만, 그것들이 구현하는 기본 원리는 다르다.

감정적 학대는 아무도 모르게 교묘하고 지속적으로 행해진다. 육체적 학대와 똑같이 유해할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그것보다 더 큰 해를 끼치기도 한다.

감정적 학대의 가장 큰 특징은 학대를 당하는 사람도 모르게 행해진다는 점이다. 그것은 힘, 지배, 통제와 관련된 것이어서 더욱 식별하기 어렵다. 시간이 흐르면서 감정적 학대는 정상적인 여성을 세뇌시키고 조장자로 만들어놓는다.

그녀는 (또는 그는) 학대받는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믿고 그 결과에 순응하고 적응하기 일쑤다. 연인이나 배우자와 헤어지는 대신에 학대를 완화해보려는 마음으로 자신의 행동을 바꿔보려고 애쓴다.

마티 로링(Marti Loring)에 따르면 심리적 학대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공공연한 학대고 다른 하나는 은밀한 학대다.

공공연한 학대는 공개적으로 모욕하면서 체면을 깎아내리는 방식으로 진행되고(예컨대 말로 비하하기, 지속적인 비판), 은밀한 학대는 좀 더 미묘하게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똑같이 파괴적으로 행해진다.

심리적 학대를 자행할 때는 조롱, 비난, 비판, 협박, 수치심 유발, 정서적 욕구 묵살과 같은 전술을 바탕으로 상대의 자아감을 손상시키는 말과 행동을 일삼는다.

이것은 육체적 학대에 비해 알아차리기가 그리 쉽지 않은데 골절이나 흉터, 상처, 멍과 같은 외상을 남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감정적 학대가 남기는 상흔이 덜 치명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보통 육체적 학대는 주기적으로 혹은 간헐적으로 일어나는 반면, 감정적 학대는 예측할 수 있는 지속적인 패턴에 따라 일어난다.

설사 감정적 학대를 자행한 뒤 가해자가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구한다 할지라도, 긴장 상태가 고조되면 가해자가 했던 맹세들은 물거품이 되고 그 자리에 한층 더 심해진 폭언과 위협이 들어선다.

출처 : <왜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상처받는가>

저자 : 조앤 래커 (Joan Lachkar)

정신분석학 박사로서 정신분석학을 비롯한 다양한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부부나 연인 관계,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을 연구해 학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실제로 심리치료사로도 활동하면서 많은 부부, 연인들과 상담하며 왜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지, 왜 상처받는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탐구했다. 그 결과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가 현재의 관계를 망가뜨린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람들이 자신의 원초적 상처를 깨닫고 그것과 화해함으로써 감정을 치유하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현재 남부 캘리포니아 정신분석연구소 회원이자 마운트세인트메리 대학 외래교수이며, 『정서적 학대(Journal of Emotional Abuse)』 지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자기애성과 경계성 커플』 『학대의 여러 얼굴들』이 있다.

 

※ 인터넷 서점 및 전국 서점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전나무숲
,

브이스폿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건강한 자아를 회복해야 한다. 하지만 자아는 이해하기 까다로운 개념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자아는 의식의 영역이고, 기억과 사고, 판단, 관심, 인식, 현실 검증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무의식으로 가는 길을 제공해주는 통로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이해하기 벅찬 개념인 것은 확실하다. 

최고로 노련한 정신과 의사들조차 자아의 중요성을 간과할 때가 있다. 그들은 종종 자아가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자아의 기능이 떨어져 경험을 통해 얻은 정보를 처리하지 못하면 추리력에도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 역시 잊어버릴 때가 있다. 

자아가 하는 기능 중 하나는, 어린 시절에 받은 인상과 지각들이 남겨놓은 기억의 흔적들을 지워버리고 외부 세계를 관찰해 순간을 사진으로 찍은 것처럼 보관하는 것이다. 또 다른 기능은 외부 세계를 반영해서 사람들이 현실의 경험에서 배우도록 도와주는 것이며, 이러한 기능은 결과적으로 불행에 빠진 사람을 구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너무도 자주 우리는 자아에 접속할 체력과 지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그래서 건강한 자아의 출현을 가로막는 이드(id)30나 초자아(super ego)에 맹목적으로 기댄다. 자아는 자기가 ‘아는’ 것에 저항한다는 점에서 이용하기 편한 것은 아니다.

흔히 사람들은 자아가 공포를 몰고 온다고 생각하지만, 자아는 진정제 효과를 내는 논리나 추론도 마치 수행 비서를 대동하듯이 함께 데려온다. 

자아의 기능은 본능을 인식하는 것에서 통제하는 것으로 발전한다. 자아는 정보를 흡수해 통합하고, 파괴적이고 나쁜 것에서 유용하고 좋은 것을 구분하는 법을 배운다. 자아는 비현실적인 것들 사이에서 현실적인 것을 구별해내는 능력이 있다. 

컨버그에 따르면, 자아는 기억에 저장된 경험의 잔재들을 뒤적이면서 욕망과 행동과 자꾸 뒤로 미루고 싶은 생각들 사이에서 갈등한다고 한다. 그런 식으로 자아는 이드 안에서 절대적 자리를 차지하던 쾌락원칙을 몰아내고 더 큰 안정과 성공을 약속하는 현실원칙을 권좌에 앉힌다.

이드와 현실 간의 중재를 시도하면서 자아는 지칠 줄 모르고 요구해대는 이드와 초자아에게 가끔씩 반응해주지 않을 수 없지만 그럴 때마다 회복력이 떨어진다. 

어떤 사람이 최고의 지성을 가졌는지를 시험하려면 과연 그 사람이 상반되는 두 가지 생각을 동시에 품고 있는 상태에서도 여전히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를 보면 된다.

자아가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우선 공격성을 인식하고 이를 승화시키는 것이다. 프로이트가 말한 귀중한 개념들 가운데 하나는 이드 지향적인 공격성과 관련된 것이다.

프로이트는 공격성을 살인적이고 파괴적이며 본능적인 충동을 더욱 건설적이고 창조적인 배출구로 돌리는 방법으로 보았다. 베토벤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청력을 상실한 베토벤은 괴로움을 훌륭한 음악으로 승화시켰다. 

또한 현실검증 능력을 기를 필요도 있다. 현실 검증은 객관과 주관을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현실 검증은 자신과 상대방을 구별하는 능력이고 자신의 감정을 현실적으로 평가하는 능력이다. 

어떤 자기애성 내담자는 진료 약속을 잡으려고 전화를 하고서는 자신이 불가능한 시간만을 쭉 늘어놓았다. “1시에는 네일숍에 가고, 2시에는 운동을 하러 가고, 3시에는 얼굴 마사지를 받으러 가고, 4시에는 친구를 만나러 가야 해요.” 그럼 언제 시간이 괜찮은지 물어보니, 그녀는 잘 모르겠다고 일정을 살펴보고 다시 전화하겠다고 했다. 

그녀는 자기를 성찰하는 능력이 부족하거나 그런 행동이 상대방을 얼마나 짜증나게 하는지 알려줄 ‘관찰하는 자아(observing ego)’가 결여된 사람이다. 그래서 그녀는 심리치료사란 바쁜 사람이어서 자유로운 시간이 별로 없고, 또 자기 마음대로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사람도 아니라는 정보를 정리하지 못한다. 

최소한 이 두 가지만 할 수 있다 해도 브이스폿이 주는 충격에서 어느 정도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왜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상처받는가>

저자 : 조앤 래커 (Joan Lachkar)

정신분석학 박사로서 정신분석학을 비롯한 다양한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부부나 연인 관계,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을 연구해 학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실제로 심리치료사로도 활동하면서 많은 부부, 연인들과 상담하며 왜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지, 왜 상처받는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탐구했다. 그 결과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가 현재의 관계를 망가뜨린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람들이 자신의 원초적 상처를 깨닫고 그것과 화해함으로써 감정을 치유하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현재 남부 캘리포니아 정신분석연구소 회원이자 마운트세인트메리 대학 외래교수이며, 『정서적 학대(Journal of Emotional Abuse)』 지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자기애성과 경계성 커플』 『학대의 여러 얼굴들』이 있다.

※ 인터넷 서점 및 전국 서점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전나무숲
,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능력이고,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 덕분에) 마법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려 항상 보고 싶은 마음에 관계를 시작하지만 그 이면에는 ‘관계를 일부러 파괴하고 위험에 빠뜨리고 싶은 억제하기 힘든 충동’이 도사리고 있다.

이것은 ‘제어하기 힘든 원초적인 기억들’ 때문에 사랑이 진행되는 것을 방해하는 일종의 ‘원시적 이상화(primitive idealization)’다.

이러한 ‘제어하기 힘든 원초적인 기억들’을 정신분석학에서는 원초적 상처(archaic injury)라고 부르고, 나는 ‘취약한 지점(vulnerable spot)’ 또는 ‘브이스폿(V-spot)’이라고 부른다.

브이스폿은 ‘감정적으로 가장 상처받기 쉬운 부분’을 일컫는 말이다. 브이스폿은 ‘원초적 상처’보다 사용하기 편하고 그 자체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말이다. 브이스폿은 지스폿(G-spot)에 상대되는 용어다. 지스폿이 쾌락과 관련 있다면 브이스폿은 고통과 관련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브이스폿이 자극받으면 생애 초기에 겪은 고통스럽고 충격적인 경험이 되살아난다. 누군가, 특히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급소를 건드리면 브이스폿이라는 방아쇠가 당겨진다. 아주 사소해 보이는 사건만으로도 펑 폭발한다. 말실수 하나, 거짓 행동 하나에 브이스폿은 활활 타오른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생애 초기의 트라우마로 생긴 이후부터 생이 다할 때까지 무의식적으로 붙잡고 놓지 않는 원초적 상처라고 설명한다. 브이스폿이 자극받으면 모든 이성과 감각이 마비된다.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기억, 인식, 판단, 현실 등) 모든 부분에 지각변동이 일어난다.

브이스폿은 심리학자들이 오랫동안 간과해온 영역이다. 브이스폿은 아주 사소한 것만으로도 자극을 받는다. 잘못된 말 하나 손짓 하나로도 폭발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폭발은 감정적으로 상처를 주는 관계나 갈등을 겪는 관계가 아닌 평범한 부부나 연인들 사이에서도 일어난다.

사랑으로 엮인 관계는 단순하지 않다. 감정적으로 고조되기 쉬운 수치심, 죄책감, 시기, 질투, 경쟁, 조종, 지배 등이 심하게 뒤얽혀 있어서 매우 복잡하다.

감정이 점점 고조되다 폭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브이스폿은 원자로와 비슷하다. 공격을 받으면 폭발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감정이 폭발하면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은 물론 섬세한 감수성까지 상실한다.

갑자기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모든 것이 뒤죽박죽되고, 기억력과 현실 인지력과 판단력이 흐릿해진다. 브이스폿이 노출되면, 자아(ego)는 조정하는 능력과 불안을 억누르는 능력 등 본연의 능력과 기능을 상실한다.

처음에는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던 불안도 자아가 보내는 신호들이 외면당하면 돌연히 공포가 된다.

이러한 감정적 상처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의 브이스폿을 직접 만나는 것뿐이다. 감정적 상처를 계속 받으면 브이스폿은 반복적으로 자극받아 점화된다. 그러나 브이스폿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면 자신이 왜 특정한 문제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큰 상처를 받는지 알아낼 수 있다.

브이스폿은 심리치료 과정에서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자신이 맺는 관계에서 브이스폿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파악하려면 음악에서 주된 멜로디가 계속 반복되듯이 자신이 자신만의 주된 소재를 얼마나 자주 반복하는지 계속 확인해야 한다.

치유 과정은 말로 설명하기에는 매우 어렵고 정교하며 복잡하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들조차 대부분 브이스폿을 초기의 트라우마와 자아와 방어기제와 연결시켜주는 요소들을 완전히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마음을 치유하는 일은 즉각 효과가 생기는 과정이 아니다. 무엇보다 먼저 우리가 어린 시절에 겪은 상처를 ‘경험’해야만 진정한 치유가 일어날 수 있다.

출처 : <왜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상처받는가>

저자 : 조앤 래커 (Joan Lachkar)

정신분석학 박사로서 정신분석학을 비롯한 다양한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부부나 연인 관계,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을 연구해 학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실제로 심리치료사로도 활동하면서 많은 부부, 연인들과 상담하며 왜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지, 왜 상처받는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탐구했다. 그 결과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가 현재의 관계를 망가뜨린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람들이 자신의 원초적 상처를 깨닫고 그것과 화해함으로써 감정을 치유하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현재 남부 캘리포니아 정신분석연구소 회원이자 마운트세인트메리 대학 외래교수이며, 『정서적 학대(Journal of Emotional Abuse)』 지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자기애성과 경계성 커플』 『학대의 여러 얼굴들』이 있다.

 

※ 인터넷 서점 및 전국 서점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전나무숲
,

비타민, 미네랄, 그 밖의 항산화물질을 보충제로 섭취하려면 ‘어느 정도의 양을 복용해야 효과가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런 경우 항노화 의학에서는 ‘필요량’이 아니라 ‘최적량’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예를 들어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영양권장량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량에 해당한다. 노화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섭취하는 경우라면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이 필요하다.

더욱이 요즘 농작물은 재배 방법이나 품종 개량 등의 영향으로 20년 전에 비해 영양소 함량이 30~70%나 줄었다고 한다. ‘필요량’만 섭취하려고 해도 옛날보다 훨씬 더 많이 먹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최적량’을 섭취하려면 얼마나 많이 먹어야 한다는 말인가?

양만 보면 아마 먹을 엄두도 나지 않을 것이다. 채소나 과일도 너무 많이 먹으면 섭취 열량이 증가해 저열량식의 효과가 반감되므로 오히려 안 한 것만 못한 게 된다. 이런 점에서 항산화물질은 일반적인 식사로 섭취하고 ‘최적량’에서 부족한 분량은 보충제로 채우는 것이 현명하다.

 

           

특히 비타민C는 항산화 네트워크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인간의 몸은 비타민C를 합성할 수 없기 때문에 식품이나 보충제를 통해 외부에서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한편 비타민A, 비타민E, 플라보노이드, 카로티노이드에도 최적량은 있겠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기가 매우 어렵다.

2007년에 <미국 의사협회지(JAMA)>에 실린 조사 결과를 보면 그 이유를 알 것이다. 베타카로틴, 비타민A, 비타민E를 단독 또는 다른 항산화물질과 조합해 섭취하면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 결과는 비타민 보충제를 꼬박꼬박 챙겨 먹던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그 전에도 특정 영양 성분을 단독 또는 다량으로 복용할 경우에 일어나는 위험이나 부작용에 관해 여러 가지 연구 결과가 보고된 적이 있었다. 예를 들어 단일 성분을 다량 복용해도 암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가 없다거나, 흡연자의 경우에는 오히려 발암 위험이 높아졌다는 결과도 있다.

결과들만 봐서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항산화 네트워크’라는 용어의 뜻을 되새겨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무리 효과가 뛰어난 영양소라도 그것 한 가지만 기능할 때보다는 다른 영양소와 상호작용할 때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 영양소의 균형을 강조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러니 항산화물질을 고루 섭취해야 항산화 네트워크도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베타카로틴이나 비타민A, 비타민E, 그 밖의 항산화물질의 효과는 이미 다양한 실험과 조사로 증명된 바 있다. 따라서 위의 조사 결과는 이 물질들의 효과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영양소만 다량으로 섭취하면 다른 영양소가 결핍되어 예상치 못한 악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것이다.

출처 : <당신안의 장수유전자를 단련하라>

저자 : 쓰보타 가즈오

게이오기주쿠대학 의학부 안과 교수로 일본항노화의학회 부이사장, 잡지 「안티에이징」 의학 편집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1955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1980년에 게이오기주쿠대학 의학부를 졸업하고 일본과 미국에서 의사면허를 취득했다. 1985년부터 미국 하버드대학에 유학하여 2년 뒤 각막전임의(clinical fellow) 과정을 수료했다. 2001년에는 몇몇 뜻 있는 의사와 함께 일본항노화의학회를 설립했다. 또한 세계 최초로 iPS 세포를 만들어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교수와의 공동 연구 등을 통해 안과 분야에 생명공학의 첨단 기술을 응용하고자 애쓰고 있다. 저서로 『불가능을 극복하는 시력 재생의 과학』, 『늙지 않는 생활법』, 『기분 좋게 생활하면 10년 오래 산다』 등이 있다.

※ 인터넷 서점 및 전국 서점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전나무숲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