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서 1958년부터 장기간 실시하고 있는 대규모 역학조사에 따르면 오래 사는 사람에게는 다음의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① 저체온
② 혈중 인슐린 농도가 낮다.
③ 혈중 DHEA 농도가 높다.
연구 결과 저열량식으로 시르투인 유전자가 활성화되면 위와 같은 상태가 되고, 대사증후군이 되면 정반대의 상태가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점에서도 대사증후군은 장수와 상극이다. 또 저열량식이 대사증후군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사실도 알 수 있다.
①의 저체온은 인체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절약 모드’가 되었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런 상태의 인체는 차로 말하자면 고연비 자동차에 해당한다. 평소에 엄청난 양의 휘발유를 써가며 시속 200km까지 달릴 일은 많지 않다.
50km 정도 달릴 수 있으면 생활하는 데 크게 불편하지 않고 과속으로 엔진이 과열되거나 고장 날 일도 없다. 이렇게 인체가 절약 모드로 생활하는 것은 천천히 오래도록 쾌적한 드라이브를 즐기는 것과 비슷하다.
②의 혈중 인슐린 농도 역시 장수와 관련이 깊다. 지속적으로 인슐린 농도가 높으면 인슐린저항성이 생겨 여러 가지 대사증후군의 원인이 된다. 바꿔 말해, 하루 세끼를 모두 배부르게 먹고 간식까지 꼬박꼬박 챙겨 먹으면 췌장이 인슐린을 아무리 많이 분비해도 감당하지 못한다.
결국 몸은 지치고 인슐린도 제 할 일을 거부하며 말을 안 듣기 시작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체내에서 소량의 인슐린이 효율적으로 기능하는 상태가 가장 바람직하다. 저열량식이 중요한 이유를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다.
③의 DHEA(DeHydro EpiAndrosterone)는 호르몬의 일종이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도 DHEA로부터 만들어진다. DHEA는 부신피질호르몬(스테로이드)과 마찬가지로 주로 부신에서 생성되는데, 이 때문에 염증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DHEA 농도는 사춘기 전에는 매우 낮다가 사춘기부터 급상승해 20세 무렵에 가장 높다. 그 후 차츰 낮아지다가 중년 이후에 급격히 떨어진다.
DHEA 농도와 장수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양하기 때문에 아직은 정확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90세 이상에서 혈중 DHEA 농도가 20대 수준인 경우에는 대사증후군이 없고 치매 증상도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고 보고된 적이 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진 후 한때 미국과 일본에서는 DHEA 보충제가 불티나게 팔렸다.
그러나 대규모 연구에서 DHEA 보충제의 효과를 부정하는 결과(<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 2007년 2월 8일호)가 나오자 불로장생을 꿈꾸던 많은 사람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은 나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요컨대 DHEA는 저열량식의 효과를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이나 장수의 ‘결과’는 될지언정 그것 자체가 장수의 ‘원인’은 아닐 것이다.
저열량식은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는 보충제나 약을 쓰지 않아 부작용이 없고 혼자서도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사증후군 예방법이다. 과유불급의 진리는 건강에도 적용된다. 시속 50km의 안전 운전으로 인생을 길고 여유롭게 즐기자.
출처 : <당신안의 장수유전자를 단련하라>
저자 : 쓰보타 가즈오
게이오기주쿠대학 의학부 안과 교수로 일본항노화의학회 부이사장, 잡지 「안티에이징」 의학 편집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1955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1980년에 게이오기주쿠대학 의학부를 졸업하고 일본과 미국에서 의사면허를 취득했다. 1985년부터 미국 하버드대학에 유학하여 2년 뒤 각막전임의(clinical fellow) 과정을 수료했다. 2001년에는 몇몇 뜻 있는 의사와 함께 일본항노화의학회를 설립했다. 또한 세계 최초로 iPS 세포를 만들어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교수와의 공동 연구 등을 통해 안과 분야에 생명공학의 첨단 기술을 응용하고자 애쓰고 있다. 저서로 『불가능을 극복하는 시력 재생의 과학』, 『늙지 않는 생활법』, 『기분 좋게 생활하면 10년 오래 산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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