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에는 아빠의 역할이 중요하다

초등학교 교사이기 전에 한 아이의 아빠로서 갈등을 느낄 때가 많다. 교사로서의 정체성은 확실하게 정립할 수 있지만, ‘아빠로서 50점이나 받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 때가 가장 그렇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아빠 역할이지 않나 싶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아빠의 역할이 가장 절실한 때는 바로 초등학교 고학년, 즉 사춘기에 다다르는 무렵이다. 이 시기에 아빠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아이가 문제행동을 했을 때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아빠나 엄마나 자식을 사랑하기는 매한가지이지만 아빠의 사랑과 엄마의 사랑은 그 성격이 조금 다르며, 아이들의 성장 단계에 따라 필요로 하는 사랑의 유형도 달라진다.

먼저 엄마의 사랑은‘보호’의 성격이 강하다. 아이가 어릴수록 엄마의 보호 성향이 아이들에게 믿음을 주어 엄마와 아이의 관계를 밀착시킨다.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는 아빠의 사랑 역시 ‘보호’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시기는 아이가 엄마를 더 찾을 때라 아빠가 엄마를 보조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하기는 힘들다. 그러면 아빠의 사랑은 무엇으로 표출될까? 바로 ‘열정과 질서’다. 열정은 사랑을 표현하는 다른 방법이다. 엄마도 아이에게 열정을 전해줄 수 있지만, 아빠만큼 하기는 힘들다.

초등학교 고학년에 들어서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사춘기를 겪는다. ‘질풍노도의 시기’ ,‘자아정체성 확립의 시기’라고 교과서에는 멋지게 표현되어 있지만 실제 가정에서 사춘기는 바로 짜증, 말대꾸, 딴짓, 대들기, 용모 치장, 친구들과의 긴 통화 등으로 부모들의 울화통을 자극하는 시기다.

이 시기가 되면 아이들은 엄마의 사랑, 즉 ‘보호’를 ‘간섭’으로 여긴다. 심하면 엄마를 훼방꾼이나 귀찮은 존재로까지 격하한다. 그로 인해 아이를 위해서 헌신적으로 사랑을 쏟아 붓던 엄마는 마음 한쪽이 떨어져 나가는 아픔을 느끼고, 그 아픔이 분노가 되어 다시 아이를 향하면서 잔소리가 늘어난다.

이런 상황이 오면, 아니 오기 전에 아빠가 역할을 해야 한다. 바로 앞서 이야기한 아빠의‘열정과 질서’를 표현해야 한다.

우선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빠가 직업에 대한 열정을 아이에게 전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5~6학년 때부터 일과 직업에 대해서 배운다. 그런데 아빠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를 모르는 아이들이 너무나 많다.

사무를 보든 공장에 다니든 상업이나 서비스업에 종사하든 아빠가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지 않으면 아이는 아빠를 신뢰하기 어렵다. 그러니 아빠가 하는 일을 아이들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어라.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막막하다면 “아빠가 요즘 무슨 일을 하는지아니?” 와 같은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해보자. 필요하다면 방학이나 휴일을 이용해서 직장에 아이들을 데려가는 것도 좋다. 아빠가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아이가 아빠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좋은방법이다.

사춘기 아이와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것도 절실한데, 이때는 아이를 우리 회사의 신입사원이라고 생각하고 대하면 된다. 인격을 존중하되 자신이 상사라 생각하고 품위를 지키며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이다. 물론 마음속에는 가족으로서 사랑하는 마음이 더 크게 깔려 있어야한다.

아이들은 신기하게도 아빠의 그런 마음을 읽는다. 아이들은 협상과 대화의 주도권이 아빠에게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빠와 협상을 벌일 것이다. 그러나 곧 아빠는 잔소리 심한 엄마보다 더 무섭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질서’를 배워 나간다.

출처 : <영화를 함께 보면 아이의 숨은 마음이 보인다>

저자 : 차승민 (경남 창원 전안초등학교 교사)

‘부끄럽지 않은 선생이 되자.’
1998년 3월에 초등학교로 발령받아 아이들을 가르친 지 15년이 넘은 그는 화려한 프로필 대신 이 한 마디로 자신을 소개한다. 그는 처음부터 교사로서의 사명감과 교육자적 신념이 투철한 모범 교사가 아니었다. 천신만고 끝에 교육대학에 입학하고 우여곡절 끝에 졸업해 교사가 되었지만, 능력과 재능이 뛰어난 동료와 선후배 교사들 사이에서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급급해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를 의미 깊게 생각하는 아이들의 눈빛을 느끼면서 철부지에서 진정한 교사로 거듭나게 된다.
그는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초등영화교육 전문가다. 우연한 기회에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보면서 시작된 영화 수업은 벌써 1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그는 이 책에 교육 현실에 대한 책임과 비판, 반성은 물론 요즘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을 솔직하게 풀어놓았다. 또한 10여 년 동안 교육 현장에서 검증한 영화교육의 효과, 영화 감상 지도 노하우, 난이도별 영화 목록과 지도 가이드까지 고스란히 담았다.
현재 초등영화교육의 노하우를... 담은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고 있으며, 다양한 형태의 강의를 통해 동료 교사들에게 초등영화교육의 방법을 전수하고 있다.

‘차승민의 초등영화교실’ 인터넷 카페 http://cafe.naver.com/chasm98/

※ 인터넷 서점 및 전국 서점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전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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