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 친구를 사귀는 아이들을 보면 시답지 않을 때가 많다. 몇 천 원짜리 커플 목걸이나 커플링을 끼고 돌아다니고, 하트를 담은 문자를 날린다. 기가 막힐 지경이다. 한참 예민하고 성에 눈을 뜰 나이라서 부모들은 염려하지만 실제로 부모들이 염려하는 것만큼 이성 관계 때문에 큰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아이들의 이성 교제의 특징을 알고 나면 한결 마음이 놓일 것이다.

■ 사귀는 기간이 짧다
6학년 교사만 10회를 하면서 관찰해본 결과 6개월 이상 이성 교제를 하는 아이들은 거의 없었다. 요즘은 더욱더 사귀는 기간이 짧아져 한 달 이상 사귀면 장수커플로 인정받는다. 교제 기간이 짧은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흔한 이유는 남학생의 변심과 여학생의 방조다. 남학생의 변심이 가장 흔한 이유인데, 변심이 잦은 남학생은 아이들 사이에서도 ‘바람둥이’라고 놀림을 당하기도 한다. 신기한 것은 바람둥이인 줄 알면서 이 남학생과 사귀는 여학생이 끊이질 않는다는 점이다.
여학생의 방조는 느슨한 결속력 때문에 빚어진다.


“나도 너 한테 별 관심 없었어.”
“네가 하도 날 좋아한다고 하니까 그냥 사귀어 준거야.”
“난 상관없으니까 헤어지고 싶으면 헤어져.”


이렇게 쿨하게 헤어지는 것을 여학생의 방조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렇게 헤어지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여학생이 동성 친구에게처럼 남학생에게도 강한 결속을 요구해서 문제가 생기면 교사도 감당하기 힘들다.

■ 강렬할수록 실속은 없다
요즘 아이들은 휴대폰을 들고 다닌다. 수업 시간에는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해도 이성 친구가 수시로 보내는 문자를 확인하다가 적발되는 아이들이 간혹 있다. 문자를 확인해보면 누구와 어떻게 사귀는지 훤히 알 수 있다.

손발이 오글거리는 대화들로 넘쳐나고, 특히 사랑을 고백하는 초반 대화들은 웬만한 어른들보다 더 강렬하게 애정을 갈구하는 내용이 많다. 그러나 내용이 강렬할수록 실속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때로 어른들보다 더 쿨하다
아이들이 쿨한 이유는 상처받기 싫어서다. 그래서 남학생들은 한 명에게 고백하기보다는 여러 명에게 대시를 한다. 몇 명 중에 한 명이라도 자신의 대시를 받아주면 한명에게만 집중했을 때 보다 덜 상처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학생은 남학생의 강렬한 대시를 즐기는 편이다. 겉으로는 “귀찮다”, “바람둥이다”라고 놀리지만 자신에게 대시한 남학생을 매몰차게 내치지는 않는다. 대신 “네가 간절히 원하니 하는 것 봐서 사귀어줄게”정도로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니 마음을 다 주지는 않는다. 사랑한다고 하니까 그리 나쁘진 않고, 예쁘다고 하니까 내심 기분 좋아 거울 한번 더 보고, 커플링 주니까 껴주고, 시시콜콜한 문자 오니까 심심하진 않고, 또 누가 나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하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아쉬운(?) 대로 지금 사귀는 아이랑 잘 지내려 한다.

■ 비밀스러운 관계인데 모든 아이들이 다 안다
아이들한테는 누가 누구랑 사귄다는 이야기가 지구 멸망 다음으로 큰 화젯거리다. 누가 누구를 좋아하고 사귀는지에 아이들은 매우 관심이 많다. 특히 아직 이성 친구가 없는 아이들(예비 커플)은 다른 아이들이 사귀는 것에 매우 관심이 많다.

■ 끝은 미약하다
헤어지기까지 보통 한 달에서 두 달 정도 걸린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듯이 같이 공부하고, 집에 바래다주고, 힘든 일은 위로해주고, 힘이 되어주는 관계는 10퍼센트나 될까 말까 하다. 온 학급과 학교를 들썩이게 하던 커플도 끝날 때는 흐지부지하게 끝난다.

그렇다고 서로 미워하며 끝내는 경우는 드물고, 미련 없이 떠나고 게임을 즐기듯이 새로운 사람을 찾는다. 설령 헤어지는 것을 괴로워한다 해도 잠시뿐, 금세 새로운 만남을 시작할 준비를 하는 것이 요즘 아이들이다.

출처 : <영화를 함께 보면 아이의 숨은 마음이 보인다>

저자 : 차승민 (경남 창원 전안초등학교 교사)

‘부끄럽지 않은 선생이 되자.’
1998년 3월에 초등학교로 발령받아 아이들을 가르친 지 15년이 넘은 그는 화려한 프로필 대신 이 한 마디로 자신을 소개한다. 그는 처음부터 교사로서의 사명감과 교육자적 신념이 투철한 모범 교사가 아니었다. 천신만고 끝에 교육대학에 입학하고 우여곡절 끝에 졸업해 교사가 되었지만, 능력과 재능이 뛰어난 동료와 선후배 교사들 사이에서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급급해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를 의미 깊게 생각하는 아이들의 눈빛을 느끼면서 철부지에서 진정한 교사로 거듭나게 된다.
그는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초등영화교육 전문가다. 우연한 기회에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보면서 시작된 영화 수업은 벌써 1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그는 이 책에 교육 현실에 대한 책임과 비판, 반성은 물론 요즘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을 솔직하게 풀어놓았다. 또한 10여 년 동안 교육 현장에서 검증한 영화교육의 효과, 영화 감상 지도 노하우, 난이도별 영화 목록과 지도 가이드까지 고스란히 담았다.
현재 초등영화교육의 노하우를... 담은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고 있으며, 다양한 형태의 강의를 통해 동료 교사들에게 초등영화교육의 방법을 전수하고 있다.

‘차승민의 초등영화교실’ 인터넷 카페 http://cafe.naver.com/chasm98/

※ 인터넷 서점 및 전국 서점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전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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