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는 누구나 방어기제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마음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보호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들이 없으면 우리 마음은 너무열려서 불친절하거나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이나 상황들로부터 쉽게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어릴 적 집이나 학교,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때는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럽고도 필요한 일입니다. 방어기제가 어린 나를 보호해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방어기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방어기제는 눈에 보이지 않게 자신에게 상처를 주면서 발전을 방해합니다. 이번 회부터는 내 마음 속에서 잘못 뿌리 내리고 있는 방어기제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

승화 

자신 혹은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받아들이기 힘든 생각이나 기분을 용인할 수 있는 행동으로 바꾸는 것

"편치 않은 욕구나 감정을 남들이 인정할 만한 활동에 쏟아부어!"

용납할 수 없는 성적·공격적 충동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미술·음악·문학 등의 창작 활동이나 격렬하거나 아찔한 스포츠를 통해 해소하는 것이다. 다른 방어기제와 달리 욕구를 억누르거나 숨기지 않고 발산하도록 하므로 건전한 방어기제라고 할 수 있다.

승화가 없다면 우리는 승화가 우리 삶에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매일 놓치고 살 것이다. 교향곡, 달콤한 사랑 노래, 강렬한 록 등 음악을 들으면서 얻는 기쁨을 생각해보자. 유명한 요리사의 아주 독특한 디저트, 사진이나 그림, 아주 웃기거나 눈물샘을 자극하는 영화를 보면서 감정이 가득 차오르는 것을 느낀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창조적 예술품 중 많은 것들은 승화를 통해 꽃을 피운 것이다.

파블로 피카소, 앤디 워홀과 같은 유명한 예술가는 물론 지역문화센터에서 조각을 배우는 사람,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는 데 심취해 있는 아이, 요리 수업에서 난생처음 커틀릿을 만들어보는 젊은 여성, 중학교 교향악단의 아이들, 대본을 몇 번이나 고쳐 쓰는 초보 시나리오 작가, 학교 신문 기사를 작성하는 소년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승화를 이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Which came first, the man or the mouse? by Abby Lanes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물론 필자들은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창조적 작업을 하는 인간들의 내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전혀 모른다. 그들을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사람은 어려서부터 깊은 감정과 심리적 갈등을 안고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그러한 무의식적 투쟁을 해소하고 진정시켜줄 특정한 길들을 선택한다는 사실은 확실히 알고 있다.

 그중 어떤 길은 다른 길보다 좀 더 성공적이고 보람이 있다. 많은 이론가들도 내면의 괴로움과 성욕, 공격성, 허기 등과 같이 인간의 본능적 충동을 다른 것으로 돌리는 방법인 ‘승화’라는 방어기제가 영감과 독창성의 기본이 된다고 믿는다.

사람이 욕망과 충동을 만족스럽고 칭찬받을 만한 행동으로 바꿀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방어기제가 그러하듯이 승화에도 부정적인 면이 존재한다. 승화는 ‘자신의 전체 그림’을 잘 보지 못하도록 방해할 수 있다. 모든 방어기제는 내면에서 인식하지 못하는 고통과 불안, 갈등을 전환하는 데 관여한다. 그것들로 인한 결과가 궁극적으로 소중할 때라도 말이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정신건강 및 미디어 센터에서 최근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많은 아동이 화와 스트레스를 비롯한 여러 감정을 처리하기 위해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승화의 형태도 심리적으로 건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다른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을 하면 현실의 폭력에도 무감각해질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게임 캐릭터가 폭력으로 뭔가 보상을 거둘 때 비디오 게임을 하는 사람의 공격적 사고와 행동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적개심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video game night, invasion from space #1
video game night, invasion from space #1 by gnackgnackgnack 저작자 표시비영리

게임에서 보상이 아닌 벌을 받는 폭력적인 행동 역시 적개심을 증가시키지만, 공격적 사고와 행동에는 영향을 덜 미친다. 따라서 승화를 택할 때는 자신에게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은 방법을 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출처 : <내가 말하는 진심, 내가 모르는 본심>, 도서출판 전나무숲

저자 : 매릴린 케이건 (Marilyn Kagan)

로스앤젤레스에서 25년 이상 개업의로 일해온 공인임상사회복지사(LCSW)이다. 전문 심리치료사와 사회복지사의 역할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자격). 샌디에이고 주립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남부 캘리포니아 정신분석연구소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수련했다. 20대부터 30대 초반까지 배우로도 활동했던 매릴린은 미디어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심리 전문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로스앤젤레스의 KFI 방송국에서 8년간 인기 토크쇼를 진행하며 청취자들의 고민을 세심하게 상담해주었으며, 3년간 진행한 「매릴린 케이건 쇼(The Marilyn Kagan Show)」는 에미상 수상작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 외에 E! 방송국의 「토크 수프(Talk Soup)」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는 등 주요 프로그램에 해설자로 자주 출연하고 있다.

저자 : 닐 아인번드 (Neil Einbund)

공인임상심리치료사이자 결혼 및 가족 치료 전문가. 1988년부터 개업의로 일하며 가족 관계, 결혼 생활, 중독, 이혼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상담치료를 하고 있다. 남부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1988년에 박사학위를 받았고, 캘리포니아주 마리나 델 레이(Marina del Rey)에 있는 안티오크 대학교(Antioch University) 심리학과 석사 과정에서 교수로도 일했다. 지난 20년간 미국 유대대학교에서 부부 상담 프로그램인 ‘성공적인 결혼 생활을 위하여’를 진행해왔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슬픔 치유 모임’을 주말마다 운영하고 있다.

※ 인터넷 서점 및 전국 서점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전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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