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는 누구나 방어기제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마음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보호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들이 없으면 우리 마음은 너무열려서 불친절하거나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이나 상황들로부터 쉽게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어릴 적 집이나 학교,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때는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럽고도 필요한 일입니다. 방어기제가 어린 나를 보호해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방어기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방어기제는 눈에 보이지 않게 자신에게 상처를 주면서 발전을 방해합니다. 이번 회부터는 내 마음 속에서 잘못 뿌리 내리고 있는 방어기제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

전치

놀랍거나 굴욕적이거나 불쾌한 기분과 충동을 좀 덜 위협적으로 보이는 사람이나 사물에게로 돌리는 것

“A 때문에 불쾌한 이 기분을 무엇에, 누구에게 풀지?”

대표적인 예로는,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혼난 아이가 그 분노를 덜 위협적인 동생에게 화풀이하며 푸는 것을 들 수 있다.

누군가로 인해 기분이 불쾌해지고 화가 나거나 당황한 적이 있는가? 그 때문에 당신이 유지하고 싶어하는 이미지가 엉망이 되고 마는 그런 상황 말이다. 이런 상황에 처하면 당신은 자존감을 지키는 데 도움을 주는 방어기제인 ‘전치(Displacement)’에 의존할 것이다.

전치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나약한’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 화를 내거나, 악의를 품거나, 고통스러운 기분(그 기분에 따라 행동하기에는 너무 위험하고, 이해하기에는 너무 무서운 기분)을 어딘가로 밀쳐내려고 한다. 덜 위협적으로 여겨지는 사람이나 동물 등 다른 대상을 공격함으로써 부정적인 기분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에서 도피하는 것이다.

Never trust an Ewok
Never trust an Ewok by Stéfan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그러나 뒤죽박죽인 기분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풀더라도 진정한 만족감, 모든 일이 제대로 됐다는 기분은 느끼지 못한다. 게다가 불쾌한 감정을 누군가에게 전치함으로써 생긴 새로운 문제, 즉 죄책감, 꺼림칙함, 분노, 후회, 당황스러움, 자신이 무능하게 느껴지는 기분을 처리해야 한다. 가장 골치 아픈 문제는 전치를 사용한 뒤에도 처음의 분노가 내면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전치는 흔히 남을 괴롭히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화와 좌절감을 가장 쉬운 상대에게 푸는 것이 남을 괴롭히는 게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런 행동은 초등학생이나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최근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들의 37퍼센트(약 5400만 명)가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umpkin-on-pumpkin violence
Pumpkin-on-pumpkin violence by mkrigsman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미네소타 대학의 연구자들은 괴롭힘을 당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남을 괴롭힐 가능성이 크며, 괴롭힘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고 지적한다. 이는 당신이 아무 생각 없이 낸 화가 가족과 사회에까지 침투하여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사람들은 가끔은 전치에 의지한다. 불쾌한 감정을 불러일으킨 원래 상대에게 그 기분을 풀지 못하고, 그 사람보다 상대하기 쉬운 사람에게 애꿎은 분풀이를 한다. 그러나 전치는 불편하고 불만스러운 기분을 들게 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출처 : <내가 말하는 진심, 내가 모르는 본심>, 도서출판 전나무숲

저자 : 매릴린 케이건 (Marilyn Kagan)

로스앤젤레스에서 25년 이상 개업의로 일해온 공인임상사회복지사(LCSW)이다. 전문 심리치료사와 사회복지사의 역할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자격). 샌디에이고 주립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남부 캘리포니아 정신분석연구소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수련했다. 20대부터 30대 초반까지 배우로도 활동했던 매릴린은 미디어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심리 전문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로스앤젤레스의 KFI 방송국에서 8년간 인기 토크쇼를 진행하며 청취자들의 고민을 세심하게 상담해주었으며, 3년간 진행한 「매릴린 케이건 쇼(The Marilyn Kagan Show)」는 에미상 수상작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 외에 E! 방송국의 「토크 수프(Talk Soup)」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는 등 주요 프로그램에 해설자로 자주 출연하고 있다.

저자 : 닐 아인번드 (Neil Einbund)

공인임상심리치료사이자 결혼 및 가족 치료 전문가. 1988년부터 개업의로 일하며 가족 관계, 결혼 생활, 중독, 이혼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상담치료를 하고 있다. 남부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1988년에 박사학위를 받았고, 캘리포니아주 마리나 델 레이(Marina del Rey)에 있는 안티오크 대학교(Antioch University) 심리학과 석사 과정에서 교수로도 일했다. 지난 20년간 미국 유대대학교에서 부부 상담 프로그램인 ‘성공적인 결혼 생활을 위하여’를 진행해왔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슬픔 치유 모임’을 주말마다 운영하고 있다.

※ 인터넷 서점 및 전국 서점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전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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