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은 신체구조상 외부물질을 입과 코로만 받아들이게 되어 있다. 따라서 피부로는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못한다. 피부는 외부를 차단하는 장벽이며, 체내 수분의 증발을 막고 유해물질이나 병원균의 침입도 막는다.

인간의 몸은 약 70%가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수분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물을 통과시키지 않는 막(각질층)이 몸 전체를 덮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에서 수영을 하거나 입욕을 할 수 있는 것도 이 장벽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장벽 기능이 없었다면 바닷물이나 따뜻한 물이 체내로 유입되고 말았을 것이다.

각질층은 두께가 겨우 0.02mm에 불과하지만, 같은 두께의 폴리에틸렌(PE. 플라스틱)과 맞먹을 만큼 방수성이 강하다. 표피세포는 끊임없이 피부 표면으로 밀려 올라가 각질세포로 변해서 각질층을 형성한다. 피부 표면에 도달한 각질세포는 때로 떨어져나간다. 이 과정을 피부의 신진대사혹은 턴오버라고 하며, 주기는 대략 4(28).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 주기는 길어진다.

이처럼 견고한 장벽 기능으로 인해 피부 속에는 아무것도 스며들지 못한다. 고가의 콜라겐 화장품을 발라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먹으면 어떨까? 최근 먹는 콜라겐이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소용없기는 매한가지다. 섭취한 콜라겐은 위에서 아미노산으로 분해된 뒤 장에 흡수되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해봤다. 목욕을 할 때 목욕물이 우리 몸속까지 들어오지 않는 걸 보면 피부에 무얼 발라도 스며들지 않는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피부의 장벽 기능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내가 피부의 장벽 기능에 관해서 이야기하면 다들 눈이 동그래지며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듣고 보니 그렇네요. 하지만 잡지나 방송에서는 화장품 성분이 피부에 침투한다라고 광고하잖아요. 그리고 화장품을 바를 때면 스며드는 느낌이 나는 걸요.”

당신 말이 맞아요. 하지만 화장품은 특별히 피부 속까지 흡수될 수 있도록 만들지 않았을까요?”

이들의 말이 아주 틀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장벽 기능으로 스며들지 않는다는 것은 장벽 기능을 파괴하면 스며든다는 것이며, 실제로 화장품은 피부의 장벽 기능을 파괴함으로써 피부 속으로 스며드는 게 진실이다. 무언가가 피부에 스며들게 하기 위해 장벽 기능을 파괴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의료 행위 : 치료를 하려면 약품을 침투시켜야 한다. 그래서 약품을 사용해 일시적으로 장벽 기능을 파괴한다. 이 경우 보통 24시간이 지나면 거의 회복된다.

화장품 : 화장품에 들어 있는 계면활성제는 장벽 기능을 파괴해서 유효 성분을 침투시킨다. 따라서 피부는 건조해지고 노화가 촉진된다. 이 경우 피부에 스며든다고 할 수 있지만 피부가 해를 입는 건 피할 수 없다.

물과 기름은 섞이지 않지만 계면활성제를 넣으면 잘 섞인다. 그래서 계면활성제는 유화제라고도 불리며 로션이나 크림, 세제를 만들 때 꼭 들어간다. 하지만 계면활성제는 피부에 해를 끼치는 단점이 있다.

계면활성제의 유해성을 생각하면 끈적임 없이 가볍게 스며드는 화장품이 피부에 더 나쁘다. 수분이 많으면 많을수록 방부제와 계면활성제가 많이 들어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즉 에센스와 크림 중에서는 에센스가, 파운데이션에서는 리퀴드 타입크림 타입 파우더 타입순으로 피부에 자극적이다.

출처 : <피부도 단식이 필요하다> (도서출판 전나무숲)

저자 : 히라노 교코

1945년 출생. 오차노미즈대학을 졸업한 뒤 독일 튜빈겐대학에서 수학했다. 일본에서 손꼽히는 독일어 번역작가로, 발터 뫼르스의 소설 《캡틴 블루베어의 13과 1/2 인생》을 번역해 2006년 독일 정부로부터 레싱번역상을 받았다. 대표적인 역서로는 《난징의 진실(南京の眞實)》, 《균열(均熱)》, 《토니오 크뢰거》 등이 있고, 저서로는 《단가로 읽는 괴테(三十文字で詠むゲㅡテ)》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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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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