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는 누구나 방어기제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마음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보호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들이 없으면 우리 마음은 너무열려서 불친절하거나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이나 상황들로부터 쉽게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어릴 적 집이나 학교,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때는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럽고도 필요한 일입니다. 방어기제가 어린 나를 보호해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방어기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방어기제는 눈에 보이지 않게 자신에게 상처를 주면서 발전을 방해합니다. 이번 회부터는 내 마음 속에서 잘못 뿌리 내리고 있는 방어기제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

부정은 자신의 존재를 완전히 무너뜨릴 수도 있는 위협스런 상황에 처해서도 계속 살아갈 수 있게 해주고,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은 역경을 견딜 수 있게 해준다. 30년 동안 함께해온 부부를 생각해보자.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면 아내는 큰 충격에 휩싸일 것이다. 그러나 아내는 마음을 굳게 먹고 장례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는 잠시라도 부정 속에 자신을 숨겨야만 심적 고통을 이겨내고 장례를 치를 수 있다.

모든 장례 절차를 치르고 아내 혼자 조용한 공간에 남게 되면 비로소 깊은 슬픔을 느끼게 된다. 부정은 아내가 힘든 상황에서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일’을 하는 동안 그녀와 함께 있어주었고, 그 일을 무사히 끝낸 뒤에는 그녀가 경험해야 하는 기분에 자리를 내주고 물러난 것이다.

인생의 큰 사건을 겪을 때만 부정이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일상에서도 부정은 흔히 사용된다. 대표적인 예가 운전이다. 차를 몰다 보면 어떤 위험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모든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 타이어에 구멍이 날 수도 있고, 갑자기 돌이 날아와서 창이 깨질 수도 있으며, 딱지를 떼일 수도 있다. 아니면 심각한 교통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매순간 그런 사실을 의식하며 살 수는 없다. 그러다가는 ‘혹시… 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 때문에 아예 운전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경우 부정은 도움이 된다. 운전이 가져올 수 있는 온갖 위험을 부정하는 덕분에 운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Learn to let go ! by R.O Mania♥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부정은 마치 호흡과도 같다.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필요에 따라 부정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호흡을 의식하지 않듯이 부정을 사용할 때도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부정이라는 방어기제는 필요할 때 이처럼 삶의 불편한 측면을 극복하게 해준다.

그러나 우리가 감정을 온전히 느끼는 것을 계속해서 방해한다면 부정은 무척 위험한 장애물이 된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격리시키며, 그보다 더 중요하게는 자신이 원하는 것, 필요로 하는 것, 소망하는 것으로부터 격리시켜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하고, 삶에서 느낄 수 있는 더 큰 만족감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출처 : <내가 말하는 진심, 내가 모르는 본심>, 도서출판 전나무숲

저자 : 매릴린 케이건 (Marilyn Kagan)

로스앤젤레스에서 25년 이상 개업의로 일해온 공인임상사회복지사(LCSW)이다. 전문 심리치료사와 사회복지사의 역할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자격). 샌디에이고 주립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남부 캘리포니아 정신분석연구소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수련했다. 20대부터 30대 초반까지 배우로도 활동했던 매릴린은 미디어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심리 전문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로스앤젤레스의 KFI 방송국에서 8년간 인기 토크쇼를 진행하며 청취자들의 고민을 세심하게 상담해주었으며, 3년간 진행한 「매릴린 케이건 쇼(The Marilyn Kagan Show)」는 에미상 수상작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 외에 E! 방송국의 「토크 수프(Talk Soup)」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는 등 주요 프로그램에 해설자로 자주 출연하고 있다.

저자 : 닐 아인번드 (Neil Einbund)

공인임상심리치료사이자 결혼 및 가족 치료 전문가. 1988년부터 개업의로 일하며 가족 관계, 결혼 생활, 중독, 이혼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상담치료를 하고 있다. 남부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1988년에 박사학위를 받았고, 캘리포니아주 마리나 델 레이(Marina del Rey)에 있는 안티오크 대학교(Antioch University) 심리학과 석사 과정에서 교수로도 일했다. 지난 20년간 미국 유대대학교에서 부부 상담 프로그램인 ‘성공적인 결혼 생활을 위하여’를 진행해왔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슬픔 치유 모임’을 주말마다 운영하고 있다.

※ 인터넷 서점 및 전국 서점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전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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