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은 위험하고 해로우며, ‘은 안전하고 이롭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렇듯 독과 약은 서로 대립되는 별개의 존재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볼 때 독과 약은 큰 차이가 없다. 독과 약은 둘 다 생물 활성에 영향을 미치며, 본질적으로는 같은 존재다.

흔히 알고 있듯, 특정한 종류의 독이 약이 되는 것이 아니라, 독과 약은 같다고 할 수 있다. 똑같은 화학물질이 어떨 때는 독이 되고, 어떨 때는 약이 되는 것은 단지 양의 차이 때문이다. 맹독물질이라도 양을 더하거나 줄임으로써 약이 되고, 반대로 약으로 쓰이는 물질도 일정량을 초과하면 생명을 위협하는 독이 된다.

예를 들어, 강한 유독 식물인 투구꽃의 덩이뿌리를 건조시킨 것을 한방에서는 부자(附子)’라 하여 강심제나 이뇨제로 사용한다. 그러나 부자의 양을 잘못 조제하면, 구토나 입술 마비를 일으켜 곧바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무서운 맹독으로 돌변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 같은 차이가 생기는 걸까?

바로 투구꽃에 들어 있는 아코니틴(aconitine) 때문이다. 아코니틴은 신경세포에 있는 나트륨 통로를 제멋대로 열고 대량의 나트륨 이온을 세포 내로 유입시켜 신호가 전달되는 것을 방해한다. 그 결과,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의 분비가 억제돼 신경회로의 신호 전달이 방해를 받는다. 만약 신경이 극도로 흥분해 있을 때 아코니틴을 적당량 투여하면, 이내 흥분이 가라앉고 정상으로 돌아오는데, 이는 아코니틴의 약으로서의 효능이다.

출처: <독은 우리 몸에 어떤 작용을 하는가> (전나무숲 출판사)

● 지은이 _ 다나카 마치(田中真知) 

과학 전문 작가이자 번역가로 활동하며 전문 분야의 글쓰기에 재능을 발휘하고, 특히 과학 분야의 특정 주제를 알기 쉽게 풀어써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1990년부터 1997년까지 이집트에 머물면서 아프리카·중동 각지를 다양한 관점에서 취재, 여행하며 여행의 기록을 책으로 펴내 큰 인기를 얻었다. 저서로는 『도서관 탐험 – 자연이 만든 형태』 『아프리카 여
행기』 『어느 날 밤, 피라미드에서』 『지구에서 산다(전4권)』 등이 있고, 역서로는 그레이엄 행콕의 『신의 지문』 『혹성의 암호』 등이 있다. 

감수 _정해관 

국립독성연구원에서 신경독성과 유전독성분야의 연구를 담당했으며,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청 보건연구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1972년 건국대학교 축산대학을 졸업하고 1982년 동 대학원 생물학과 미생물학을 전공해 이학석사가 되었다. 1982년 일본 정부 초청으로 일본동경대학대학원 농예화학 전문과정에서 구조 분자생물학을 전공해 농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8년부터 국립보건안전연구원(현 국립독성연구원) 보건 연구관으로 재직했고, 1991년에는 미국 국립환경보건과학연구소(NIEHS)의 객원연구원을 거쳐 1994년에는 일본국립암센터연구소 초빙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암 억제 유전자의 기능 해석에 관한 연구를 했다.

Posted by 전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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