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회에서 계속)

이들의 얘기를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이들은 언제나 자신들이 버틸 수 있는 최대 한계까지 버티다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황이라는 판단이 들어야만 저항을 포기하고 떠나기 때문이다. 일단 힘든 치료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온갖 거짓말과 기만으로 환자에게 겁을 주고 치료자를 속이려 하는 것이 이런 인격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따라서 치료자는 이들이 하는 말을 무조건 무시하거나 믿어서는 안 되며,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대화를 이끌어가면서 환자가 이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를 보호하며 나아질 수 있는 힘을 키우도록 도와줘야 한다. 동시에 이 정체불명의 인격들을 무력화하는 치료 작업도 병행해가야 한다. 이 치료 원칙에 따라 나는 환자에게 스스로를 보호하고 내면의 힘을 길러줄 수 있는 방법들을 몇 가지 설명해주고 따라하도록 했다.


환자의 상상력과 의지, 의식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이 작업을 시작하자 그 인격들은 곧 심한 괴로움을 호소하며 환자의 몸을 뒤틀기 시작했고, ‘앞으로 이 사람을 편하게 해주겠다’는 다짐을 하며 치료를 중단해줄 것을 간청했다.
그 날의 치료는 일단 이들로부터 환자를 편하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후 끝냈다. 최면에서 깨어난 환자는 당황하고 얼떨떨한 표정이었지만 머리가 무척 가볍고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최면 상태에서 겪은 현상과 대화에 대한 그의 질문에 대답해주고 자기훈련 기법들을 가르쳐주면서 평소에도 자주 연습할 것을 당부한 후 치료를 마쳤다.

다음 시간의 치료는 환자가 어린 시절부터 겪었던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와, 자라면서 서로 큰 영향을 주고받았던 가족관계와 집안 이야기, 현재의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한 대화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살아오면서 제대로 처리하거나 소화시키지 못한 채 가슴속 깊이 쌓아놓은 과거로부터의 괴로운 감정과 고통들을 해소하며 그 이면에 숨어 있는 다른 인격들을 무력화시키고 건강한 힘을 되찾는 최면 기법을 병행해 치료를 진행시켰다.

첫 치료 후 이틀간, 환자는 여러 증상의 일시적 완화와 악화를 몇 번 경험하며 혼란스러웠지만 치료 시간에 배운 훈련을 거듭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더 마음이 안정되어갔고, 두 번째 치료 후에는 모든 증상이 전반적으로 호전되며 더 편안해졌다. 

사진출처=http://instantselfhypnosissecrets.com

세 번째 시간에는 정확한 숫자를 알 수 없는 여러 개의 다른 인격이 환자를 떠났다. 그 이후 환자는 ‘불안과 위축감, 냄새에 대한 강박 증상이 훨씬 줄어들었다’고 했다. 다른 인격들이 환자를 떠나는 상황은 아래와 같이 진행되었다.

김 : 이제 나갈 준비가 되었나?
박 : 좀 도와주세요.
김 : 어디로 가야 할지는 알고 있어?
박 : 네, 하늘로 갈 거예요.

이들이 주장하는 대로 환자의 외부에서 들어온 미지의 존재들이라면 환자에게서 분리시켜 내보내야 한다. 하지만 환자의 내면에서 충격으로 인해 떨어져 나온 조각으로 형성된 다른 인격이라면 그들 각각이 가진 문제점을 치료해 전체인격과 통합시켜나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이 인격들의 주장을 일단 받아들여 나는 이들이 원하는 대로 환자에게서 떠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 치료 이후 환자는 훨씬 편해졌고 냄새에 대한 불안과 강박 증상도 거의 없어졌다.

사람이 많은 장소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져 그동안 마음대로 하지 못하던 외출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자 그는 스스로를 시험해본다며 지나칠 정도로 돌아다녔다. 이때의 상태를 그는 ‘기분이 갑자기 너무 좋아져서 붕붕 떠다녔다’고 표현했다. 이렇듯 환자는 극적인 호전에 지나치게 흥분해 일시적으로 감정이 불안정해지기도 했으나 곧 정상으로 돌아왔다.

첫 최면치료를 마친 뒤부터 오랫동안 먹고 있던 약을 모두 중단했고, 세 번째 치료 후에는 불편한 증상이 거의 없어져 치료를 종결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두 번의 추가 최면치료와 면담을 통해 치료와 관련된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충분히 대화를 나누었다. 이후 한 달 정도를 지켜본 결과 증상 재발은 전혀 없었고 시간이 갈수록 환자는 더 안정되어갔다.

‘증상이 없어질 때까지’로 정했던 1차 치료 목표에 도달했다고 판단되어 환자와 상의 끝에 치료를 끝내기로 하고 평소 생활에서 혼자 할 수 있도록 갈등과 긴장, 불안, 극단적 감정 등을 완화하고 제거하며 증상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자기최면 기법들을 연습시킨 후 치료를 완전히 종결할 수 있었다.

그렇게 치료를 마친 후 만 4년이 지난 어느 날 환자는 건강한 모습으로 ‘지나가는 길에 인사차 들렀다’며 불쑥 찾아왔고, 그 당시까지 증상의 재발은 한 번도 없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출처 : <빙의는 없다 - 정신증상의 양자물리학적 이해>

저자 : 김영우

신경정신과 전문의이며 외상성 스트레스 전문의(미국, AAETS)이다. 의학, 심리학 박사(MD, PhD)이며 경희의대, 인제의대 임상교수(Clinical Professor), 대한신경정신의학회(Korean Psychiatric Association) 정회원, 미국정신의학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정회원, 미국임상최면학회(American Society of Clinical Hypnosis) 공인 자문위원, 국제최면학회(International Society of Hypnosis) 정회원, 국제해리성장애학회(International Society of Studies on Dissociation) 정회원, 한국 양자최면의학 연구회(Korean Society of Quantum Hypnotherapy) 회장, 사단법인 한국정신과학학회 이사, 학술위원, 서울의대 보완통합의학연구소 객원연구원, 서울대학교 평생교육원 교수,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 ‘한국인 뇌파데이터센터’ 전문위원 등을 재직했거나 재임중이다.
국내 정신의학자로는 처음으로 전통적 정신치료 기법과 함께 자아초월적 최면치료 (Transpersonal Hypnotherapy)와 영적 정신치료(Spiritual Psychotherapy), 양자물리학에 기반한 최면치료 기법(Quantum Hypnotherapy)들을 이용해 다중인격과 귀신들림(빙의 현상, 무병), 해리 등 난치의... 환자들을 전문적으로 진단·치료하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들의 연구모임인 ‘한국 양자최면의학 연구회(Korean Society of Quantum Hypnotherapy)’를 설립하여 양자물리학 등 새로운 과학을 바탕으로 인간의 의식을 이해하고 상담과 정신치료에 응용하며, 최면 상태에서의 확장된 의식이 접근할 수 있는 미지의 정보와 에너지를 이용해 난치 증상들의 원인을 찾고 해결하는 새로운 정신치료 기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국내 최초로 최면을 이용한 전생퇴행 요법의 임상 사례를 담아 많은 독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던 『김영우와 함께 하는 전생여행』(1996), 『영혼의 최면치료』(2002) 등이 있으며, 세계 최초로 최면 유도 기법과 전문 음악치료 기법을 결합시킨 자신감 강화와 긴장 이완 프로그램 CD 〈쾌청 365〉(1998)를 내기도 했다. 이 책은 『영혼의 최면치료』의 개정증보판이다. 『영혼의 최면치료』가 빙의와 다중인격 환자들의 자아초월 최면치료 사례를 중심으로 서술되었다면, 이 책은 그 사례들과 함께 인간 의식이 경험할 수 있는 여러 신비현상과 난치의 증상들을 양자물리학을 포함한 새로운 과학적 시각으로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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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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