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트에서 계속)

이 : [두려운 듯] 제게 무척 화가 나 있어요. 제가 뭔가 자기한테 잘못한 일이 많다고 하네요.

김 : 그럴 만한 일들이 있었나요?

이 : …… 별로 가까운 친척이 아니라 자주 본 적은 없는데, 뭔가 나름대로 이유가 있나 봐요.

김 : 그 사람이 잡고 있어서 오른팔이 아픈 건가요?

이 : [강하게] 네.

김 : 공포증이나 불안도 그 사람 때문인 것 같아요?

이 : ……네.

김 : 그 사람에게 이러면 안 된다고 얘기해주고 빨리 자기가 가야 할 곳으로 가라고 하세요.
이 : [잠시 후 밝은 목소리로] 투덜거리면서 가고 있어요. 저한테 미련이 남은 듯이 자꾸 뒤돌아보면서 가네요.

김 : 어디로 가고 있죠?

이 : [흥분한 어조로] 그 아이 손을 잡은 채 점점 멀어져 가고 있어요. 하늘로 올라가는 것 같아요. 자꾸 뒤돌아보면서…….

김: 지금 기분은 어때요?

이: [밝은 목소리로 들뜬 듯] 아주 홀가분해요. 마음도 편하고, 팔도 이제 전혀 안 아파요.

이 상태에서 환자의 내면을 여기저기 살피면서 치료하고 몸 주변까지 깨끗이 한 후 평소 생활하면서 쉽게 쓸 수 있는,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치료하고 보호하는 자기최면 방법을 가르쳐주고 틈날 때마다 자주 연습하라고 당부한 후 치료를 마쳤다.

최면에서 깨어난 환자는 그토록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팔의 통증이 그렇게 쉽게 완전히 사라진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어깨와 팔을 몇 번이나 만져보며 신기해했다.

출처=cocainedelux.deviantart.com

“정말 믿을 수가 없네요. 팔이 아무렇지도 않아요. 전혀 아프지도 무겁지도 않아요. 가슴이 늘 답답했는데 그것도 없어졌고요. 불안하거나 두렵지도 않아요. 가끔 저 혼자 멍하니 있을 때 죽은 그 아저씨 얼굴이 무서운 표정으로 떠오른 적이 있었지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죽은 그 아저씨 영혼이 제 안에 들어와서 오른팔을 꽉 잡고 놔주지 않아서 팔이 아팠나 봐요.

선생님이 팔을 놓고 가라고 했을 때 무척 화를 냈지만 그래도 곧 체념하는 것 같았어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었죠. 정말 신기해요. 그 친척 아이 손을 잡고 점점 멀어지는 장면이 너무 또렷하게 보였어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는 나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이 그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의 전부였다. 어머니와 함께 기뻐하며 고향으로 내려간 그녀는 며칠 후 자신이 점점 더 건강해지고 있고 옛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고 전화로 알려왔다. 그 날 이후 팔의 통증은 재발하지 않았고 언제 아팠느냐는 듯이 지내고 있다고 했다. 아무 소식 없이 몇 달이 지난 후 연말이 다가 올 무렵 그녀는 밝은 목소리로 다시 안부를 전해왔다.

“선생님, 소식이 늦었어요. 저 잘 지내고 있어요. 팔도 다 나았고 공포증도 없어져서 새 직장에 취직한 지 한참 됐어요. 전에 먹던 약들도 이젠 완전히 끊었고요. 가족들도 더 이상 저를 환자로 안 봐요. 직장 사람들과도 잘 지내고요. 선생님도 건강하시죠?”

내 안부를 물을 정도의 여유 있는 태도와 안정된 마음을 전화선을 통해 느낄 수 있었지만 “너무 방심하면 안 돼요. 내가 늘 연습하라고 했던 것들을 잘 기억하고,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언제라도 바로 전화하세요. 낫는 것보다 나은 상태를 잘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고 중요해요”라는 충고를 해주었다.

그러겠다고 약속하고 전화를 끊은 며칠 후 그녀는 내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냈고, 여러 해가 지난 지금까지 아무 일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이 환자의 회복은 믿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이루어졌지만 그 이유가 정말 환자 속에 들어가 여러 가지 증상을 일으켰던 죽은 친척의 영혼을 내보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생각과 감정의 에너지가 실제 몸과 마음의 여러 증상을 만들어낼 수 있으므로 이 증상도 강한 부정적 생각과 감정의 반복으로 만들어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하고 가장 중요한 사실은 3년 동안 치료 방법을 찾지 못해 고생하던 환자가 단 한 번의 치료로 완전히 나았다는 것이다. 바라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이 환자의 치료 원리와 과정에 대한 해석은 다를 수 있다.

최면 상태에서 떠올렸던 죽은 친척 아저씨와 아이의 모습은 사실상 환자가 만들어낸 상징적 허상이며 그 정체는 자신의 내면에 쌓인 갈등과 모순, 괴로운 감정의 덩어리로 형성된 부정적 자아의 모습이라고 생각할 치료자도 많을 것이고, 나 역시 환자 내면에 숨어 있는 그런 요소들이 원인의 일부가 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죽은 아저씨와 친척 꼬마의 모습으로 느껴졌던 정체불명의 존재나 에너지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앞으로의 과학과 정신의학이 더 정확하게 밝혀내야 한다.

출처 : <빙의는 없다 - 정신증상의 양자물리학적 이해>

저자 : 김영우

신경정신과 전문의이며 외상성 스트레스 전문의(미국, AAETS)이다. 의학, 심리학 박사(MD, PhD)이며 경희의대, 인제의대 임상교수(Clinical Professor), 대한신경정신의학회(Korean Psychiatric Association) 정회원, 미국정신의학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정회원, 미국임상최면학회(American Society of Clinical Hypnosis) 공인 자문위원, 국제최면학회(International Society of Hypnosis) 정회원, 국제해리성장애학회(International Society of Studies on Dissociation) 정회원, 한국 양자최면의학 연구회(Korean Society of Quantum Hypnotherapy) 회장, 사단법인 한국정신과학학회 이사, 학술위원, 서울의대 보완통합의학연구소 객원연구원, 서울대학교 평생교육원 교수,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 ‘한국인 뇌파데이터센터’ 전문위원 등을 재직했거나 재임중이다.
국내 정신의학자로는 처음으로 전통적 정신치료 기법과 함께 자아초월적 최면치료 (Transpersonal Hypnotherapy)와 영적 정신치료(Spiritual Psychotherapy), 양자물리학에 기반한 최면치료 기법(Quantum Hypnotherapy)들을 이용해 다중인격과 귀신들림(빙의 현상, 무병), 해리 등 난치의... 환자들을 전문적으로 진단·치료하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들의 연구모임인 ‘한국 양자최면의학 연구회(Korean Society of Quantum Hypnotherapy)’를 설립하여 양자물리학 등 새로운 과학을 바탕으로 인간의 의식을 이해하고 상담과 정신치료에 응용하며, 최면 상태에서의 확장된 의식이 접근할 수 있는 미지의 정보와 에너지를 이용해 난치 증상들의 원인을 찾고 해결하는 새로운 정신치료 기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국내 최초로 최면을 이용한 전생퇴행 요법의 임상 사례를 담아 많은 독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던 『김영우와 함께 하는 전생여행』(1996), 『영혼의 최면치료』(2002) 등이 있으며, 세계 최초로 최면 유도 기법과 전문 음악치료 기법을 결합시킨 자신감 강화와 긴장 이완 프로그램 CD 〈쾌청 365〉(1998)를 내기도 했다. 이 책은 『영혼의 최면치료』의 개정증보판이다. 『영혼의 최면치료』가 빙의와 다중인격 환자들의 자아초월 최면치료 사례를 중심으로 서술되었다면, 이 책은 그 사례들과 함께 인간 의식이 경험할 수 있는 여러 신비현상과 난치의 증상들을 양자물리학을 포함한 새로운 과학적 시각으로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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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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