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먼지의 크기가 작아서 생기는 문제는 또 있다. 작으므로 몸속 깊이 파고들 뿐만 아니라 ‘연마력’도 강해진다.

연마란 식칼이나 주머니칼을 숫돌에 간다는 뜻이다. 칼을 연마하면 무뎠던 칼날이 날카로워지는데, 이는 날 끝이 깎여나가는 것이다. 연마는 숫돌 표면의 입자가 작을수록 연마력이 세지며, 칼날도 가장 얇을 때 칼 드는 맛이 제일 좋다.  

크기가 작으면 물체에 부딪히는 면적도 커진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하나 들겠다. 여기에 정육면체의 물건이 있다고 치자. 이 물건의 모서리 수는 전부 8개이다. 이를 2등분 한다. 부피는 변하지 않지만, 모서리 수는 2배로 늘어난다.

각각의 작은 육면체를 또다시 2등분 하면 모서리 수도 배로 늘어날 것이다. 요컨대, 전체 부피는 변하지 않지만 잘게 쪼개질수록 모서리 수는 늘어난다. 같은 부피라 하더라도 잘게 쪼개지면 전체 겉넓이가 커져서 그만큼 물체에 닿는 부분도 많아진다.

즉 어딘가에 부딪칠 때마다 상처를 많이 입힐 수 있다. 단, 상처는 작게 생긴다. 이를 거꾸로 생각하면 여러 개의 작은 상처가 질병으로 나타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뜻이다.

쥐를 이용해 초미세먼지(PM2.5) 실험을 한 적이 있다. 그 실험에서는 한꺼번에 많은 양의 초미세먼지(PM2.5)를 체내에 넣고 ‘급성(急性) 증상’을 관찰했다. 하지만 정말로 무서운 것은 알게 모르게 초미세먼지(PM2.5)가 몸속에 쌓여 병이 천천히 깊어지는 ‘만성 증상’이다. 이 경우 병이 난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손을 써볼 수도 없는 상태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체내에 쌓여만 가는 초미세먼지(PM2.5)는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병 유발 요인이다. 초미세먼지(PM2.5)는 미세해서 인체에 깊숙이 파고들며, 미세해서 기관(器官)의 많은 부위를 손상시키고, 미세해서 조금씩 조금씩 상처를 입힌다.

출처 : <은밀한 살인자, 초미세먼지 PM2.5> (도서출판 전나무숲)

저자 : 이노우에 히로요시

1961년 출생. 규슈(九州)대학 대학원 이학연구과 박사 과정 수료 후 야마구치(山口)대학 의학부 조교, 구루메(久留米)대학 의학부 교수 등을 거쳐 현재는 게이오기주쿠(慶應義塾)대학 의학부 교수로 근무 중이다. 비영리법인 ‘신세기 교육 연구회’의 이사장도 맡고 있다.
1990년대부터 의약품을 개발하면서 미세먼지 PM2.5와 나노 입자의 합성 및 안전성을 연구하였으며, ‘과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란 주제로 강연 및 해설 활동도 벌이고 있다. 게이오기주쿠대학에 부임한 이후 매년 ‘최고 교수’로 뽑혔으며, 교수법이 친절하다고 정평이 나 있다. 그 밖에 신문, 잡지 등에 글을 싣고 ‘세계에서 제일 받고 싶은 수업’, ‘이른 아침’, ‘하나마루(はなまる) 시장 정보’ 등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도 출연한다. 2010년에 문부과학성 장관 표창인 과학기술상(이해 증진 부문) 등을 받은 바 있다.
저서로 《최첨단 의료기기를 잘 알 수 있는 책》[아크(ア?ク) 출판], 《먹어도 살이 빠지는 아몬드 다이어트력》[쇼가쿠칸(小?館)], 《개정판 방사선의ABC》(사단법인 일본방사성... 동위원소협회), 《간호사를 위한 약리학》[메디컬 리뷰(medical review)사와 분담 집필], 《알고 싶어! 의료 방사선》[게이분샤(慧文社)/편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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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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