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원전사고로 인한 일본의 피해는 전 세계적으로도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자연재해에 대한 두려움, 원전은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불안감, 그리고 그것으로 인한 엄청난 피해 …. 그러나 우리가 느껴야할 것은 그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언제든 우리도 그와 같은 피해를 겪을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하지 않을까요. 일본에 쓰나미가 발생한 후 현장으로 달려가 생생한 기록을 한 한국의 사진작가 류승일씨가 집필한 <쓰나미, 끝나지 않은 경고>를 통해서 그 처참한 상황을 되돌아 보고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대비해야하는지 함께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 편집자 주.


보름 남짓한 취재를 진행하면서 많은 걸 배우고, 또 많은 걸 버리고 일본을 떠난다. 이웃나라 일본에서 겪은 자연의 무시무시한 잔혹함, 폭력성과 거대함 그리고 가공할 만한 자연의 힘 앞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미미한 인간의 존재와 한계성, 이런 끔찍하고도 참혹한 자연재해는 어디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두려움….

이번 쓰나미로 받은 충격은 쉽사리 가시지 않을 듯하다. 참혹한 영상은 물론이거니와 자연의 돌변과 분노에 맞서기에는 우리 인간이 참으로 나약한 존재라는 허탈함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또한 3월 11일 이후 전 세계적으로 지진 횟수와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번 충격의 강도를 더하는 데 큰 몫을 했다.

문득, ‘우리나라에 초강력 지진이 발생한다면?’하는 우려 섞인 의문이 든다. 모두 알고 있듯이 일본은 전 세계 지진의 약 15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지진 발생 빈도가 매우 높아서 건물을 지을 때 내진 설계를 하고 쓰나미를 막을 용도로 제방을 쌓고, 지진 발생 시의 대피 요령을 어릴 적부터 익히는 등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꾸준히 준비해온 나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규모 면에서 지난 100년간 발생한 지진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큼 강력한 이번 대지진과 쓰나미는 그러한 일본의 노력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렸다.

재앙에 가까운 전 세계적 기상 이변과 환경문제를 봤을 때 우리에게 일본과 같은 일이 닥치지 않으리라고 확신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인다.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일본에서의 잦은 지진을 강 건너 불 구경 하듯 지켜보기만 한 우리다. 아직 내진 설계가 된 건물도 몇 되지 않고, 지진에 대비한 훈련도 몸에 익히지 않았다. 지진과 쓰나미에 대한 두려움은 있지만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결국 우리는 물질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건축물의 내진 설계, 지진 발생을 대비한 훈련 등의 정책적 준비를 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당신이 나라의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이든, 건물을 짓는 사람이든, 일반 소시민이든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 지금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럼으로써 후회 없는 날들을 보내는 것이다.

자연이 한번 크게 화를 내면 인간이 가진 대부분의 것은 힘없이 무너진다는 것을 이번 촬영을 통해 보고 또 느꼈다. 그러니 더 이상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 아등바등 사는 것을 그만두면 좋겠다. 현재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사는 것만이 대지진과 쓰나미라는 대자연의 경고에 맞서 우리가 지금 준비할 수 있는 최고의 대비책인 것이다.

또한 ‘지구가 미쳤다’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기상이변이 생기는 원인도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이제까지 지구는 우리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해왔고, 그 위에서 인간이 행복을 누리도록 군말없이 버텨줬다. 그런 지구가 점점 이상 행동을 하는 것은 우리 인간들이 자신을 학대하는 것에 대한 경고가 아닐까. 이는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데서 그칠 문제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지구의 본질을 되살리는 노력을 아낌없이 해야 한다.

일본 대지진 참사가 있고 2개월여가 지난 지금, 집계된 피해 규모만도 엄청나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5월 10일 현재 사망자 수는 1만 4949명이고 실종자 수는 9880명으로 공식 집계됐다. 사망자의 15%인 2193명은 신원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제적 피해규모는 최대 25조 엔(한화로 약 332조 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간접손실과 원전 사고로 인한 피해액이 포함되지 않아 전체적인 손실은 천문학적 규모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뿐이 아니다. 파괴된 원전 시설의 복구가 늦어지면서 방사능 공포는 장기화되고, 부품 부족 현상으로 산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일부 쓰나미 피해 지역은 밀물 때마다 마을이 침수되어 복구에 대한 의지마저 흔들리는 일이 다반사라 한다.

그들의 표정 없던 얼굴엔 언제쯤이나 웃음이 번질까. 어서어서 재난 현장이 복구되어 삶의 터전에 꽃이 피기를, 그들의 표정이 행복으로 화사해지기를 바란다. 또한 비극적인 초대형 자연재해로 취재 가는 일이 다시는 없기를, 내 주변에 그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다시 한 번 손 모아 기도해본다. 마지막으로, 이번 지진과 쓰나미에 희생당한 아까운 인명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조의를 표한다.

류승일

고등학생 시절, 학교 앞에서 방독면을 쓴 채 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사진기자의 모습에 매료되어 보도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대학 입학 후에는 해외 사진 에이전시의 계약직 사진가로 활동하며 사진가로서의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대학을 떠난 후 6년간은 서울에서 외신사 사진기자로 근무하면서 국내외의 크고 작은 사건, 사고 현장을 취재했으며, 국내 인터넷 뉴스 매체와 시사 주간지에서 사진기자 생활을 하기도 했다. 현재 프리랜서 사진가로 활동하면서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일대 주요 사건, 사고 현장을 돌아다니며 사진 작업을 하고 있다.

출처 : <쓰나미, 아직 끝나지 않은 경고>, 류승일 지음, 도서출판 전나무숲

                  ※ 인터넷 서점 및 전국 서점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전나무숲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