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나를 찾아왔을 때 박 정윤 씨는 스물네 살의 현역 군인이었다. 자기 몸에서 고약한 냄새가 난다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아 늘 불안하고 위축되어 있는 바람에 대인관계와 사회생활에 큰 지장을 받고 있었다. 가족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과 거리에서 만나는 낯모르는 사람들까지도 자기 몸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고개를 돌리거나 수군거리며 피하는 것 같다고 했다.

“처음 이런 증상이 생긴 건 7~8년 전인데요. 고등학교 1학년 때 뒤에 앉은 친구가 갑자기 저보고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놀리는 거예요. 태연한 척했지만 신경이 쓰여서 수업도 다 못 마치고 집에 가려고 나왔는데, 버스에 탄 사람들도 이상한 냄새가 난다면서 킁킁거리더라고요. 그래서 얼마 안 가서 내려버렸어요. 한참 기다렸다가 거의 빈 버스가 오기에 타고 집에 왔어요. 그 후 계속 힘들어서 며칠 지난 후에 정신과 병원을 찾아갔어요.

그 때는 증세가 더 심해져서 움직이면 냄새도 더 날 것 같아 꼼짝도 못하고 앉아 있을 때가 많았어요. 다른 사람들이 웃거나 이상한 행동을 하면 모두 저 때문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너무 신경이 쓰였어요. 비뇨기과, 피부과 같은 곳에 가서 검사를 해도 모두 이상이 없다고 해서 점치는 집에 갔더니 귀신이 붙었다면서 액땜하는 방편을 알려주더군요. 그대로 했더니 신기하게도 깨끗이 나아버렸어요.

그런데 2학년 여름에 재발했어요. 학원에서 그랬는데, 전과 똑같은 증상으로 시작되었어요. 이때부터 혼자 돌아다니면서 시내버스도 꽉 차거나 자리가 있는 경우에만 탔고, 심리학이나 정신의학에 관한 책들을 찾아 읽으면서 어떻게든 극복해보려고 했는데 결국은 실패했죠. 이제 더 이상 시간 낭비를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에 선생님을 찾아왔어요.”

치료받았던 병원에서 떼어온 진단서에는 ‘몸에서 고약한 냄새가 난다는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이 심하고 불안, 관계망상 등의 증상으로 여러 번에 걸쳐 각각 몇 달씩 치료받은 적이 있다’고 적혀 있었다.

‘강박사고’란 한 가지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며 떠나지 않아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이 환자의 경우 자기 몸에서 악취가 난다는 생각을 한시도 지울 수 없는 것이 강박사고에 해당하고, 남들을 피하거나 몸을 자주 씻는 것을 강박행동으로 볼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서 나는 악취를 맡기 때문에 고개를 돌리거나 킁킁거린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을 ‘관계망상’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주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현상과 사람들의 반응을 모두 자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하는 심각한 정신 증상이다.

몇 달 후 첫 치료 시간에 환자는 자기 성격이 어릴 때부터 착하고 조용한 편이었지만 학교에서 친구들과는 잘 어울렸다고 했다. 많은 형제 중 막내로 귀여움을 받고 자랐고, 집안 환경은 안정된 편이었으며 가족 간의 큰 갈등도 없었다고 했다. 좀 소심하고 내성적이긴 했지만 고등학교 진학 후 처음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대인관계와 학교생활에 아무 문제없이 지냈다고 했다.

최면치료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 설명하고 최면 상태에 대해 환자가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오해와 거부감을 없애기 위한 대화를 거친 후 기초적인 치료 방법을 연습시키고 첫 치료를 마쳤다. 열흘 후의 두 번째 시간에는 몇 가지 질문과 대답 후 바로 치료에 들어갔으며 환자는 쉽고 빠르게 최면 상태에 몰입했다. 몸과 마음의 긴장이 풀리기 시작하는 가벼운 최면 상태에서부터 환자는 몸을 뒤틀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고 평소 환자의 모습과 전혀 다른 이상한 인격들이 표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사진출처=www.webmd.com

박 : [괴롭게 몸을 뒤틀며] 그만해요, 잘못했어요, 으~아~아, 제발 그만해줘요, 다시 안 그럴게요.
김 : 다신 안 그런다니, 뭘 말이야?
박 : [울먹이며] 이 사람을 못 살게 굴지 않을게요.
김 : 너희들이 이 사람을 못 살게 굴었어?
박 : [작은 소리로] 네.
김 : 어떻게 괴롭혔는지 모두 얘기해봐.
박 : 자꾸 불안하게 만들고, 혼자 있게 하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괴롭혔어요.
김 : 몸에서 냄새가 난다는 것도 너희들이 그렇게 만든 건가? 
박: 네.
김 : 언제부터 이 사람을 괴롭혔지?
박 : 아주 어릴 때부터요.
김 : 몇 살부터?
박 : 다섯 살이요. 그때 우리가 들어왔어요.
김 : 그 전에 너희들은 어디 있었는데?
박 : 산에요. 산에 있는 무덤에 있었어요.
김 : 왜 이 사람한테 들어왔지?
박 : 이 사람이 약했어요.
김 : 괴롭힌 이유가 뭐야?
박 : [웃으며] 재미있잖아요.

내 물음에 답하는 것이 누군지는 분명히 알 수 없지만 그 주체는 분명 평소의 환자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자신을 ‘우리’라는 복수형으로 표현했고, 환자를 ‘이 사람’이라는 삼인칭으로 부르며 남 취급을 하고 있었다. 
이 환자의 경우도 새로운 인격들이 주장하는 바에 따라 치료를 진행했다.
 
김 : 이 사람을 괴롭히는 게 재미있어?
박 : [낄낄거리며] 네.
김 : 괴롭혀서 어떻게 하려는 거야?
박 : [차갑고 단호하게] 죽여야죠.
김 : 이 사람을 죽이는 게 목적이야?
네 : 네.
김 : 너희들만 없어지면 이 사람이 건강해질 수 있나?
박 : 네.
김 : 이 사람에게서 나갈 수 있게 도와주면 모두 나갈 거야?
박 : [침묵]
김 : 왜 대답이 없어?
박 : [애매한 태도로] 나가고는 싶은데, 나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김 : 너희들이 정말 나갈 마음이 있다면 쉽게 나갈 수 있어. 잘 알고 있지?
박 : [마지못해] 네. 그렇지만 시간이 좀 필요한데요.
김 : 나갈 준비를 할 시간을 주면 이 사람을 괴롭히지 않고 얌전히 있을 거야?
박 : 그렇게는 못 하는데요. 우리가 있는 것만으로도 이 사람은 힘든데요.
김 : 그래도 최대한 편하게 해줘. 그렇게 할 수 있겠어?
박 : [잠시 망설이다] ……네.
김 : 언제쯤 나갈 거야?
박 : 곧 나갈게요.

(다음 회에 계속)

출처 : <빙의는 없다 - 정신증상의 양자물리학적 이해>

저자 : 김영우

신경정신과 전문의이며 외상성 스트레스 전문의(미국, AAETS)이다. 의학, 심리학 박사(MD, PhD)이며 경희의대, 인제의대 임상교수(Clinical Professor), 대한신경정신의학회(Korean Psychiatric Association) 정회원, 미국정신의학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정회원, 미국임상최면학회(American Society of Clinical Hypnosis) 공인 자문위원, 국제최면학회(International Society of Hypnosis) 정회원, 국제해리성장애학회(International Society of Studies on Dissociation) 정회원, 한국 양자최면의학 연구회(Korean Society of Quantum Hypnotherapy) 회장, 사단법인 한국정신과학학회 이사, 학술위원, 서울의대 보완통합의학연구소 객원연구원, 서울대학교 평생교육원 교수,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 ‘한국인 뇌파데이터센터’ 전문위원 등을 재직했거나 재임중이다.
국내 정신의학자로는 처음으로 전통적 정신치료 기법과 함께 자아초월적 최면치료 (Transpersonal Hypnotherapy)와 영적 정신치료(Spiritual Psychotherapy), 양자물리학에 기반한 최면치료 기법(Quantum Hypnotherapy)들을 이용해 다중인격과 귀신들림(빙의 현상, 무병), 해리 등 난치의... 환자들을 전문적으로 진단·치료하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들의 연구모임인 ‘한국 양자최면의학 연구회(Korean Society of Quantum Hypnotherapy)’를 설립하여 양자물리학 등 새로운 과학을 바탕으로 인간의 의식을 이해하고 상담과 정신치료에 응용하며, 최면 상태에서의 확장된 의식이 접근할 수 있는 미지의 정보와 에너지를 이용해 난치 증상들의 원인을 찾고 해결하는 새로운 정신치료 기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국내 최초로 최면을 이용한 전생퇴행 요법의 임상 사례를 담아 많은 독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던 『김영우와 함께 하는 전생여행』(1996), 『영혼의 최면치료』(2002) 등이 있으며, 세계 최초로 최면 유도 기법과 전문 음악치료 기법을 결합시킨 자신감 강화와 긴장 이완 프로그램 CD 〈쾌청 365〉(1998)를 내기도 했다. 이 책은 『영혼의 최면치료』의 개정증보판이다. 『영혼의 최면치료』가 빙의와 다중인격 환자들의 자아초월 최면치료 사례를 중심으로 서술되었다면, 이 책은 그 사례들과 함께 인간 의식이 경험할 수 있는 여러 신비현상과 난치의 증상들을 양자물리학을 포함한 새로운 과학적 시각으로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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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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