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이나 길가에 앉아서 구걸을 해온 거지가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한 푼 줍쇼라는 말을 나지막이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거지가 내민 낡은 야구 모자에는 가끔씩 동전이 떨어졌습니다. 한 행인이 지나가다가 거지에게 말했습니다.

난 가진 게 아무것도 없으니 적선도 할 수 없구려. 그런데 당신이 걸터앉은 그건 뭐요?”

이거 말이요? 그냥 낡은 상자일 뿐입죠. 난 늘상 이 위에 앉아 있었소.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어쨌든 난 이 상자 위에 쭉 앉아 있었소만.”

행인은 상자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한 번이라도 그 안을 들여다본 적이 있소?”

그건 봐서 뭐하게요? 안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안을 한번 들여다보시구려.”

행인이 다그쳤습니다. 거지는 마지못해 상자 뚜껑을 들어 올렸습니다. 그런데 웬일입니까? 상자 안에는 놀랍게도 황금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 속의 거지와 마찬가지로 보물 상자는 여러분과 분리되어 있는 그 무엇이 아니라, 여러분의 내면에 있는 것입니다. 사람의 눈은 밖으로 열려 있어서 자기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느끼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에 길들여져 있습니다. 그러나 시선의 방향을 바꾸어 내면을 바라볼 수 있다면, 세상이 제공하는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보물 상자가 자기 안에 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출처: <암, 마음을 풀어야 낫습니다> (전나무숲 출판사)

● 지은이 _ 김종성

목사이면서 국내 최초 심신의학 암 전문가이다. 두 개의 길을 걷느라 학부 과정으로 철학과 신학 8년, 석사 과정으로 장로회신학대학교와 고려대학교에서 4년, 박사 과정으로 국내외 세 대학에서 9년간 공부했다. 마지막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심신의학을 수련함으로써 신학, 철학, 심리학, 신경과학, 내분비면역학, 심신의학까지 방대한 지식을 축적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에게 최고의 대학은 30대 초반 불치병으로 1년간 죽음의 문턱을 여러 번 넘나든 것인데, 이후 환자의 아픔을 몸으로 알게 되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심신통합의학과(현 연구소 승격) 외래교수로 일했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경상대학교 의과대학, 조선대학교 의과대학, 전주대학교 대체의학대학원 등에서 심신의학을 강의했다.

KBS TV <생로병사의 비밀>, KBS 라디오 <건강하게 삽시다>에 연재로 출연하기도 했다. 지금은 암 재발 예방 프로그램 <캔미션 생명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5개 국어를 쉽게 훈련하는 ‘한글로영어’ 대표이기도 하다. 대표 저서로 《의사 예수》와 영문판 《Doctor JESUS》, 《한글로 5개 국어 물려준 엄마 이야기》 외 다수가 있다.

Posted by 전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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