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싫어하는 채소의 순위를 매겨 보면, 으레 피망이 높은 순위를 차지한다. 요즘 피망은 품종개량을 한 덕분에 과거에 비하면 단맛이 많이 나지만, 그래도 피망의 쓴맛을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다. 사실 피망을 싫어하는 것은 아이들뿐만이 아니다. 

포유동물 중 피망을 먹는 동물은 오직 사람뿐이며, 소나 말, 염소나 양들도 피망을 싫어하기는 마찬가지다. 피망의 쓴맛은 알칼로이드 성분 때문이다. 앞에서 가짓과의 식물에는 알칼로이드를 다량 함유한 유독식물이 많다고 했는데, 피망 역시 이 가짓과에 속한다. 

피망 중 알칼로이드의 함유량이 가장 많은 것은 녹색 피망이며, 빨간색 피망이나 노란색 피망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참고로, 녹색 피망은 덜 익은 것이며, 완전히 익으면 빨간색이나 노란색, 오렌지색으로 바뀐다. 어쨌든 피망의 알칼로이드 함유량은 아주 소량이므로, 통상적으로 먹는 양 정도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피망의 알칼로이드는 기름에 녹기 때문에, 볶아서 먹으면 쓴맛이 많이 사라진다. 본래 동물에게 ‘쓴맛’이라는 미각은 독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지표였다.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쓴맛 = 독’으로 보고 쓴맛이 나는 잎은 먹지 않았다. 아이들의 미각에도 이런 독을 피하려는 본능이 있는 것이다.

출처: <독은 우리 몸에 어떤 작용을 하는가> (전나무숲 출판사)

● 지은이 _ 다나카 마치(田中真知) 

과학 전문 작가이자 번역가로 활동하며 전문 분야의 글쓰기에 재능을 발휘하고, 특히 과학 분야의 특정 주제를 알기 쉽게 풀어써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1990년부터 1997년까지 이집트에 머물면서 아프리카·중동 각지를 다양한 관점에서 취재, 여행하며 여행의 기록을 책으로 펴내 큰 인기를 얻었다. 저서로는 『도서관 탐험 – 자연이 만든 형태』 『아프리카 여
행기』 『어느 날 밤, 피라미드에서』 『지구에서 산다(전4권)』 등이 있고, 역서로는 그레이엄 행콕의 『신의 지문』 『혹성의 암호』 등이 있다. 

 감수 _정해관 

국립독성연구원에서 신경독성과 유전독성분야의 연구를 담당했으며,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청 보건연구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1972년 건국대학교 축산대학을 졸업하고 1982년 동 대학원 생물학과 미생물학을 전공해 이학석사가 되었다. 1982년 일본 정부 초청으로 일본동경대학대학원 농예화학 전문과정에서 구조 분자생물학을 전공해 농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8년부터 국립보건안전연구원(현 국립독성연구원) 보건 연구관으로 재직했고, 1991년에는 미국 국립환경보건과학연구소(NIEHS)의 객원연구원을 거쳐 1994년에는 일본국립암센터연구소 초빙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암 억제 유전자의 기능 해석에 관한 연구를 했다.

Posted by 전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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