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좋은 음식을 골라 배불리 먹는 습관은 최근 수십 년 사이에 세계적인 현상이 되었다. 미식과 포식은 풍요 사회의 필연적인 상징이지만, 정작 그 풍요의 토대를 마련한 세대는 늘 허기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배고픔은 인류에게 성실과 근면을 가르치고 열정적으로 살게 했다.

이렇듯 미식과 포식은 지금에 이르는 문명의 번영과 문화의 발전을 이룩한 원동력이 아니다. 오히려 개인과 사회의 성장을 방해하거나 뒷걸음질을 치게 만드는 침체와 쇠퇴의 주범이다. 나는 적게먹기 시작해 나중에는 아주 조금만먹고 사는 장기간의 칼로리 감량 생활에 도전해 마침내 건강이라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 결과 지금도 나는 내 몸을 이루는 세포 하나하나가 눈을 크게 뜨고 꿈틀대며 살아 숨 쉬는 강한 생명력을 느끼며 살고 있다.

나는 칼로리 감량 전에도 건강한 편이었다. 그러니 병을 고치려고 감량에 도전한 것은 아니다. 건강한 상태에서 굶주림에 가까운 체험을 하면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 체중이 줄면서 나타나는 변화들이 내 의문에 대한 답을 줄 것으로 믿었다. 일종의 실험이었던 것이다.

그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너무 몸이 말라 회복되지 않으면 어쩌나 내심 불안했고, 한동안은 낯선 호전반응에 시달려야 했다. 가족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이런 여러 가지 걸림돌을 디딤돌 삼아 치밀한 계획과 꾸준한 노력 끝에 감량에 성공했다. 그리고 기대 이상의 결과를 얻었다. 1년간의 노력 끝에 적게 먹거나 아주 조금만 먹고 사는 것이 신체적·정신적 능력을 높이는, 그 무엇보다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단계적 감량에 도전하려면 두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하나는 긍정적인 욕구다. 건강해지고 싶다거나 활기차게 생활하고 싶다거나 능력을 발휘해서 주변의 평가를 얻고 싶다거나 하는 적극적인 바람이 있어야 한다. ‘몸이 좀 약해도 괜찮다거나 개성이 부족해도 상관없다며 감량에 관심조차 없다면 조건 미달이다. 지금보다 더 나은 나를 만들려는 자기 향상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가 있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합리적 사고다. 앞에서 말했지만 감량을 시작한 후 6개월 동안은 견디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다. 그 노고를 나머지 6개월 동안에 보상받았고, 그 후로도 날마다 건강이라는 보수를 받고 있으니 충분히 만족스럽다. 진정한 건강을 얻고 나야 심신의 변화로 나타나는 풍성한 결실을 기대할 수 있다.

목표 수익에 도달할 때까지는 기꺼이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합리적으로 손익 계산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 수익으로 내가 가진 성장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면 그 정도 대가는 기꺼이 치르겠다는 담대함이 필요하다.

이 두 가지를 가졌다면 지금보다 더 건강하고 행복하고 활기찬 삶을 위해 단계적 감량의 세계로 떠날 일만 남았다.

단계적 감량에 도전하려면 갖출 것도 있지만 버릴 것도 있다. 바로 상식과 고정관념이다. 끼니를 거르거나 필요열량보다 적게 먹으면 힘이 빠지고 병이 생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더 활기차고 건강해진다. 기운을 앗아가고 병을 주는 것은 맛 좋은 것만 골라 많이 먹는 습관이다.

지금도 국가나 제약회사들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신약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아보 도오루의 면역 이론에서는 그런 현상을 낭비라고 지적한다. 우리 몸에는 스스로를 치유하는 힘이 존재하므로 그 힘을 방해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많은 약은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내 몸에 잠재하는 치유력을 깨우는 것이 바로 적게 먹거나 아주 조금 먹는 저칼로리식·초저칼로리식이다. 내가 실천하고 지도하는 현미채식도 이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어느 날 예전에 내가 개최한 현미채식 세미나에 참가했던 한 환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는 말기암을 앓고 있었다. 병원에 가보니 수액으로 영양제와 진통제를 맞고 있었다. 나는 현미 단호박 수프현미 누룩 미음을 만들어 드렸다. 그것을 먹고 환자가 기운을 차리자 간호사들도 놀라워했다.

현미채식과 몇 가지 처치법 등을 통해 환자는 폐부종에서 오는 전신 통증이 가라앉았고, 간병하던 가족들은 피로감과 알레르기 증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말기암 환자의 경우는 식사요법으로 잠시 병세가 호전되거나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는 있지만 암 자체를 극복하기는 어렵다. 이런 점을 모르는 환자의 가족들은 환자가 세상을 떠난 뒤에 시바타 씨만 믿더니 야윌 대로 야위어 돌아가셨다며 원망했다. ‘몸이 마르면 영양이 부족한 것이고, 그러면 죽는다는 것이 일반 상식이기 때문이다.

애완동물을 길러본 사람은 알겠지만 개나 고양이는 몸이 좀 안 좋으면 며칠이고 굶는다. 단식을 통해 몸을 쉬게 하면 몸이 스스로 증상을 처리하여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도 본능적으로 또는 무의식중에 그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어설픈 상식에 얽매여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을 내 몸을 이용해서 찾아보고 싶었다. 이것이 이번 단계적 칼로리 감량의 진짜 동기다.

영양 섭취가 줄면 몸이 마른다. 현대의학은 이 원리를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나타낸다. 보기에 안 좋기 때문이다. 인체의 자체 방어 시스템이 아무리 먹고 싶지 않다고 외쳐대도 소용이 없다. 촛불이 꺼져가듯 천천히 편안하게 임종을 맞이하도록 돕지 않는다. 더 이상 손 쓸 도리가 없을 때조차 수액으로 영양을 공급해 무리하게 생명을 연장하기 때문에 환자는 더 오래 고통을 겪어야 한다.

어찌된 일인지 병원이라는 곳에서는 ()’()’()’의 관계가 뒤엉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돈을 들여 많이 먹고 그로 인해 병을 얻어 다시 돈을 들여 고치려고 한다. 이런 한심한 낭비 구조를 한시라도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나는 더 이상 이 문제를 깊이 다룰 생각이 없다. 다만 질병을 막고 생활습관병을 개선하며 식비를 줄여주는 소식의 이점은 앞으로도 계속 강조할 것이다. 건강을 비롯해 환경이나 에너지, 식량, 의료 등 현대인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무언가를 자꾸 보태기만 하는 덧셈이 아니라 과한 것을 덜어내고 비워내는 뺄셈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출처 : <건강하지 않을 수록 더 적게 먹어라>

저자 : 시바타 도시히코

1944년 도쿄에서 태어났으며, 도쿄농업대학에서 동물생태학을 전공했다. 대학생 시절에는 체중 100㎏이 넘는 거구였다. 20여 년간 매크로비오틱과 현미채식 등을 실천하다가 건강식 전문가가 되어 지금은 사람들에게 매크로비오틱과 현미채식을 지도하고 있다.
그러나 매크로비오틱과 현미채식으로도 체중이 만족할 만큼 줄어들지 않자 하루 섭취열량을 극단적으로 줄여나가는 ‘단계적 칼로리 감량’에 도전, 1년 만에 57kg까지 체중을 줄였다.
2007년 5월 30일부터 2008년 5월 29일까지 1년에 걸쳐 실행한 단계적 칼로리 감량은 1500kcal에서 시작해 400kcal까지 하루 섭취열량을 줄여나가는 방법이다. 처음에는 체중을 줄이기 위해 시작했는데, 점차 대사증후군과 생활습관병을 비롯한 온갖 건강문제들이 해결되고 오감이 깨어나는 것을 느끼면서 칼로리 감량의 효과를 체감하게 되었다. 2013년 6월 현재, 그는 하루에 400kcal를 먹고도 건강히 잘살고 있다.
『건강하지 않을수록 더 적게 먹어라』는 적게 먹고도 얼마든지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중요한 기록이다. 1년간의 체험을 통해 초저칼로리 식생활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이득을 가져다주는지를 알리는 것은 물론이고 1년간의 칼로리 감량 과정에서 겪은 호전반응, 신체 및 체중의 변화, 건강검진 결과, 칼로리 감량을 할 때 주의할 점, 칼로리별 식단과 레시피 등을 실음으로써 독자들이 칼로리 감량을 실천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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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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