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에게 ‘지방’은 정말 백해무익할까?

몸에 지방이 너무 많으면 건강에 해롭지만 그 책임이 지방 자체에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방 조직에서만 나오는 물질이 대사증후군의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방 조직은 에너지 저장고 역할뿐만 아니라 내분비 기관으로도 기능한다. 지방 조직에서 호르몬과 유사한 아디포사이토카인(adipocytokine)이라는 물질이 분비된다는 사실이 10여 년 전부터 밝혀지기 시작했다. 아디포사이토카인은 혈액을 타고 온몸을 순환하며 인슐린저항성과 대사, 에너지 균형 등을 조절하는 생리활성물질이다.

아디포사이토카인에는 몸에 유익한 것과(아디포넥틴)과 유해한 것(PAI-1, TNF-α)이 있다. 표준 체격을 가진 사람의 혈액에서는 이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루지만, 내장지방이 너무 많으면 아디포사이토카인 중에서도 유익한 물질은 줄어들고 유해한 물질이 늘어 몸에 여러 가지 악영향이 나타난다.

유익한 아디포사이토카인 중에서도 대사증후군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 아디포넥틴(adiponectin)이다. 이 사실을 밝혀낸 일본 오사카대학의 마쓰자와 유지(松澤佑次) 교수의 연구팀은 1996년에 아디포넥틴이 혈관의 손상을 신속하게 복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아디포넥틴의 혈중 농도가 낮을수록 심근경색증 같은 관상동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도쿄대학의 가도와키 타카시(門脇 孝) 교수는 2001년부터 아디포넥틴의 기능을 잇달아 밝혀내서 주목을 받았다. 그는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아디포넥틴이 ‘인슐린저항성을 개선’하고 ‘지방의 연소를 촉진’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 일본인의 약 40%가 유전적으로 혈중 아디포넥틴 농도가 낮다는 사실도 발표했다.

가도와키 교수의 연구팀은 마침내 아디포넥틴의 분비를 늘릴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냈다. 기본은 유산소운동이다. 석 달 정도 워킹을 하면 효과를 실감할 수 있다고 한다. 운동으로 허리둘레가 줄었다면 아디포넥틴이 늘었다는 증거다. 아디포넥틴은 지방세포의 크기가 작을수록 많이 분비된다. 다시 말해 살이 찌면 지방세포가 커지므로 아디포넥틴의 분비량이 줄어든다.

적절한 식품을 섭취하는 방법으로도 아디포넥틴의 분비를 늘릴 수 있다. 오스모틴(osmotin)은 식물이 해충 같은 외부의 적으로부터 제 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단백질이다. 이 물질이 아디포넥틴과 분자 구조가 비슷하고 기능도 유사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오스모틴은 토마토, 사과, 앵두, 키위, 피망, 옥수수 등에 풍부하다고 하니 평소에 적극적으로 먹도록 한다. 대두에 함유된 아르기닌이나 재첩의 알라닌, 녹차의 카테킨 등도 아디포넥틴의 분비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반대로 흡연이나 과음은 아디포넥틴을 감소시키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아디포넥틴이 건강에 유익한 작용을 한다지만 사실 조금 염려되는 부분도 있다. 가도와키 교수의 연구팀이 2007년에  <셀(Cell)> 자매지인 <셀 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아디포넥틴은 지방의 연소를 촉진하고 대사증후군을 개선하지만 한편으로는 뇌에 작용해 식욕을 자극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 가도와키 교수는 아디포넥틴에는 굶주림에 대비해 지방을 축적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절약 유전자’의 기능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기아 상태에서는 활동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평소와 다른 기능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당뇨병 인자를 가진 나로서는 이런 연구가 앞으로 어떤 성과를 낼지 누구보다 더 큰 기대를 하게 된다. 이제까지의 연구 동향으로 미루어 아디포넥틴에 관한 연구가 좀 더 진행되면 머지않아 대사증후군과 당뇨병을 개선하는 약제가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굳이 운동이나 저열량식을 하지 않아도 쉽게 지방을 연소하고 대사를 촉진하며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런 꿈 같은 현실이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생물체는 영양 섭취와 대사를 반복해 생명을 유지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그 두 가지의 균형이 중요하다. 우리 몸이 아디포넥틴 같은 물질을 만들어내는 이유도 그 균형을 지키기 위해서일 것이다.

현재 일본의 당뇨병 위험군은 15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에게는 인슐린저항성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운동과 저열량식은 인슐린저항성을 개선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나도 평소에 식사와 신체활동에 매우 신경을 쓰는 편이라서 혈당치가 조금 높은 것만 제외하면 보통 사람들보다 오히려 더 건강하다.

당뇨병 환자의 신체나이는 실제 나이보다 평균 10세 더 많고, 평균수명은 10년 더 짧다고 한다. 게다가 건강한 사람보다 14년이나 더 빨리 심근경색증이 발생한다. 100세 이상의 장수인 중에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드물다.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인슐린 신호와 내당능을 효과적으로 조절하면 반드시 노화를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날마다 저열량식과 운동, 바른 생활습관을 지킬 수 있는 것도 이런 확신 때문이다.

출처 : <당신안의 장수유전자를 단련하라>

저자 : 쓰보타 가즈오

게이오기주쿠대학 의학부 안과 교수로 일본항노화의학회 부이사장, 잡지 「안티에이징」 의학 편집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1955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1980년에 게이오기주쿠대학 의학부를 졸업하고 일본과 미국에서 의사면허를 취득했다. 1985년부터 미국 하버드대학에 유학하여 2년 뒤 각막전임의(clinical fellow) 과정을 수료했다. 2001년에는 몇몇 뜻 있는 의사와 함께 일본항노화의학회를 설립했다. 또한 세계 최초로 iPS 세포를 만들어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교수와의 공동 연구 등을 통해 안과 분야에 생명공학의 첨단 기술을 응용하고자 애쓰고 있다. 저서로 『불가능을 극복하는 시력 재생의 과학』, 『늙지 않는 생활법』, 『기분 좋게 생활하면 10년 오래 산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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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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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모든 인류의 한결같은 소망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절대로 그렇지 못하다. 더 좋은 약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더 좋은 서비스를 가진 의료기관들도 늘어나지만 아픈 사람들은 결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번 회부터는 ‘코카서스 장수촌’에서 배우는 장수의 비밀을 알아보고자 한다. 그곳은 직접 다녀온 한 일본인 의대교수가 느낀 것은 오늘날 한국인의 건강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 편집자 주

<연재순서>

(1) 그들의 러브샷
(2) 어떻게 먹을 것인가?
(3) 얼마나 먹을 것인가?
(4) 문제는 8부다

코카서스는 흑해와 카스피해로 둘러싸인 지역으로, 대(大) 코카서스 산맥이 서북쪽에서 남동 방향으로 놓여 있다. 이 산맥을 기점으로 유럽과 아시아로 나뉘는데, 산맥의 북쪽은 북코카서스, 남쪽은 외코카서스라고 불린다. 외코카서스 지방에는 그루지야공화국, 아르메니아공화국, 아제르바이잔공화국이 있으며 그루지야공화국 안에는 아부하지야자치공화국, 아자르자치공화국, 남오세티야자치주가 있다.

이곳은 북방 유목민 국가들에 인접해 있으며 그리스, 로마, 페르시아의 가운데에 있어 복잡한 문화적 영향을 받아왔다. 국민의 성격은 지중해를 닮아 격정적인데, 기원전 11세기의 문헌을 보면 아부하지야 사람은 흑해 연안의 최고 민족 중 하나라고 한다.

나는 1977년, 1987년, 1988년, 1990년, 1991년 이렇게 다섯 번 코카서스 지방의 장수촌을 탐방했다. 네 번째 방문까지는 아부하지야자치공화국의 장수촌을, 마지막에는 그루지야공화국의 수도 트빌리시에서 더 동쪽에 있는 오지의 장수촌을 방문하여 장수자들과 인사를 나눈 후 건강 진단을 하거나 생활 상태에 관한 인터뷰를 하였고, 현지 장수학 연구소의 교수진들과 학술 교류를 하기도 했다.

1977년과 1987년에 방문했을 때는 모스크바에서 비행기를 타고 남쪽으로 약 2시간 정도 날아가 수후미에 도착한 후, 이곳을 거점으로 여러 장수촌을 방문했다. 9월 중순에는 두 곳의 장수촌을 방문하였는데, 모스크바는 낙엽이 날리는 만추였음에도 흑해 연안의 마을인 수후미는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푸른 나무들이 무성한 한여름 날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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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자가 많이 살고 있는 마을(이하 장수촌)은 코카서스 산맥의 중턱, 즉 표고 100~200m의 고지에 있다. 나는 이 지역을 네 번 방문했는데 두 번은 드리프시 마을, 한 번은 오토하라 마을, 또 한 번은 야찬다라 마을이었다.

장수촌에 들어가니 여러 명의 장수자가 코사크(카자흐스탄의 영어 이름) 병사 차림을 하고 따뜻한 악수로 우리를 맞이한 후 집회소(마을 회관 같은 곳)로 데리고 갔다. 그곳에서 촌장이 환영사를 시작하는데, 이곳의 남자들은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지 연설을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으나 입가에 거품이 일고 얼굴이 빨갛게 상기될 정도로 끊임없이 대화를 나눴다. 방문객을 극찬하는 환영 인사가 끝나고 이 마을의 자랑거리인 장수자들을 소개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 후에는 장수자의 집에 모두 모여서 연회를 열었다. 장수자의 집은 넓은 부지에 그리스와 로마 문명의 영광을 보여주는 훌륭한 석조 가옥 4~5채로 구성되어 있었고, 대개 4~5세대의 가족이 모여 살고 있었다.

정원에 있는 포도나무 아래에 연회용 긴 테이블을 펼치고 우리 일행과 장수자, 그리고 그의 친족들이 모여서 연회를 시작했다. 자리 배치에도 일정한 규칙이 있었는데, 테이블의 윗자리에는 장로들이 앉고 그 아래는 방문자가, 그보다 아랫자리와 다른 테이블에는 젊은 사람들(그래봤자 70대 노인들)이 앉았다.

연회는 장수자의 집에서 직접 담근 레드와인을 사각형의 잔에 담아 건배를 하면서 시작됐다. 그런데 건배가 끝없이 이어졌다. 재미있는 것은 잔을 든 팔을 상대방의 팔과 엉킨 상태로 건배하기 때문에 잔을 비울 때까지 상대방에게 묶여 있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20~30대 연인들이 주로 하는 ‘러브 샷’과 모양새가 유사하다).

또한 건배를 할 때마다 외치는 구호들도 인상 깊었다. 아래의 구호들처럼 자신만의 욕심이 아닌 함께 어울려 사는 사람들을 위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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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뵙네요. 앞으로 99번 더 놀러 오세요.”
“우리 마을까지 힘들게 온 사람들을 위해서 건배!”
“아부하지야를 위해 건배!”
“세계평화를 위해 건배!”
“자연에 감사하며 건배!”
“장수자와 그 자손을 위해 건배!”
“오늘의 요리를 만들어준 여성분들을 위해 건배!”

이렇게 끊임없이 건배가 이어지면서 우리 일행은 금세 기진맥진해졌다. 하지만 100세를 넘긴 장수자들은 얼굴빛이 약간 빨개졌을 뿐 오히려 더 정정해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고 보니 장수자들 모두 근골이 장대하고 자세도 곧아서 도저히 100년을 살아온 사람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활기찼다. 활짝 웃을 때는 하얀 치아가 보였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이 마을의 장수자들은 농사나 목축을 하느라 상당한 양의 노동을 하고 있는데도 담백한 자연식을 주로 먹었으며 그 양이 적은 편이었다(2000kcal 이하). 역시 장수의 원칙은 절대로 배가 가득 찰 때까지 먹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특히 식사 내용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무얼 특별히 챙겨먹는지를 물었더니, 수백 년 이상 전해져온 전통 음식을 먹을 뿐이라며 장수의 요인이 되는 음식이 무엇인지는 그들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연회장의 음식들과 장수자들이 무얼 주로 먹는지를 살펴보았다. 주식으로는 마마리가(옥수수가루로 만든 죽)와 검은 빵이 있었는데, 특별히 주식과 부식을 엄격하게 구별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냉장 보관했던 것이 아닌 갓 수확한 포도, 사과, 배, 버찌, 산딸기 같은 과일을 많이 먹었다. 포도, 사과, 산딸기는 바로 그 마을에서 난 것들이었는데, 그 달콤함과 향기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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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칼륨의 함량이 높은 산딸기를 많이 먹었는데, 그 때문인지 거의 심장병이 생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들은 이런 과일들을 제철에 수확해서 일부는 말려서 보관했다가 겨울에 먹는다고 한다.

        출처 : <몸이 원하는 장수요법>, 이시하라 유미, 도서출판 전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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