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에이징, 꽤 오래 전부터 빈번하게 들어온 단어다. 안티에이징은 ‘항노화’ 또는 ‘노화 방지’로 번역되는데, 노화에 맞서는 관리를 일컫는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미용, 즉 외모다.


나이 듦에 따라 피부나 신체가 노화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인간의 힘으로는 막지 못한다. 하지만 노화를 늦출 수는 있다는 것이 안티에이징의 일반적인 개념이다. 요즘 같은 ‘외모 지상주의 시대’에 안티에이징 화장품은 화장품 업계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한다.

요새 사람들의 젊음과 아름다운 피부에 대한 강한 집념은 내가 젊었을 때보다 훨씬 강하다. 고등학생들은 대학생을 ‘아줌마’라고 부른다고 한다.

아름다움과 젊음에 대한 이 이상한 집념은 어디에서 왔을까? 대학교 4학년일 때 신입생을 보고 귀엽다며 친구들과 대화를 나눈 기억이 있다. 하지만 피부가 좋다는 둥 어떻게 생겼다는 둥 스스로 비교하지는 않았다. 20대인 자신이 아직 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관점을 바꿔서, 노화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을 늦추는 방법을 고민해보면 어떨까? 이것도 일종의 안티에이징이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낀다. 그 이유는 우리의 뇌가 잔꾀를 부리기 때문이다. 모르는 것에는 재빨리 반응하지만 아는 것은 통과시킨다. 낯선 곳을 찾아갈 때, 걸린 시간은 같아도 가는 길보다 돌아오는 길이 짧게 느껴진다.

갈 때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주위 상황을 살피지만, 돌아올 때는 이미 알고 있으니 그냥 지나친다. 그것처럼 ‘지금 이 순간’을 천천히 즐길수록 시간이 길게 느껴질 것이다. 현재를 즐김으로써 마음까지 행복해진다.

인간은 온갖 센서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감지하는 능력은 떨어진다. 마트의 계산대에서 기다리는 3분은 지겨우리만치 길지만, 친구와 수다를 떠는 1시간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간다. 나는 앞으로 남은 시간이 한정된 지금을 소소한 일상 하나하나 기억하며 살고 싶다. 그것 역시 ‘안티에이징’이니까.

출처 : <피부도 단식이 필요하다> (도서출판 전나무숲)

저자 : 히라노 교코

1945년 출생. 오차노미즈대학을 졸업한 뒤 독일 튜빈겐대학에서 수학했다. 일본에서 손꼽히는 독일어 번역작가로, 발터 뫼르스의 소설 《캡틴 블루베어의 13과 1/2 인생》을 번역해 2006년 독일 정부로부터 레싱번역상을 받았다. 대표적인 역서로는 《난징의 진실(南京の眞實)》, 《균열(均熱)》, 《토니오 크뢰거》 등이 있고, 저서로는 《단가로 읽는 괴테(三十文字で詠むゲㅡテ)》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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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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