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는 누구나 방어기제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마음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보호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들이 없으면 우리 마음은 너무열려서 불친절하거나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이나 상황들로부터 쉽게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어릴 적 집이나 학교,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때는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럽고도 필요한 일입니다. 방어기제가 어린 나를 보호해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방어기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방어기제는 눈에 보이지 않게 자신에게 상처를 주면서 발전을 방해합니다. 이번 회부터는 내 마음 속에서 잘못 뿌리 내리고 있는 방어기제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

지연행동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내면의 고민을 피하기 위해서 시작하거나 완료해야 할 일 혹은 행동을 미루는 것.

"지금 당장 하지 않아도 돼~"

완벽하게 해낼 수 없다는 불편한 마음에 당장 시작해야 할 일(행동) 혹은 끝마쳐야 하는 일(행동)에 아예 손을 대지 않거나 되도록 미루는 것을 말한다. “시험에서는 항상 1등을 하라”는 엄마를 떠올리며 아예 공부를 하지 않거나, 중요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해내야 하는 상황에서 프로젝트와는 상관없는 엉뚱한 일에 신경 쓰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대개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 이 방어기제를 사용한다.

아름답고 상쾌한 어느 토요일 오전에 필자들은 이 책의 새로운 장을 집필하기 위해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런데 하루가 다 지나도록 원고 집필은 시작도 하지 못했다. 사무실에 나와서 한 일이라곤 차를 5잔도 넘게 마시고, 화장실을 수도 없이 들락거리고, 크래커를 먹으면서 각자의 아이들에게 열 번도 넘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필자들이 원고 집필이라는 중대사를 앞두고 엉뚱한 짓만 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다시 말해서  오늘 써야 할 원고의 주제를 생각하니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하는 불안감이 느껴졌고, 원고의 내용을 생각해봐야 할 시간이 필요했으며, 쉬는 날에 사무실에 나와 있으니 왠지 기분이 싱숭생숭했기 때문이다.

Tapping a Pencil
Tapping a Pencil by Rennett Stowe 저작자 표시

한마디로 이날 아침 우리 필자들은 ‘지연행동(Procrastination)’의 희생양이었다. 이 방어기제를 이용해 피할 수 없는 불편한 기분으로부터 각자를 보호하고 있었던 것이다.

필자들의 행동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으리라 믿는다. ‘무언가를 언제까지 끝내야 한다’는 일정이 짜여 있고 ‘무언가를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그 일에 집중할 수 없었던 경험을 누구나 했을 것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불가피하게 일을 미룰 때가 가끔 있다. 그런 전략을 사용했던 때를 생각해보자. 학창 시절에는 무엇을 미루었는가? 숙제? 리포트를 쓰는 일? 지금 직장에서 미루고 있는 일이 있는가? 어떤 일인가? 회사의 예산을 작성하는 일?

직원들의 업무평가 보고서를 쓰는 일? 고객 파일을 업데이트하는 것? 가정사에서는 어떠한가? 동생에게 연락해야 하는데 안 하고 있는가? 부모님에게 말씀드릴 게 있는데 오히려 피하게 되는가? 배우자와 다투었는데 사과를 미루고 있는가? 건강관리는 어떤가? 다이어트든 운동이든 금연이든 무언가를 하고 싶은데 자신이 없고 부담이 돼서 슬금슬금 미루고 있는가?

흥미롭게도, 사람들이 일을 미루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완벽주의 때문이다. 눈앞의 일을 미루었을 때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분명 당신은 그때 ‘나는 무슨 일이든 제대로 알고 시작해야 해’라거나, ‘내게 맡겨진 일을 헤매는 일 없이 완벽하게 해내야 해’라고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시작이 순조롭지 않거나 자연스럽게 진척이 안 되면 ‘완벽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한 것이나 다름없어!’라고 소리치는 당신 안의 목소리와 싸우다가 ‘전부 관두자’고 생각하고 그 일(행동)을 한쪽으로 밀쳐냈을 것이다.

Dale - Lazy Cat
Dale - Lazy Cat by Magh 저작자 표시비영리

그러면서 자신감을 잃게 되고, 그 일을 해내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점점 강해진다. 그래서 당신은 숨는다. 스스로를 점점 더 고립시키고, 누군가가 당신의 마음을 파악하고 당신이 사기꾼이란 걸 알게 될까 봐 전전긍긍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누군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낼 거야. 내가 남들을 속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거야’라는 기분과 마주친다. 결국 지연행동으로 인해 좋지 않은 결과를 맞게 된다. 만일 당신이 가장 즐겨 사용하는 방어기제가 지연행동이라면 아마도 ‘성공했다’는 기분을 느낀 적이 거의 없을 것이다.

          출처 : <내가 말하는 진심, 내가 모르는 본심>, 도서출판 전나무숲

저자 : 매릴린 케이건 (Marilyn Kagan)

로스앤젤레스에서 25년 이상 개업의로 일해온 공인임상사회복지사(LCSW)이다. 전문 심리치료사와 사회복지사의 역할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자격). 샌디에이고 주립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남부 캘리포니아 정신분석연구소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수련했다. 20대부터 30대 초반까지 배우로도 활동했던 매릴린은 미디어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심리 전문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로스앤젤레스의 KFI 방송국에서 8년간 인기 토크쇼를 진행하며 청취자들의 고민을 세심하게 상담해주었으며, 3년간 진행한 「매릴린 케이건 쇼(The Marilyn Kagan Show)」는 에미상 수상작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 외에 E! 방송국의 「토크 수프(Talk Soup)」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는 등 주요 프로그램에 해설자로 자주 출연하고 있다.

저자 : 닐 아인번드 (Neil Einbund)

공인임상심리치료사이자 결혼 및 가족 치료 전문가. 1988년부터 개업의로 일하며 가족 관계, 결혼 생활, 중독, 이혼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상담치료를 하고 있다. 남부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1988년에 박사학위를 받았고, 캘리포니아주 마리나 델 레이(Marina del Rey)에 있는 안티오크 대학교(Antioch University) 심리학과 석사 과정에서 교수로도 일했다. 지난 20년간 미국 유대대학교에서 부부 상담 프로그램인 ‘성공적인 결혼 생활을 위하여’를 진행해왔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슬픔 치유 모임’을 주말마다 운영하고 있다.

※ 인터넷 서점 및 전국 서점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전나무숲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