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무언가 ‘고객’을 상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일이 어떤 종류이든 간에 그것을 ‘구매’해주는 고객이 없다면 일이라는 것 자체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때로는 이러한 고객이 당신에게 화를 내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의 입장에서는 그 고객을 이해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도대체 그들은 왜 그렇게 자꾸만 화를 내려고 하는 것일까.

회사에서도 직원들이 가장 꺼리는 업무 중 하나가 고객의 불만을 처리하는 업무다. 고객의 불만을 잘 처리하는 일은 ‘당연한 일’에 불과하고, 제대로 하지 못하면 동료나 상사에게 엄청난 질책을 받을 수도 있고, 난폭한 고객이라도 만나면 봉변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만난 어떤 담당자는 고객에게 두 시간 정도 욕설을 듣고 화가 난 상태로 퇴근했는데, 집에 도착해 화를 참으려고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화가 치밀어올라 거실 유리창을 주먹으로 쳐 큰 부상을 당했다고 한다.


Telemarketers! by Cayusa 저작자 표시비영리

그러면 이렇게 직원들에게 화를 퍼붓고 나면 고객의 마음은 편안해질까? 절대 그렇지 않다. 고객들 역시 순간적으로 화가 나 거친 표현을 쓰긴 했지만 마음이 진정된 다음에는 담당 직원과 마찬가지로 불편한 기분을 느낀다. 이처럼 불만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는 고객과 직원 모두가 서로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다.

그러면 고객은 어떤 과정을 거쳐 불만 고객이 되는 것일까?

고객은 서비스건 상품이건 자신이 원하는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 구매를 한다. 하지만 구매한 제품이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불만이 생긴다. 쉽게 말해, 제품이나 서비스가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불만이 생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외식을 하려고 가족과 함께 식당을 찾았는데 그날따라 자리가 하나도 없고, 40분쯤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직원에게 들으면 자신도 모르게 화가 난다. 이때 화가 나는 이유는 기대(가족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면서 가장의 역할을 하고 싶다)와 실제(불편하게 40분을 기다려야 한다) 사이에 간극이 생기면서 자신이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때 기다리는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질수록 화의 강도는 커지는데, ‘화가 많이 난다’는 것은 그만큼 기대를 많이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고객이 화를 많이 내는 것은 상품이나 서비스에 기대를 많이 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판매를 촉진하고자 과장 광고 등을 통해 고객의 기대를 높이는 전략을 사용한다. 제품의 디자인이나 성능을 과장하면 할수록 많은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판매 전략의 문제는 판매하고 난 다음에 불거진다.

제품을 구매한 고객들은 제품이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제품을 판매한 회사에 자신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를 집단행동 등을 통해 알리게 된다. 심한 경우에는 판매 회사가 소비자에게 부도덕한 기업으로 낙인찍혀 망하는 일도 있다.

제품을 판매하는 사람은 경쟁 제품보다 가급적 우수한 성능만 설명하려고 하고 경쟁 제품에 비해 떨어지는 성능이나 불편한 기능은 가급적 감추려고 한다. 이는 비용보다 구매에 따른 이점을 더 크게 보이게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객이 구입한 제품을 사용하다가 제품의 구매 비용에 비해 몸으로 느끼는 혜택이 적다고 느끼기 시작하면 실망하고 불만이 쌓이게 된다.

고객이 불만 사항을 말하며 화를 낼 때 고객과 직원은 ‘두려움’과 ‘억울함’을 동시에 느낀다.


Angry kitty by Tambako the Jaguar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고객은 고객대로 ‘이 직원이 내 말을 믿어주지 않으면 어쩌지?’, ‘어떻게 해야 내 말을 믿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그 자체가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이때 고객은 이런 마음을 감추려고 화를 낸다.

직원도 마찬가지다. 고객이 화를 내면 ‘저 사람에게 잘못 말해 봉변을 당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저절로 생긴다. 또 회사의 규정 때문에 고객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할 때는 답답함마저 느낀다.

이런 상황에서 고객과 직원이 느끼는 감정을 도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이런 반응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내 생각이 기분에 영향을 미치고, 기분은 행동과 신체 반응에 영향을 준다.

이처럼 고객이나 직원의 행동에는 분명한 이유와 목적이 있다. 따라서 화를 내는 고객을 대할 때 그저 단순히 ‘귀찮은 사람’, ‘성가신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과 ‘얼마나 불안했으면 저렇게 행동할까?’라며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결과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출처 : <좌절하지 않고 쿨하게 일하는 감정케어>, 최환규, 도서출판 전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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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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