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질병을 달가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병은 곧 고통, 아픔, 죽음 등을 떠올리게 하고 실제로 심각하게 인체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그런데 조금만 다르게 생각한다면 차라리 질병이라는 것은 우리 몸의 고마운 존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위험을 알리고, 더 큰 위험에 빠지기 전에 경고를 해주기 때문입니다.


우선 병에 걸리게 되면 몇가지 증상들이 나타납니다. 첫째가 통증, 두 번째가 부기, 세 번째가 발열입니다. 이 세 가지 모두 불쾌한 증상임에는 분명하지만, 이와 같은 몸의 신호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만약 통증이 없다면 우리는 병이 생겼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할 것이 너무도 당연합니다. 통증이 있으니까 몸 어딘가에 이상이 생겼는지 살피게 되고, 자신의 건강을 돌아보게 되는 것이지요.



96/365 she woke up; not in maine
96/365 she woke up; not in maine by kharied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두 번째로 부기는 일종의 염증인데, 이는 혈류 증가를 의미합니다.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상처가 난 곳에 대량의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 조직을 복구해야 합니다. 부기는 통증과 마찬가지로 소중한 생체 반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발열도 눈엣가시이기는 매한가지이지만, 이는 대사 항진으로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DNA RNA 단백 합성이라는 대사 경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특히 열이 중요합니다. 발열 없이는 병이 낫지 않는다고 해도 결코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이와 같은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질병에 맞서 이길 수가 없게 되는 것이죠.

그럼 잠시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이라는 조직 호르몬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프로스타글란딘은 혈관 확장, 발열, 통증을 유발하는 괴력을 갖고 있습니다. 통증, 부기, 발열의 질병 반응은 이 프로스타글란딘에 기인하는 것이죠.

병원에서 흔히 처방해주는 소염진통제는 이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산을 억제하는 약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들 약을 진통제, 소염제, 해열제라고 부릅니다. 현대의학에서는 수많은 약제가 질병 치료에 쓰이는데, 이 소염진통제는 약의 여왕이라고 말할 정도로 그 사용 빈도가 절대적으로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산을 억제하는 약물은 통증을 멈추게 하기도 하지만, 질병의 근본적인 치료를 방해할 수가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조직 복구를 위한 치유 반응을 중지시켜 버리니까 질병 역시 나을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누구라도 통증, 부기, 발열을 피하고 싶은 마음은 같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증상이 치료를 위한 과정으로 작용한다면 무조건 피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운전을 할 때는 자신의 차는 물론이고 앞차, 또 그 앞차까지 조심해야 안전 운전을 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약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바로 눈앞에 보이는 목적에만 급급해서는 안 됩니다. 대증요법 치료제는 일시적으로 증상만 가볍게 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통증, 부기, 열이 나면 우선 몸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치료에 접근하는 태도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Posted by 전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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