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보면 약을 장기적으로 복용하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물론 들어보면 제 각각 이유는 분명합니다. 머리가 띵하다, 무릎이 아프다, 기침이 나온다, 설사가 심하다, 혈압이 높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 피부가 거칠하다 등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일부는 8종류, 혹은 심지어 10종류까지 다양한 약을 장기간 복용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이 좋아질 기미는 요원해지고 증상이 완화되기 보다는 오히려 악화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rosy glasses,crimson pills by psyberartist 저작자 표시

그렇다면 그들은 왜 증상이 좋아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약을 장기적으로 복용하고 있을까요.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의학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오히려 심리적인 문제가 아닐까요? 분명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효과가 없으면 약을 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맞는 말인데, 그들은 ‘효과가 없어도 약은 먹는다’라는 다소 비이성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입니다.

<약을 장기복용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특징>

■ 증상이 나타나면, 무리한 생활에서 오는 경고라 생각지 않고 몸의 실수쯤으로 파악한다.

■ 약은 단지 대증요법의 하나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 약이 쓰인다고 오해한다.

■ 약에는 부작용이나 해가 있으며, 오히려 질병을 악화시키는 일이 많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

■ 점차 증세가 심해져도 약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몸 탓으로 돌리며 체념한다.

위와 같은 생각의 지배를 받으면, 환자는 약을 찾게 되고 의사도 많은 약을 처방하는 일이 바람직한 의료 행위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구나 대부분의 약에는 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환자의 주머니 사정에도 부담을 주지 않고 의사도 마음 놓고 약값을 청구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대체로 이와 같은 흐름이 현대 의료를 지탱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빠지기 쉬운 생각의 오류는 우리의 몸, 즉 생명체가 자주 실수를 저지른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35억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생명체입니다. 그렇게 쉽게 또 그렇게 자주 실수를 범할 리가 없다는 이야기죠.

오히려 병은 균형을 잃은 생활 때문에 생깁니다. 우리가 몸과 마음을 혹사시켜서 병을 만들고 키우고 있는 것입니다.

앞에서 든 증상들은 모두 괴롭고 참기 힘든 고통일 것입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우리가 해야할 것은 약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을 세심하게 돌보고 자연에 맞는 생활습관을 통해 몸의 균형을 되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약에 의존하게 되면, 평생 죽기 전까지 약과의 ‘악연’을 끊을 수 없습니다.

증상이 악화되면 근본적인 문제에는 주목하지 못하고, 오직 자신의 몸만 탓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특히 나이 탓으로 돌리며 약을 먹을 수 있는 명분을 찾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오랜 생명을 약속 받은 훌륭한 생명체입니다. 50세나 60세 정도에 세상을 떠날 만큼 인간이라는 생명체를 그리 부실하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Posted by 전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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