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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5.02 자신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사람(2) - 그들의 배우자는?

자기애성은 보통 친밀한 관계의 배우자들이 열망하는 의존을 스스로 용납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내적인 빈곤(neediness)’을 무의식적으로 투사할 수 있는 사람인 경계성을 배우자로 고른다.

자아감이 부족하고 특권의식이 없는 경계성은 자기애성의 투사 대상이 되기 쉽다. 그리고 발달 감각이 왜곡된 경계성은 자기애성의 투사 때문에 자신이 무시당하고 있고, 피해자고, 무가치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자기애성을 배우자로 선택하는 사람들은 대개 경계성이다. 이들은 누군가 자신을 공격하지 않을까 혹은 버리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사는 자존감이 낮으며 자아감이 결여된 사람들이다. 자신은 사랑을 받을 만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애성의 만능감과 거대성에 쉽사리 넘어간다.

경계성은 자기애성을 세상의 ‘전부’로 이상화하고 자신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착각하면서 자기애성에게 홀딱 빠진다. 이들은 손에 넣을 수 없는 남자에게 애착을 느낀다. 자기애성과 경계성 부부는 찰떡궁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기애성이 주로 사용하는 과장된 자아감, 철회, 고립 같은 방어기제들은 그를 감정적으로 혹은 물리적으로 도움을 주지 않는 사람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자신의 배우자에게 동정심이나 연민을 느끼지 않는 자기애성이 가하는 가장 잔인한 공격은 타인들에게 자신들이 매우 귀하고 중요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이상화할 수 있고 자신들의 자기대상 욕구에 부응하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자기애성이 얼마나 빨리 사랑과 관심과 열정을 보이는지 배우자와 주변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떻게 당신은 나와 우리 아이들에게는 그렇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관대하고, 사랑스럽고, 친절할 수 있어?”


이 여성들은 자신들이 힘 있는 자기애성 배우자를 필요로 하는 이유가 아주 어린 시절에 부재했거나 돌아가신 아버지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이 ‘힘 있는’ 남자들에게 의지하는 진짜 이유는 생애 초기의 결손을 메우고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다.

경계성의 특징을 가장 두드러지게 보여주는 인물로 메릴린 먼로를 들 수 있다. 먼로는 자신에게 권력과 지위가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고 동시에 어린 시절부터 끈질기게 따라다닌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공포를 느끼지 않으려고 조 디마지오, 아서 밀러, 존 F. 케네디와 같은 ‘힘 있는’ 남자들을 선택했다. 얄궂게도 그녀는 이들을 이용할 만한 상황이 되면 즉시 그들 곁을 떠났다.

케네디와의 만남을 기점으로 먼로는 더는 그 ‘춤’을 추지 못했다.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이유를 놓고 여전히 논란이 많지만, 사람들은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브이스폿)이 어찌해볼 수 없을 정도로 커져서 그녀가 자신의 성적 매력과 명성을 더는 유혹의 미끼로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죽음을 택한 것이라고 짐작하기도 한다.

경계성은 무의식적으로 고통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데, 그 고통과 맺는 관계가 긴밀할수록 그들은 도움을 주지 않는 남자들이나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둘러싸여 고통 속에서 사는 시나리오를 계속 재생산할 것이다. 보통 희생자들/조장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그래, 내가 그 고통을 견뎌냈어”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들처럼, 그러니까 일종의 순교자처럼 고통을 추구한다. 무슨 일이 됐든 내면의 공허함을 마주하는 일보다는 더 낫다고 생각한다.

경계성은 생애 초기에 부모에게 정서적으로 버림받은 사람들이다. 부모가 집을 나가거나 술에 중독되거나 학대를 일삼아서 물리적으로 또는 정서적으로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 경계성이 지위가 높거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자기애성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경계성은 버림받지 않으려고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그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하고 특별한 사람인 것처럼 대하며 그의 자기애적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법을 배운다. 친밀한 유대 관계를 맺는 것이 너무 절실한 이들은 자기애성에게 완벽한 반응을 해주는 법을 배운다. 하지만 그 거짓 자기(false self)는 충동 조절의 실패로 오래가지 못한다.

출처 : <왜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상처받는가>

저자 : 조앤 래커 (Joan Lachkar)

정신분석학 박사로서 정신분석학을 비롯한 다양한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부부나 연인 관계,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을 연구해 학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실제로 심리치료사로도 활동하면서 많은 부부, 연인들과 상담하며 왜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지, 왜 상처받는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탐구했다. 그 결과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가 현재의 관계를 망가뜨린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람들이 자신의 원초적 상처를 깨닫고 그것과 화해함으로써 감정을 치유하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현재 남부 캘리포니아 정신분석연구소 회원이자 마운트세인트메리 대학 외래교수이며, 『정서적 학대(Journal of Emotional Abuse)』 지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자기애성과 경계성 커플』 『학대의 여러 얼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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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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