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3.04.22 브이스팟 실제 상담사례 - 냉담해진 맥스(1)

심리치료실을 찾는 커플들은 대개 정신질환자는 아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병적 요소를 일부 가지고 있거나 일시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정신질환자들은 심리 상태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 상태가 ‘되어버림’으로써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태가 되기 일쑤다.

이것은 대개 원초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어떤 상태로 존재하는 것’과 ‘어떤 상태를 느끼는 것’을 혼동하는 이유와 관계가 있다.

토마스 오그던(Thomas Ogden)에 따르면, 조현병(정신분열병) 환자는 두 가지 심리적 태도를 취한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의미가 있을 수 있는 심리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경험을 통해 새 의미를 찾고 배우려는 노력을 방해함으로써 의미를 파괴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프로이트는 조현병 환자가 외부 세계와의 연결을 모조리 단념하고 내면으로 돌아서버린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하면서 외적 대상들과 맺은 유대를 잘라버리고 현실과도 괴리된다는 것이다.

정신질환자는 망상적인 내면세계에 빠져 사고 기능과 현실 검증 능력을 잃어버린다.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생각하는 현실 세계에서 의미를 회복하거나 찾으려고 하다 보니 오직 현실의 파편만 남는다.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쁜 내적 대상’을 과도하게 동일시하기 때문에 동일시하는 그 나쁜 대상이 ‘실제로 된다’. 다음은 그 예들이다.

● 그 때문에 나는 우울해진다(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가치 없고 자격 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 나는 우울해진다. 그래서 나는 우울증이 된다(자기혐오가 내부로 향한다).
●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공허감).
● 나는 두려워한다. 그래서 나는 두려움이 된다(마비).
● 나는 외로워진다. 그래서 나는 외로움이 된다(고립).
● 나는 텅 비어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무엇이든 사는 소비자가 된다(음식, 알코올, 마약, 도박).

과거의 고통스런 경험에서 의미를 추려내려면 그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연인 관계가 끝났을 때처럼 예상하기 힘든 일을 생각해볼 수 있는 사고력이 필요하다.

정신병 환자와 조현병 환자들은 서서히 내면을 향해 등을 돌리면서 지식과 언어에 관련된 모든 것을 지워버리며 의미를 공격한다. 때때로 이런 퇴행이 너무 심해지면 식물인간처럼 무기력해지거나 만사를 묵인하는 상태가 되거나 모든 의미를 똑같은 것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이를테면 이들에게 밤은 낮과 똑같은 것이 된다. 이들에게 이 둘은 다른 점이 없다. 조현병 환자들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애착을 느끼는 대상에게 아무런 감정도 애정도 느끼지 않으며, 모든 것을 똑같은 것으로 느낀다.
 
■ 사례 5 _ 어린 시절 받은 상처 때문에 지나치게 냉담해진 맥스

지금까지 브이스폿이 자극받아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지나치게 고조되면 어떤 일들이 발생하는지를 이야기했다. 이들은 대단히 예민하고 민감한 사람들로 충격적인 과거와 어린 시절의 상처에 깊이 연루되어 있다.

그러나 과거의 감정적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고자 그러한 원초적 상처를 자극하는 일들을 회피하려 하거나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를 무시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다음은 원초적 상처 때문에 자신의 건전한 욕구와 욕망까지도 무시해버린 사람의 사례다.

맥스: 안녕하세요, 선생님.
심리치료사: 생일날 즐겁게 보내셨어요?
맥스: 네, 아주 좋았어요. 우리는 할리우드의 대로를 돌아다니면서 <인터프리터>라는 영화도 봤어요.
심리치료사: (조용히 듣고만 있다.)
맥스: 의사면허증을 갱신하려면 특별 과정을 이수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서 걱정이에요.
심리치료사: 의사면허증이 취소될 위기에 처한 것 같은데 당신은 그다지 걱정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데요.
맥스: 저도 위기 상황인 걸 알아요. 그런데 왜 저는 그 상황을 해결하려고 하지 않을까요? 그 일만 있는 게 아니에요. 소득세 신고도 하지 않았어요. 무슨 이유인지, 그 일들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들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다음 회에 계속)

출처 : <왜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상처받는가>

저자 : 조앤 래커 (Joan Lachkar)

정신분석학 박사로서 정신분석학을 비롯한 다양한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부부나 연인 관계,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을 연구해 학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실제로 심리치료사로도 활동하면서 많은 부부, 연인들과 상담하며 왜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지, 왜 상처받는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탐구했다. 그 결과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가 현재의 관계를 망가뜨린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람들이 자신의 원초적 상처를 깨닫고 그것과 화해함으로써 감정을 치유하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현재 남부 캘리포니아 정신분석연구소 회원이자 마운트세인트메리 대학 외래교수이며, 『정서적 학대(Journal of Emotional Abuse)』 지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자기애성과 경계성 커플』 『학대의 여러 얼굴들』이 있다.

※ 인터넷 서점 및 전국 서점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전나무숲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