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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6.25 정신건강과 방어기제 - ‘지성화’ 올바로 보기(1)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방어기제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마음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보호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들이 없으면 우리 마음은 너무열려서 불친절하거나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이나 상황들로부터 쉽게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어릴 적 집이나 학교,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때는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럽고도 필요한 일입니다. 방어기제가 어린 나를 보호해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방어기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방어기제는 눈에 보이지 않게 자신에게 상처를 주면서 발전을 방해합니다. 이번 회부터는 내 마음 속에서 잘못 뿌리 내리고 있는 방어기제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

지성화

고통스럽고 불편한 사건이나 생각과 관련 있는 감정들을 해명하여 없애버리기 위해 단어, 정의, 이론적 개념 등을 이용하는 것.

"슬프고 두려운 감정을 억누르고 이론적, 논리적으로 생각해!"

감정과 충동을 경험하는 대신 생각만 많이 하거나 감정적인 문제를 이성적으로 설명하여 그 감정에서 벗어나려 하는 것이다. 생명을 위협하는 병에 걸렸을 때 감정에 빠지지 않고 그 병에 대한 지식과 정보로 슬픔과 두려움을 막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지성화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은 로봇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누군가와 대화하면서, 상대방이 당신에게 어떤 사실을 말하는 방식이 그 이야기가 불러일으키는 감정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낀 적이 있는가? 당신은 슬픔이나 걱정, 고통 등을 느끼는데 정작 상대방은 전혀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는 듯 보이고, 그 상황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상대방이 아니라 오히려 당신인 상황 말이다.

그런 경우 당신과 대화를 나누는 상대방은 자신의 감정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괴롭고 고통스러운 마음에서 도망치는 동시에, 당신과 진심으로 접촉할 가능성을 몰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만나볼 방어기제인 지성화(Intellectualization)는 사람을 그렇게 만든다. 많은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이것을 ‘감정의 고립’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지성화를 사용하는 사람의 태도에서 어떤 상황의 감정적 내용이 제거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지성화는 ‘마음의 소리를 침묵시킴으로써’ 인간의 일부분을 잘라 없애는 것과 같다. 그런데 그 부분은 인간의 정수이자 영혼이자 열망이자 바로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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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er by h.koppdelaney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지성화는 사람들이 심각한 질병을 생각하거나 언급할 때 사용하기 쉽다. 오늘날 사람들의 삶에 침투해 마음을 사로잡고 두려움을 심어주는 질병이 ‘암’이다. 모임에서 누군가가 어떤 암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암환자가 늘어나니 많은 이들이 암과 관련한많은 지식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좋은 일이다. 특히 암의 예방과 조기 발견 및 치료를 위해서는 말이다. 암은 더 이상 사망 선고가 아니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암을 이겨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사람들을 교육하고 있다.

정보와 자료가 축적되면서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동시에 그런 정보들이 혹독한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데 동원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수치, 설문 조사, 신문 1면을 장식한 기사, 인터넷에 올라온 글 등은 인생의 불확실성에 직면했을 때 느끼게 되는 두려움과 고통, 압도적인 불안감을 막아주는 방패가 된다. 지성화라는 방어기제를 불러냄으로써 나약한 마음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다.

설득력 있는 최신 보고서로 무장한 지성화는 한마디로 ‘고통(감정)’과의 연결을 끊고 ‘두뇌(지성)’와 동맹을 맺도록 도와주는 친구다. 의사에게 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면 금세 당신을 삼켜버릴 것 같은 겁나고 당황스러운 기분을 회피하고자 하는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식과 과학 용어를 붙들고 있는 것은 두려움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나게 해줄지도 모르지만 다른 방어기제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해가 된다.
지성화는 ‘생각하는 사람’이 직면하는 수많은 두려움을 없앨 목적

으로 사용하는 온갖 수단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다. 스스로를 감정적으로 마비시키기 위해 택하는 방법이지만, 동시에 감정을 통제한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각종 기계와 낯선 사람들, 발음하기도 힘든 약물들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이 격동의 세상에서 지적 통제력을 포기하는 것은 큰 손실처럼 느껴지겠지만 일단 논리적 정보를 내려놓을 준비가 되면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무섭게 만드는 감정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지식이나 통계, 정보를 사용하는 일을 그만두면 두려움 때문에 무너질 것 같은 기분을 느낄 가능성이 더 낮아진다. 그리고 당신을 지지해주는 다른 길을 탐험할 수 있게 된다.

출처 : <내가 말하는 진심, 내가 모르는 본심>, 도서출판 전나무숲

저자 : 매릴린 케이건 (Marilyn Kagan)

로스앤젤레스에서 25년 이상 개업의로 일해온 공인임상사회복지사(LCSW)이다. 전문 심리치료사와 사회복지사의 역할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자격). 샌디에이고 주립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남부 캘리포니아 정신분석연구소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수련했다. 20대부터 30대 초반까지 배우로도 활동했던 매릴린은 미디어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심리 전문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로스앤젤레스의 KFI 방송국에서 8년간 인기 토크쇼를 진행하며 청취자들의 고민을 세심하게 상담해주었으며, 3년간 진행한 「매릴린 케이건 쇼(The Marilyn Kagan Show)」는 에미상 수상작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 외에 E! 방송국의 「토크 수프(Talk Soup)」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는 등 주요 프로그램에 해설자로 자주 출연하고 있다.

저자 : 닐 아인번드 (Neil Einbund)

공인임상심리치료사이자 결혼 및 가족 치료 전문가. 1988년부터 개업의로 일하며 가족 관계, 결혼 생활, 중독, 이혼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상담치료를 하고 있다. 남부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1988년에 박사학위를 받았고, 캘리포니아주 마리나 델 레이(Marina del Rey)에 있는 안티오크 대학교(Antioch University) 심리학과 석사 과정에서 교수로도 일했다. 지난 20년간 미국 유대대학교에서 부부 상담 프로그램인 ‘성공적인 결혼 생활을 위하여’를 진행해왔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슬픔 치유 모임’을 주말마다 운영하고 있다.

※ 인터넷 서점 및 전국 서점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전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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