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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4.08 인간의 감정적 트라우마, 브이스폿은 무엇인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능력이고,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 덕분에) 마법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려 항상 보고 싶은 마음에 관계를 시작하지만 그 이면에는 ‘관계를 일부러 파괴하고 위험에 빠뜨리고 싶은 억제하기 힘든 충동’이 도사리고 있다.

이것은 ‘제어하기 힘든 원초적인 기억들’ 때문에 사랑이 진행되는 것을 방해하는 일종의 ‘원시적 이상화(primitive idealization)’다.

이러한 ‘제어하기 힘든 원초적인 기억들’을 정신분석학에서는 원초적 상처(archaic injury)라고 부르고, 나는 ‘취약한 지점(vulnerable spot)’ 또는 ‘브이스폿(V-spot)’이라고 부른다.

브이스폿은 ‘감정적으로 가장 상처받기 쉬운 부분’을 일컫는 말이다. 브이스폿은 ‘원초적 상처’보다 사용하기 편하고 그 자체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말이다. 브이스폿은 지스폿(G-spot)에 상대되는 용어다. 지스폿이 쾌락과 관련 있다면 브이스폿은 고통과 관련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브이스폿이 자극받으면 생애 초기에 겪은 고통스럽고 충격적인 경험이 되살아난다. 누군가, 특히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급소를 건드리면 브이스폿이라는 방아쇠가 당겨진다. 아주 사소해 보이는 사건만으로도 펑 폭발한다. 말실수 하나, 거짓 행동 하나에 브이스폿은 활활 타오른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생애 초기의 트라우마로 생긴 이후부터 생이 다할 때까지 무의식적으로 붙잡고 놓지 않는 원초적 상처라고 설명한다. 브이스폿이 자극받으면 모든 이성과 감각이 마비된다.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기억, 인식, 판단, 현실 등) 모든 부분에 지각변동이 일어난다.

브이스폿은 심리학자들이 오랫동안 간과해온 영역이다. 브이스폿은 아주 사소한 것만으로도 자극을 받는다. 잘못된 말 하나 손짓 하나로도 폭발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폭발은 감정적으로 상처를 주는 관계나 갈등을 겪는 관계가 아닌 평범한 부부나 연인들 사이에서도 일어난다.

사랑으로 엮인 관계는 단순하지 않다. 감정적으로 고조되기 쉬운 수치심, 죄책감, 시기, 질투, 경쟁, 조종, 지배 등이 심하게 뒤얽혀 있어서 매우 복잡하다.

감정이 점점 고조되다 폭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브이스폿은 원자로와 비슷하다. 공격을 받으면 폭발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감정이 폭발하면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은 물론 섬세한 감수성까지 상실한다.

갑자기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모든 것이 뒤죽박죽되고, 기억력과 현실 인지력과 판단력이 흐릿해진다. 브이스폿이 노출되면, 자아(ego)는 조정하는 능력과 불안을 억누르는 능력 등 본연의 능력과 기능을 상실한다.

처음에는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던 불안도 자아가 보내는 신호들이 외면당하면 돌연히 공포가 된다.

이러한 감정적 상처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의 브이스폿을 직접 만나는 것뿐이다. 감정적 상처를 계속 받으면 브이스폿은 반복적으로 자극받아 점화된다. 그러나 브이스폿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면 자신이 왜 특정한 문제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큰 상처를 받는지 알아낼 수 있다.

브이스폿은 심리치료 과정에서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자신이 맺는 관계에서 브이스폿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파악하려면 음악에서 주된 멜로디가 계속 반복되듯이 자신이 자신만의 주된 소재를 얼마나 자주 반복하는지 계속 확인해야 한다.

치유 과정은 말로 설명하기에는 매우 어렵고 정교하며 복잡하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들조차 대부분 브이스폿을 초기의 트라우마와 자아와 방어기제와 연결시켜주는 요소들을 완전히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마음을 치유하는 일은 즉각 효과가 생기는 과정이 아니다. 무엇보다 먼저 우리가 어린 시절에 겪은 상처를 ‘경험’해야만 진정한 치유가 일어날 수 있다.

출처 : <왜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상처받는가>

저자 : 조앤 래커 (Joan Lachkar)

정신분석학 박사로서 정신분석학을 비롯한 다양한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부부나 연인 관계,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을 연구해 학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실제로 심리치료사로도 활동하면서 많은 부부, 연인들과 상담하며 왜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지, 왜 상처받는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탐구했다. 그 결과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가 현재의 관계를 망가뜨린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람들이 자신의 원초적 상처를 깨닫고 그것과 화해함으로써 감정을 치유하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현재 남부 캘리포니아 정신분석연구소 회원이자 마운트세인트메리 대학 외래교수이며, 『정서적 학대(Journal of Emotional Abuse)』 지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자기애성과 경계성 커플』 『학대의 여러 얼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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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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