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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 현장기록(3) - “욘사마, 고마워”

전나무숲 2011. 6. 13. 07:00

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원전사고로 인한 일본의 피해는 전 세계적으로도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자연재해에 대한 두려움, 원전은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불안감, 그리고 그것으로 인한 엄청난 피해 …. 그러나 우리가 느껴야할 것은 그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언제든 우리도 그와 같은 피해를 겪을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하지 않을까요. 일본에 쓰나미가 발생한 후 현장으로 달려가 생생한 기록을 한 한국의 사진작가 류승일씨가 집필한 <쓰나미, 끝나지 않은 경고>를 통해서 그 처참한 상황을 되돌아 보고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대비해야하는지 함께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 편집자 주.

마을의 이 곳 저 곳을 다니다 보니 한국인이 마을에서 취재를 한다는 소식이 금세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 다행히 마을 사람들은 이질감 혹은 거부감을 느끼거나 신기하다는 생각보다는 이웃이라는 생각으로 친절하게 나를 대했다. 그들의 친절함 이면에는 한류의 영향이 꽤 컸다.

주유소 인근의 마을을 다니며 취재하다 우연히 한류 잡지를 보았다. 이 잡지의 주인은 아주머니였다. 그 아주머니는 젖은 책을 촬영하는 나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나는 한국에서 왔다고 대답했고, 그 아주머니는 무척이나 반가워했다. 그리고 고맙다는 말을 여러 번 되풀이했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 나에게 고맙다고 하니 오히려 내가 불편해 피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기분 나쁜 불편함은 아니었다.



저녁 나절이 되어 이 지역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체육관에 임시 대피소가 있다는 얘길 듣고 그 곳으로 향했다
. 그 대피소는 이 지역 난민들을 위한 임시 시설로, 국제청년회의소 일본지역 회원들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대피소를 운영하는 담당자를 만나 한국에서 온 기자인데 취재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고 가능 여부에 대해 물어봤다
. 그들은 친절하게 취재에 협조해주었으며, 갑작스런 취재에 대피소 사람들이 당황하지 않도록 일일이 안내해주었다.

그 가운데 어느 중년의 아주머니는 결혼반지에 링을 달아 손에 꼭 쥐고 있던 욘사마의 작은 액자를 내게 보여줬다. 그리고 욘사마가 일본 재난 복구에 많은 돈을 기부해서 마음이 흡족하다는 말을 했다. 사실 그가 일본에서 벌어들인 수익에 비하면 그건 많은 액수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모든 모습을 좋게 생각해주고, 욘사마와 같은 나라인 한국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나에게까지 친절하게 대해줘서 진정으로 고마웠다.

그나저나 재난을 당한 이들이 걱정됐다. 이 곳 청년회의소 회원들에 의하면, 일본은 자연재해에 대한 정부의 보상지원 방안이 전혀 없단다. 그 말이 맞다면 삶의 터전을 잃은 많은 이들에게 일본 정부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다. 이 추운 날씨에 냉랭한 바닥에서의 생활이 며칠이나 지속될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9시가 되니 이 곳은 암흑 그 자체였다. 야간경비 근무를 서는 당번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잠을 이뤘다. 나 역시 차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산 아래 모든 것이 무사했다면 이 시간 야경에 흠뻑 취했을 텐데, 그렇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류승일

고등학생 시절, 학교 앞에서 방독면을 쓴 채 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사진기자의 모습에 매료되어 보도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대학 입학 후에는 해외 사진 에이전시의 계약직 사진가로 활동하며 사진가로서의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대학을 떠난 후 6년간은 서울에서 외신사 사진기자로 근무하면서 국내외의 크고 작은 사건, 사고 현장을 취재했으며, 국내 인터넷 뉴스 매체와 시사 주간지에서 사진기자 생활을 하기도 했다. 현재 프리랜서 사진가로 활동하면서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일대 주요 사건, 사고 현장을 돌아다니며 사진 작업을 하고 있다.

  출처 : <쓰나미, 아직 끝나지 않은 경고>, 류승일 지음, 도서출판 전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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