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의 원가는 놀라우리만치 싸다. 5000엔짜리 크림은 원가가 대개 100엔에서 200엔 사이, 3000엔짜리 립스틱은 450엔 정도다. 그 가운데 용기 값은 300엔, 내용물 값은 150엔이라고 한다.

이처럼 일부러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것을 ‘위광효과’라고 한다. 비싸면 품질도 좋을 거라 여기고, 비싼 물건을 통해 사회적 신분이 상승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싶은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한 마케팅 기법이다.

화장품 업계를 파헤친 소설 《코스메틱》의 작가 하야시 미에코는 등장인물을 통해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1만 5000엔짜리 에센스의 원가는 기껏해야 1400~1500엔이야. 그런데2000엔짜리 에센스를 바르고 여자가 기뻐할까? 예뻐질까?’
사람들은 옷이든 가구든 가격이 비쌀수록 품질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기초화장품은 위광효과의 성과가 특출나다.

현재 일본 여성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화장품을 소비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불황에도 판매액이 늘어나고 있다(2012년 판매액은 2조 2769억 엔으로 전년 대비 0.2% 증가). 하지만 잘 팔리는 상품은 다른 나라와 다르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는 향수 등 프레그런스가 70%를 점유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70%가 기초화장품이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평소에도 일본인만큼 아름다운 피부에 집착하는 국민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유럽 친구들만 보더라도 화장품 가짓수가 놀랄 만큼 간소하다. 니베아 크림만 바르는 사람, 스킨만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옛날에 비해 색조화장을 하는 젊은이들은 늘었으나 기초화장품은 여전히 간략하게 바른다(전혀 바르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화장품 회사의 입장에서도 기초화장품이 주력 판매 상품일 수밖에 없다. 립스틱이든 아이섀도든 색조화장품은 사용 기간이 길지만, 스킨이나 크림은 정기적으로 재구매를 하는 소모품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색조화장은 하지 않더라도 기초화장품은 꼭 바르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인기 있는 기초화장품. 고급 제품도 많다기에 조사를 했는데 적잖이 놀랐다. 시세이도의 최고급 브랜드인 ‘더 긴자’의 엔파워라이저 크림은 40g에 10만 5000엔이고, 고세의 최고급 브랜드인 ‘코스메 데코르테’의 AQ밀리오리티 인텐시브 크림은 45g에 12만 6000엔이다. 금보다 비싸다. 이렇게 비싼 값에도 잘 팔린다니, 여성들이 광신적으로 추종하는 화장품 신앙에 기겁했다.

출처 : <피부도 단식이 필요하다> (도서출판 전나무숲)

저자 : 히라노 교코

1945년 출생. 오차노미즈대학을 졸업한 뒤 독일 튜빈겐대학에서 수학했다. 일본에서 손꼽히는 독일어 번역작가로, 발터 뫼르스의 소설 《캡틴 블루베어의 13과 1/2 인생》을 번역해 2006년 독일 정부로부터 레싱번역상을 받았다. 대표적인 역서로는 《난징의 진실(南京の眞實)》, 《균열(均熱)》, 《토니오 크뢰거》 등이 있고, 저서로는 《단가로 읽는 괴테(三十文字で詠むゲㅡテ)》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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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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