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이 피부를 건조하게 만든다

공기가 건조하면 피부가 쉬이 건조해지는 것은 맞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피부 건조의 가장 큰 원인은 기초화장품이다.

기초화장품에 길들여진 피부는 수분을 붙잡는 기능이 약하다. 여기에 주변 공기가 더해지면 수분 증발이 일어나 피부가 건조해지는 것이다.

평소 화장품을 바르지 않는 남자들도 겨울에는 건조하다고 하잖아요.”

이렇게 반박하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 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장벽 기능이 약해지는 원인은 기초화장품 외에도 다양하다.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도 원인이지만, 요즘같이 건조한 시기에는 항상성이 큰 영향을 끼친다.

인체에는 환경이 변화해도 신체를 일정한 상태로 유지하려는 기능이 있는데, 이것을 항상성이라고 한다. 체온과 혈압이 항상성의 대표적인 예다. 기온이 내려가도 체온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항상성 덕분이다. 그러면 항상성은 피부에 어떤 작용을 할까?

모세혈관은 피부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통로인데, 기온이 올라가면 체온이 너무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모세혈관을 확장하기 때문에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피부에 영양이 충분히 공급되어 장벽 기능이 강해진다.

그래서 여름에는 건조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날이 추워지면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체온이 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모세혈관이 수축하고, 그 결과 혈액순환이 나빠지고 피부에 영양이 공급되지 않으므로 장벽 기능이 약해진다. 그래서 겨울에는 피부가 건조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갑작스런 습도와 기온의 변화, 건강하지 않은 생활이 피부를 건조하게 만든다

건조한 공기가 직접적으로 피부 건조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다. 습도가 갑자기 크게 변화할 때다. 예를 들어 따뜻하고 습도가 높은 실내에 있다가 갑자기 춥고 건조한 실외 공기에 노출되면 피부는 건조해진다. 피부의 장벽 기능이 급격한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름에도 같은 현상이 벌어진다. 에어컨으로 냉방을 한 실내에서 갑자기 더운 실외로 나가면 급격한 습도와 기온 변화를 겪는다. , 여름은 겨울보다 기온이 높아서 피부가 쉽게 건조해지지 않으므로 트러블이 잘 생기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다메시테 갓텐(실험해서 이해하자)>이라는 TV 정보 프로그램에서 이 주제에 관해 다룬 기억이 난다. 실험쥐 A를 평균 습도 40~70%인 방에, B를 습도 80%인 방에 넣어두고 방치했다. 2주 뒤에 AB를 습도 10%인 방으로 옮기자 80%인 방에 있었던 실험쥐 B의 피부가 하루 만에 건조해졌다. 급격한 습도 차가 피부에 악영향을 끼친 것이다.

이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실내 습도는 40~60%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또한 초봄이나 초가을이 따뜻한 점에서는 겨울보다 조건이 좋지만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아무래도 피부의 장벽 기능이 약해지기 쉽다. 환절기에 피부가 거칠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로 여태껏 기초화장을 해왔고 피부가 건조하다고 느낀다면 가습기를 사용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가습기는 점막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감기 예방에도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가습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유는 피부가 건조하지 않을뿐더러 물을 갈기가 귀찮아서다. 그런 번거로움을 감당할 수만 있다면 가습기를 사용해 피부 건조를 해소하면 된다.

지겹도록 되풀이하지만, 피부의 장벽 기능이 무너지면 건조한 공기에 바로 영향을 받는다. 장벽 기능이 무너진 부분에서 수분이 빠져나가 피부가 뻣뻣해지고 땅긴다. 결코 화장품을 통한 보습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다.

또한 건강한 피부라도 수면 부족, 과로, 스트레스 때문에 일시적으로 장벽 기능이 나빠질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장벽 기능이 회복되는 동안 응급처치로 바셀린을 얇게 펴 바르면 된다(참고로, 나는 외출하는 일이 드문 데다 가려움이나 따끔거림과 같은 자각증상이 없었기 때문에 겨울에 건조해도 내버려뒀는데 20112월 미용검진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건조한 날씨가 피부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렇듯 날씨 및 기온과 피부의 장벽 기능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온이 내려갈 때 몸을 따뜻하게 하면 장벽 기능도 영향을 적게 받는다. ‘몸을 따뜻하게 하라는 선조의 지혜에 감탄할 따름이다. 그리고 멋 부린답시고 얇은 옷을 고수했던 지난날을 반성했다.

말할 필요도 없지만 피부에 중요한 것은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식생활, 적당한 운동이라고 쓰다가 나 자신을 돌아보곤 저절로 손이 멈췄다. 올빼미 생활, 불규칙한 식사, 운동 부족, 이렇게 삼박자를 고루 갖춘 사람이 나이기 때문이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겨울에 옷을 따뜻하게 껴입는 정도?

희소식 아닌가? 피부에 굉장히 나쁜 생활을 하는데도 기초화장품을 끊고 체온을 유지하는 것만으로 피부의 장벽 기능이 회복된다니 말이다.

 출처 : <피부도 단식이 필요하다> (도서출판 전나무숲)

저자 : 히라노 교코

1945년 출생. 오차노미즈대학을 졸업한 뒤 독일 튜빈겐대학에서 수학했다. 일본에서 손꼽히는 독일어 번역작가로, 발터 뫼르스의 소설 《캡틴 블루베어의 13과 1/2 인생》을 번역해 2006년 독일 정부로부터 레싱번역상을 받았다. 대표적인 역서로는 《난징의 진실(南京の眞實)》, 《균열(均熱)》, 《토니오 크뢰거》 등이 있고, 저서로는 《단가로 읽는 괴테(三十文字で詠むゲㅡテ)》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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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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