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사랑받고 싶어하는 순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 곁에 머무는 사람은……
그들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다.
그 조력자는 남자들로 하여금
자기를 공격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하라고,
아무 대가 없이 자신의 노동력을 착취하라고,
동의 없이 자신을 성적으로 이용하라고……
자신을 모욕하라고……
자신을 고문해서 죽이라고 부추기는 사람이다.
-프로이트, 『문명과 그 불만(civilization and its discontents)』

감정적 학대는 한 사람이 의식적·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의 의지나 욕구, 욕망, 통찰력을 파괴하고자 지속적으로 시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육체적 학대와 다르다.

육체적 학대와 감정적 학대는 모두 공격성과 억눌린 분노의 전형을 완벽히 보여주지만, 그것들이 구현하는 기본 원리는 다르다.

감정적 학대는 아무도 모르게 교묘하고 지속적으로 행해진다. 육체적 학대와 똑같이 유해할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그것보다 더 큰 해를 끼치기도 한다.

감정적 학대의 가장 큰 특징은 학대를 당하는 사람도 모르게 행해진다는 점이다. 그것은 힘, 지배, 통제와 관련된 것이어서 더욱 식별하기 어렵다. 시간이 흐르면서 감정적 학대는 정상적인 여성을 세뇌시키고 조장자로 만들어놓는다.

그녀는 (또는 그는) 학대받는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믿고 그 결과에 순응하고 적응하기 일쑤다. 연인이나 배우자와 헤어지는 대신에 학대를 완화해보려는 마음으로 자신의 행동을 바꿔보려고 애쓴다.

마티 로링(Marti Loring)에 따르면 심리적 학대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공공연한 학대고 다른 하나는 은밀한 학대다.

공공연한 학대는 공개적으로 모욕하면서 체면을 깎아내리는 방식으로 진행되고(예컨대 말로 비하하기, 지속적인 비판), 은밀한 학대는 좀 더 미묘하게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똑같이 파괴적으로 행해진다.

심리적 학대를 자행할 때는 조롱, 비난, 비판, 협박, 수치심 유발, 정서적 욕구 묵살과 같은 전술을 바탕으로 상대의 자아감을 손상시키는 말과 행동을 일삼는다.

이것은 육체적 학대에 비해 알아차리기가 그리 쉽지 않은데 골절이나 흉터, 상처, 멍과 같은 외상을 남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감정적 학대가 남기는 상흔이 덜 치명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보통 육체적 학대는 주기적으로 혹은 간헐적으로 일어나는 반면, 감정적 학대는 예측할 수 있는 지속적인 패턴에 따라 일어난다.

설사 감정적 학대를 자행한 뒤 가해자가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구한다 할지라도, 긴장 상태가 고조되면 가해자가 했던 맹세들은 물거품이 되고 그 자리에 한층 더 심해진 폭언과 위협이 들어선다.

출처 : <왜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상처받는가>

저자 : 조앤 래커 (Joan Lachkar)

정신분석학 박사로서 정신분석학을 비롯한 다양한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부부나 연인 관계,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을 연구해 학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실제로 심리치료사로도 활동하면서 많은 부부, 연인들과 상담하며 왜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지, 왜 상처받는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탐구했다. 그 결과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가 현재의 관계를 망가뜨린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람들이 자신의 원초적 상처를 깨닫고 그것과 화해함으로써 감정을 치유하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현재 남부 캘리포니아 정신분석연구소 회원이자 마운트세인트메리 대학 외래교수이며, 『정서적 학대(Journal of Emotional Abuse)』 지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자기애성과 경계성 커플』 『학대의 여러 얼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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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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