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면역력이 떨어져 젊었을 때는 가볍게 물리쳤던 약한 균에도 꼼짝없이 당하고 만다. 그러니 감기가 잦고 한번 걸리면 오래 가는 것이다. 노인요양시설 등에서 원내 감염이 자주 일어나는 것도 역시 면역력 저하가 큰 원인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1년에 세 번씩 48시간 단식을 한다. 단식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하루 종일 굶고 있으면 뱃속을 그득하게 채웠던 것들이 개운하게 빠져나가고 피부도 매끈해진다.

몸속에 독소나 불필요한 것이 쌓여 있으면 쉬 피로하고 얼굴에 뾰루지 같은 것이 잘 생긴다. 그럴 때는 몸속을 말끔히 청소해야 한다. 운동으로 땀을 흠뻑 흘리거나 식이섬유와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서 배변이 잘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이렇게만 하면 세포 속까지 깨끗해지지는 않는다.

세포 수준에서 대청소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골라내서청소하는 방법이다. 유비퀴틴(ubiquitin)이라는 체내 단백질은 우리 몸에 불필요한 단백질만 찾아내서 달라붙는다. 잘못 만들어졌거나 손상된 단백질에 유비퀴틴이 달라붙으면 이를 인식한 단백질 분해효소가 작용해 단백질을 잘게 잘라 제거한다.

다른 하나는 한꺼번에청소하는 방법이다. 이것이 위에서 말했던 자가소화작용이다. 자가소화작용은 세포가 자기 자신의 단백질을 분해하는 현상으로 자식(自食) 작용이라고도 한다. 영양분이 부족할 때 스스로 자신의 오래된 세포 구성물을 분해해 영양분으로 이용함으로써 세포 자체의 건강을 유지하는 생리현상이다.

저열량식을 하면 자가소화작용이 활성화된다. 24시간 동안 물만 먹고 단식을 하면 활성도가 크게 올라 세포 속까지 깨끗이 청소된다.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자가소화작용 활성화 인자가 기능하지 못하게 했더니 저열량식을 해도 그다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집 안을 매일 쓸고 닦아도 어느 새 먼지가 쌓인다. 세포도 마찬가지여서, 세포 속까지 청소하려면 한 달에 한 번 꼴로 24시간 단식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면 면역력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한 달에 한 번이 어렵다면 석 달이나 반년에 한 번이라도 괜찮다. 나도 주말 등을 이용해 가끔 단식을 한다. 단식을 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몸 상태도 무척 좋아진다. 무엇보다 24시간 만에 먹는 밥은 정말 꿀맛이다.

단식을 마치면 다시 정상식으로 돌아가야 한다. 한동안 굶주렸던 몸은 음식이 들어오는 대로 모조리 흡수해 악착같이 쌓아두려고 할 테니 영양 흡수율이 높은 때임을 감안해 과식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정상식을 시작하는 시점도 중요하다. 밤에 먹으면 인슐린 분비가 늘어난 상태로 잠들게 되므로 건강에 좋지 않다. 아침 식사를 영어로 breakfast라고 하는데, ‘단식(fast)’멈춘다(break)’는 뜻이다. 이 말 그대로 단식을 마치면 아침식사부터 정상식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출처 : <당신안의 장수유전자를 단련하라>

저자 : 쓰보타 가즈오

게이오기주쿠대학 의학부 안과 교수로 일본항노화의학회 부이사장, 잡지 「안티에이징」 의학 편집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1955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1980년에 게이오기주쿠대학 의학부를 졸업하고 일본과 미국에서 의사면허를 취득했다. 1985년부터 미국 하버드대학에 유학하여 2년 뒤 각막전임의(clinical fellow) 과정을 수료했다. 2001년에는 몇몇 뜻 있는 의사와 함께 일본항노화의학회를 설립했다. 또한 세계 최초로 iPS 세포를 만들어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교수와의 공동 연구 등을 통해 안과 분야에 생명공학의 첨단 기술을 응용하고자 애쓰고 있다. 저서로 『불가능을 극복하는 시력 재생의 과학』, 『늙지 않는 생활법』, 『기분 좋게 생활하면 10년 오래 산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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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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