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프면 열이 생기곤 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 열 자체가 심각하게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서둘러 해열제를 먹어 열을 내리곤 하죠. 하지만 사실 열이야 말로 우리 몸을 치료하는 최고의 명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열이 난다고 무조건 열을 내리는 것은 오히려 몸의 자연치유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보다 구체적으로 우리 몸에 열이 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우리 몸에서 만병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백혈구의 활동, 즉 병원균을 탐색하고 살균하는 능력과 암세포를 먹어치우는 면역력은 체온이 평소보다 1℃가 내려가면 30% 이상 낮아지고, 반대로 평소보다 1℃ 올라가면 5~6배 높아집니다. 따라서 어떤 병에 걸렸을 때 열이 나는 것은 병을 고치려고 하는 신체의 치유 반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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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들은 꾸준히 있어왔습니다. 옛날에는 암을 비롯한 중병 및 난치병 환자들에게 일부러 류머티즘 같은 감염증에 걸리게 해서 치료하는 발열요법을 시행했고,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파르메니데스는 발열의 중요성을 알고 “환자에게 발열할 기회를 주시오. 그러면 나는 어떤 병이라도 고쳐보겠소”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예로, 제2차 세계대전 무렵 로마 근교의 늪지대 근처에서 말라리아가 대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의 수상 무솔리니는 늪을 메워서 말라리아 박멸에 성공했지만, 그 후 20년 동안 암에 걸린 사람이 증가했죠. 바꿔 말하면 말라리아에 걸려 많은 사람이 고열을 앓던 시대에는 암 환자가 적었다는 의미입니다.

발열에 대한 중요성이 서양의학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866년 독일의 부시 박사에 의해서였습니다. 그는 암 환자가 단독(연쇄구균에 의한 피부 및 피하조직의 질환)이나 그 밖의 고열을 동반하는 병에 걸리니 암이 치유된 사례를 목격했고, 이를 논문으로 발표해 학계에 알렸습니다.

이런 역사적 사실과 사례, 기초의학 및 임상의학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암에 대한 온열요법이 서양의학에서 성행하게 되었습니다. 온열요법은 암 전이가 진행되는 환자의 체온을 41.5~42.0℃로 높인 뒤에 2~10시간 동안 유지하는 것인데, 이것을 1~2주마다 2~5회 정도 실시하는 것입니다.

암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환의 치료와 발열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서양의학의 많은 의사들이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미국 메릴랜드대학 내과의 맥워크 박사는 “억지로 열을 내리는 것 때문에 병이 만성화되거나 악화하는 증례가 보고되고 있으니, 의사는 해열제의 사용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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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적어도 발열이 신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때나, 열로 인한 악영향을 미칠 때에만 해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그런 경우는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그와 반대로 발열이 감염증에 걸린 환자의 저항력을 높여주는 예방도구라는 사실이 많은 증례를 통해서 증명되고 있습니다.

미국 보스턴의 베스이스라엘 디코네스 메디컬센터 감염증과의 모렐링 Jr. 박사도 “해열 치료를 하면 안 되는 발열 증상은 많다. 열이 있으므로 열을 내리는 치료를 하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다”라고 강력하게 주장했습니다.

노벨상을 받은 프랑스의 A. M. 르보프 박사는 다양한 실험을 거듭한 결과 “열이야말로 최고의 묘약”이라고 단언했죠.

실제 필자가 관찰한 바에 의해도 열이 자가치유를 돕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류머티스성 관절염 때문에 팔다리를 움직이는 것도 불편하고 보행하기도 어려우며 가슴도 제대로 쭉 펼 수 없었던 환자가 있었습니다. 이 환자가 어느 날 감기에 걸려 고열이 며칠간 계속되었는데, 자연적으로 열이 내린 후 갑자기 빠른 걸음으로 걸을 수 있게 되었고 가슴을 활짝 펼 수 있게 되었으며 손가락의 움직임도 좋아졌습니다.

또 아토피에 걸려 피부에서 냄새 나는 노란색 분비물이 나오고 부스럼, 긁어서 난 상처, 출혈을 동반하는 심한 증상으로 고생하던 환자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피부에 박테리아가 침입해 어깨, 겨드랑이 밑, 사타구니의 림프샘이 붓고 고열이 났는데 거짓말처럼 온몸의 피부가 깨끗해졌습니다.

여러 사례들을 통해 느꼈을 테지만, 발열과 자연치유의 관점에서 동양의학의 처방은 참으로 지혜롭습니다. 동양의학에서는 등줄기가 서늘해지고 목 뒤가 뻐근하며 발열이 시작되는 감기 초기에는 칡뿌리, 마황, 생강, 계피, 대추 등 몸을 따뜻하게 하는 생약으로 만든 갈근탕을 처방합니다.

갈근탕을 먹고 20분 정도 지나면 몸이 따뜻해지고 열이 나면서 그대로 낫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몸은 병을 고치려고 필요한 열을 내는 것이니 발열을 더욱 촉진해 스스로 병을 치유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당연한 사실을 두고 해열제를 써 열을 내리는 어리석은 일은 이제 그만두어야 하겠습니다.

   출처 : <몸이 원하는 장수요법>, 이시하라 유미 지음, 도서출판 전나무숲

                    ※ 인터넷 서점 및 전국 서점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전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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