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스킨쉽은 친밀감의 표현이거나 애정의 상징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이러한 스킨쉽을 어떤 육체적인 영역에 머무른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반대로, 이것이 두뇌의 특정부분과 관련이 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과학적인 연구결과에 의하면 스킨쉽과 두뇌는 상당히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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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미국 위스콘신 대학의 할로 박사 부부는 원숭이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뇌의 발육에 미치는 애정의 영향에 관한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할로 박사는 붉은털 원숭이를 태어나자마자 격리시켰습니다. 그 원숭이들은 우리 속에서 다른 원숭이들을 쳐다볼 수는 있으나 접촉은 할 수 없었습니다. 사육실은 청결하게 관리되었고 영양도 충분히 공급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환경에서 자란 원숭이는 성장 후에 두뇌에 이상이 생겨 자폐적으로 변하여 몇 시간이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곤 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나타난 증상은 자기파괴(자기처벌)적인 행동입니다. 하루에 몇 번이고 손가락 사이의 피부를 쥐어뜯거나 사육사를 만나면 갑자기 자신의 몸을 물어뜯기도 했습니다. 나이가 더 들어서는 자기공격이 다른 것에 대한 공격으로 바뀌었습니다. 밀려오는 공포감이 격렬한 적대감으로 바뀐 것이지요.

이런 현상들을 더 깊이 연구한 결과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원숭이는 자신의 눈앞에 갑자기 제 손이 보이면 공포에 휩싸입니다. 뒤이어 그 공포가 적대감으로 바뀝니다. 그러고는 자신의 손을 물어 살점을 뜯어버립니다.

그런데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증상은 새끼에 대한 반응이었습니다. 고독하게 자란 암컷 원숭이는 성장한 후에도 자신의 새끼에게 전혀 애정을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어떤 때는 당장이라도 새끼를 죽여 버릴 것 같은 일도 있었습니다. 외롭고 쓸쓸하게 자란 원숭이는 잔혹하고 불안정한 어미 원숭이가 되었던 것입니다. 어린 시절 신체적 접촉의 결여는 성장 후 두뇌의 특정한 부위에 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결과적으로 좋은 부모가 되는데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쥐를 이용한 육아 방식과 뇌와의 관계를 조사한 연구도 있습니다. 쥐는 보통 10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는다고 합니다. 신기한 일은 어미 쥐라고 해서 반드시 모든 새끼를 고루 핥아주거나 털을 쓰다듬어 주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캐나다 맥길 대학의 류 박사팀은 어미 쥐가 새끼의 몸을 핥아주는 횟수와 새끼 쥐의 뇌의 발달과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어미 쥐가 자주 몸을 핥아주었던 새끼 쥐는 그렇지 않은 새끼 쥐보다 뇌가 크고 특히 해마의 세포 수가 더 많았다고 합니다.

어미 쥐가 자주 몸을 핥아주었던 새끼 쥐의 뇌에는 코르티솔(cortisol)의 농도가 높아지지 않도록 하는 피드백 시스템이 잘 발달되어 있었습니다. 즉 코르티솔이 많아져서 뇌 손상이 일어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구조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애정을 받지 못한 새끼 쥐는 그것이 스트레스로 작용함으로써 뇌가 손상을 입었던 것입니다.

반면 어미 쥐와의 신체적 접촉이 많았던 새끼 쥐의 뇌에서는 정신을 안정시키는 세로토닌 신경이 활발하게 활동했는데 그것이 뇌세포를 증가시키는 자극이 되기도 했습니다.

I'll Give You All I Can...
I'll Give You All I Can... by Brandon Christopher Warren 저작자 표시비영리

뿐만 아니라 접촉에는 부교감신경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부교감신경은 휴식의 신경이라 하여 몸을 쉬게 하고 소비한 성분을 보급하며 피로를 푸는 역할을 합니다. 이를 통해 내장의 기능도 좋아지고 인슐린이나 성장호르몬의 분비도 원활해집니다.

최근에는 접촉이 뇌의 감각 영역으로부터 뇌간에 작용하여 복측중뇌피개(腹側中腦皮蓋)의 세포에서 도파민(기쁨을 주는 물질)을 생성하게 하고 뇌간에 있는 세포에서 세로토닌(정신을 안정시키는 물질)을 분비하게 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스킨쉽은 두뇌와 직접적인 관련성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피부에 대한 자극 자체가 전두엽의 특정 영역에서 처리되고 그 결과에 따른 영향이 뇌의 전 영역으로 전파되기 때문입니다. 곧 스킨쉽은 두뇌를 자극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어려서부터 애정어린 스킨쉽, 그리고 성인이 되었을 때에라도 서로 사랑하는 느낌의 스킨쉽들은 두뇌의 발달과 정서의 안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떠십니까. 이제 스킨쉽과 두뇌의 발달 관계에 대해서 아주 잘 아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사랑하는 가족끼리, 그리고 연인끼리, 더 많은 스킨쉽과 애정어린 접촉으로 머리를 똑똑하게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전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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