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흔히 자신의 생각을 자신이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이 생깁니다. 아마도 이런 경험 한번쯤은 다들 해보셨을 것 같습니다.

자신은 원치 않는데도 자꾸만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이 드는 그런 경험. 그것은 죽음에 대한 불안일 수도 있고, 왠지 모를 막연한 인생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이를 떨쳐버리려고 해도 결코 쉽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도대체 이런 일은 왜 생기는 것일까요.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남편이 교통사고로 죽게 된 경우와 자살로 죽게 된 경우에, 남아있는 부인의 심리가 어떠한지 통계를 내보았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자살자의 가족이 충격이 심하고 건강이 나쁠 것이라 추측했는데, 예측과는 달리 교통사고사 가족이 더욱 충격이 심하고 오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lying on the sun
lying on the sun by malla_mi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그 이유는 자살자의 경우에는 이미 가족 간에 많은 대화가 있었지만, 교통사고는 갑작스런 죽음으로 말 한마디도 나누지 못한 아픔 때문이었습니다. 서로 정리되지 못한 이별은 강박감이 되어 반복적으로 많은 생각을 떠오르게 하는 것이죠.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강박적인 생각들이 건강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어두운 생각을 떨쳐버리고, 밝고 아름다운 생각으로 채울 수가 있을까요? 해답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그것은 바로 똑바로 쳐다보기입니다. 현실을 피하지 말고 직면하기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두려운 것은 피하려고 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피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더욱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괴롭힐 뿐입니다. 따라서 가장 지혜로운 방법은 정면으로 공격하는 것입니다. 똑바로 쳐다보면 문제는 슬금슬금 당신을 피해 갈 것입니다.

길을 가다가 큰 개를 만나도 일단 두려운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때 무서운 마음에 등을 보이고 도망가면 개가 나를 쫓아오게 됩니다. 반대로 개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당당하게 걸어가면 개가 움찔하면서 내게 길을 비켜주게 됩니다.

저는 그간 많은 사람의 임종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들의 표정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얼굴이 햇살같이 밝은 사람, 어두운 사람, 모든 것을 내려놓고 편안히 숨을 거두는 사람, 두려움에 안절부절못하는 사람....

어떤 사람은 정말 보기가 무서운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날 장례를 마치고 집에 오면 그 무서운 얼굴이 며칠 동안 떠나지 않고 계속 남아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후 알게 된 것인데 무서운 사람일수록 얼굴을 더 가까이서 똑바로 쳐다보면 두렵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정면에서 똑바로 보면 어두운 생각이 물러가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똑바로 쳐다봐도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는 기억 속에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처(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는 털어놓기를 해야 합니다. 슬픈 일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쁜 일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습니까?

통계에 의하면 배우자의 슬픈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면 할수록 죽음에 대해서 덜 생각하게 된다고 합니다. 슬픈 이야기도 털어내면 다음은 참된 평안이 오게 되는 것입니다.

프로이드는 털어놓기는 마치 끓는 주전자의 뚜껑을 열어 주는 것처럼 정화 효과가 있다고 했고, 칼 로저스도 심리 치료사에게 말을 하는 것은 마음을 거울에 비추는 것과 같은 통찰을 얻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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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lections (A) by camil tulcan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택사스주립대 심리학교수인 페네베이커(J.W.Pennebaker)가 이런 실험을 했습니다. 대학직원 40명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하루 20분씩 4일간 그들이 경험한 충격적 사건에 대해 글로 쓰게 했던 것이죠.

실험
전과 후를 비교해 본 결과 백혈구, T 임파구 같은 면역 기능에 상당한 효과가 있어 환자의 건강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억제는 건강을 악화시키지만, 털어놓기는 건강을 회복시킵니다.

똑바로 쳐다보기와 털어놓기마음을 강하게 만들고 깨끗하게 정화시켜주며 이를 통해 정신건강은 물론 육체건강에도 도움을 주는 삶의 지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Posted by 전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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